남 나라 /08-08 독일중남부

여행기를 끝내면서..

노코미스 2008. 9. 18. 01:06

 

현지일정만 15일을 잡은 독일여행..

 

다녀오고 나서 생각하니 참으로 용감했다.

어디서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 지 아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국제공항에 내려서는 그저 남들이 가는 곳으로 따라만 갔다.

남이 셔틀버스를 타면 나도 타고, 남들이 에스컬레이트를 타면 나도 타고..

가다보니 DB서비스센터가 보이고,

비록 레일패스를 끊어가긴 했지만 그 곳에 반드시 들러야 할 이유도 없었건만 어쩐지 들러야 할 것 같아 들렀고..

그랬더니, 친절하게도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의 기차시간과 플랫폼과 기차에 대한 정보를 잘 알려준다.

게다가, 레일패스 스타트 확인 스탬프와 개시일과 종료일을 기록해준다.

만약 그 확인없이 기차를 탔다면 난 아마도 50유로의 벌금을 물었어야 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 운이 좋았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보면, 별 것도 아닌 것으로 벌금을 물거나 또는 내가 엄연히 내돈 내고 구입한 패스를 차압당하거나 하는 경우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

따지자면 나도 그럴만한 경우가 몇번이나 있었건만, 승무원들이 친절을 베풀거나 모르는체 해 주어서 잘 넘어간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물론 지나고 보니 그 상황이 위법 상황이었던 것이지, 정작 본인은 그 상황이 위법 상황인지 아닌지조차도 잘 알지도 못했으니 그렇게 당당할 수 있었겠지~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 없기도 하다.

그렇게 기본도 안된채로 돌아다녔어도 그다지 헛삽질한 경우는 없었던 것 같으니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늘 생각하지만, 나에게 여행운이 따르는 것 같고

그리고 특별히, 이번여행에서는 친절한 독일국민들의 도움과 배려를 많이 받았다.

독일은 매우 아름답고 좋은 나라이다.

그리고 히틀러를 뺀 독일국민들도 참 좋은 사람들이다. 내 느낌을 말하자면, 기본적으로 젠틀하고 친절하다. 그리고 무례하지를 않다.

 

그들의 그런 교양인으로서의 태도는 아마도 독서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독일국민들은 책을 참 많이 읽는다.

일본인들이 책을 많이 읽는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중년층의 경우이고,

근래의 젊은이들은 책보다는 닌텐도나 휴대폰을 이용한 게임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내가 독일에서 본 풍경은 중노년층보다 젊은이들이 오히려 책을 더 많이 읽는다는 것이다.

기차안에서, 또는 기차를 기다리면서, 또는 여행지의 나무그늘 아래에서..어디서건 책을 읽는다.

나는, 독일국민들의 그런 교양은 분명 독서로부터 나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독일의 사람과 독일의 자연에 반하여 시간가는줄 모르고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첫 며칠동안은 적응안되고 낯설어보이는 것들도 몇가지 있었다.

 

독일에서 가장 적응되지 않았던 것은 날씨이다.

오죽하면, 호텔직원에게 내가 물었을까 "독일 날씨 왜 그래요?"하고..

그랬더니 그이 반응~"I don't know, 원래 그래~"^^

물론 그이인들 알겠는가? 자기가 태어날 때부터 그래왔던 걸..그러려니 하고 살아왔겠지..

문제인즉슨, 날씨가 변덕이 죽 끓듯 한다. 전혀 예측을 할 수가 없다. 아침에 나설 때 어떤 옷을 입어야 할 지 도저히 짐작을 할 수가 없다.

문을 나설 때 햇살이 짱짱해서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나가면 오후에 소나기와 비바람을 만나 낭패를 볼 수 있다. 추워서..하루종일 추위에 발발 떤다.

또는 아침에 비가 오고 기온이 뚝 떨어져서 옷을 두껍게 입고 나가면, 얼마지나지 않아 햇살이 쨍쨍하게 내리쬐어 입었던 옷들을 다 벗게 만든다. 이러니 나의 빅 백안에는 늘 물, 우산, 방수잠바, 선글라스가 기본으로 들어가 있다.

 

두번째 궁금한점은 독일 여성들은 상체를 드러내는데는 과감하지만, 하체를 드러내는데는 인색하다는 것이 나의 관찰결과이다. 특히, 카셀 이북지역이 더 그랬던 것 같다.

윗옷은 끈나시나 가슴이 움푹파여진 옷들을 전혀 거리낌없이 입는데, 바지는 자전거 바지외에는 무릎위로 올라가는 쇼트팬츠를 입은 여성을 본 적이 없다. 청소년조차 바지 밑위가 짧아서 허리는 반쯤 내놓고 다녀도, 바지 길이가 짧은 반바지나 핫팬츠를 입은 친구들을 본적이 없다.

그러니, 동양의 조그맣고 나이먹은 보잘것없는 여자일지라도 짧은 바지를 입고 다니니 주변의 모든 시선들이 몰려들 수 밖에..

옷차림에 대한 이런 보수적인 성향은 뉘른베르크정도되는 대도시로 내려가니 약간 사라지는 듯 하다.

 

여행초기에는 감각적으로 드러나는 이런 차이점들을 찾고 느끼고 이해하느라 바빴다.

아니 자연스러이 차이점들이 나의 의식으로 들어왔다. 그것들을 느꼈을 뿐이다.

그리고, 이국에서의 적응력을 높이기 위하여 '타인에 대한 친밀감'을 고조시켜보려고 애쓰기도 하고, 

 

그러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다시 나는 내 안으로 침잠하기 시작한다.

타인은 타인일 뿐, 내 가족과 오래된 내 친구를 대신할 수 없음을 문득 깨닫는다.

갑자기 내 가족과 친구들이 보고싶어진다. 아마도 돌아가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여행이 끝나갈 무렵,

처음 독일에 도착하던 날 느꼈던 흥분과 기대, 감흥 이런것들이 모두 사라지고

어느시점에선가부터는 여행이 갖는 상념의 기능도 상실한다.

떠나도 해결되지 않는 근원적 외로움을 간간이 확인하면서 내 정겨운 가족과 친구들을 그리워한다.

어느 시인이 말하지 않았는가? "외로워서 떠났더니, 외로움이 먼저 그 곳에 와 있더라는.. "

 

마지막날, 떠나온지 처음으로 오전시간을 느긋하게 즐긴다.

샤워를 하고, 화장을 하면서 다 쓴 클린징 무스병, 에센스 병, 필요없는 소모품 등,

버리고 가야 할 것들이 많음을 깨닫는다.

나의 생각과 습관들 중에서도 버려야 할 것들은 없는지를 생각해 보기도 하고...

 

반면에 꼭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절대 버리면 안되고 잃어버려선 안되는 것들, 여권, 항공권 등

그 속에 나의 identity가 있고, 돌아가서 정착해야 할 나의 최종목적지 destination이 있다.

우리가 지구촌 어디에서 떠돌더라도

내가 돌아가야 할 곳과 나의 정체성만 잃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디에서나 누구와 있더라도, 편안하게 머물수 있지 않을까~생각하며, 여행의 막을 내린다 

 

참고 사이트

http://www.germany-tourism.de

http://www.deutschebah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