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코미스 2008. 10. 13.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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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이 오다기리 조와 작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개봉될 날짜만 손꼽아 기다렸다.

김기덕 작품은 보고 있자면 불편하긴 하지만, 그러나 독창성에 있어서는 그를 따를 자가 없으므로 늘 기대가 된다.

오다기리 조는 '메종 드 히미꼬'이후로 열열한 신도가 되어 버렸다. 너무나 잘 생겨서..

게다가 금상첨화인 것은 여배우가 선한 눈빛의 이나영이라..

이건 그냥 '봐야지~'정도가 아니다. '반드시 꼭 봐야하는데.."이다.

 

그러나 막상 개봉날이 되자 하나의 난관이 생겼다.

내가 사는 중소시골도시에서는 개봉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이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증거다. 시골에는 좋은 영화를 걸 자리가 없다.

며칠을 벼루다 오늘 마침, 저녁 시간에 기대치 않은 시간이 나는 덕택에 부산으로 달렸다.

 

오다기리 조는 영화마다 느낌이 다른, 참 좋은 배우이다.

이 나영은 모든 영화에서 거의 비슷하지만, 여전히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배우이다.

 

스토리야 이미 많이 알려져 있듯이

자신을 떠나간 옛 애인을 잊지 못해 매일밤 꿈을 꾸는 진과

꿈속에서 진이하는 행동을 몽유상태에서 대행하는 란,

둘의 운명적 만남에 대한 이야기이긴 한데..

 

기술적인 문제에서 과연 오다기리조의 언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궁금했는데,

보니, 과연 김기덕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혹시 실어증 환자로 처리했을까? 아니면 눈빛 연기만으로 처리했을까? 혼자 여러궁리를 했었는데

각자 자기 언어를 사용하다니,,하하하

그러고는 설명하나 없다. 그냥 각자 자기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어차피 한국말도 말 하는 사람에 따라 각자 자기 언어를 사용하듯이..하하하

갈수록 김기덕이 천재라는 생각이 강해져간다.

 

특히, 한국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데 있어

그의 감각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란의 작업방에 전시되어 있는 색색깔의 하늘하늘 스란포 드레스,

커튼으로 드리워진 무채색 삼베포

진의 작업방 출입문 손잡이와 작업공구 정리대로 사용되는 부처님 손가락의 부드러운 곡선,

그 외 작업방의 찻잔, 전통술병, 공구함, 베개및 이불의 색감의 조화 등..

미적인 감각이 예사롭지 않다.

 

그렇게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 그리고 아름다운 선남선녀를 전면에 내세워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하더니

갑자기 김기덕 자신의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가버린다.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기 위해서

그렇게 고통스럽고 잔인한 과정을 과연 거쳐야 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수신자불명, 나쁜남자 등 초기작품에서 드러나던 김기덕의 어둡고 잔인한 내면이

봄여름가을겨울에서 종교적으로 많은 부분 승화되는 듯 해서

이번 영화에서는 좀 더 밝은 영화를 기대했었다. 아니 '밝은'까지는 아니고,

최소한 순화과정에 있을 것이라는 정도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뒷부분으로 가면서

김기덕,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잠을 자지 않기 위하여 자학하는 진의 모습은

보고있기가 참으로 불편하다.

 

마지막은 언제나 그렇듯이 참 평화롭다. 둘이 손깍지를 꼭 끼고..

꿈이 없는 곳에서 둘은 행복할까?

 

그러고 보니, 김기덕에게 꿈은 잔인한 것인가?

아니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꿈은 잔인해도 되는 것인가?

그다지 죽어야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랑에 대한 절실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들을 죽였을까?

분명, 김기덕은 정상인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