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나라 /09-08 스위스

드디어 스위스.. switzerland

노코미스 2009. 9. 7. 17:38

 13.08.2009(목)

schweiz, suisse, svizzera, svizra, swiss, Confoederatio Helvetica(헬베티카 연방)..

우리나라 반정도 밖에 되지않는 조그만 국토에 4개의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자신들을 칭하는 이름을 6개나 가지고 있는 나라 스위스...

북쪽으로는 독일, 서쪽으로는 프랑스, 남쪽으로는 이태리, 동쪽으로는 오스트리아와 리히텐슈타인 공국이라는 5개 나라에 의해 사방이 둘러싸여 있는 나라.. 

국토 면적 총 4만 1,284Km2 중, 그 70%가 산악지대로 이루어져 있는 나라 스위스.. 

그리고 이 조그만 나라에 각자 정치적 자치권을 행사하는 26개의 주와 반주로 이루어져 있는 나라,

스위스.. 

 

이 정도의 정보만으로도 상당한 다양성을 가졌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일반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스위스..하면, 한결같이 저 멀리 하얀 만년설을 배경으로 빙하가 흐르는 신록의 언덕위에 소들이 한가롭게, 그리고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마치 이 세상의 모든 시간이 정지된 듯한 그런 슬로 비디오같은 그림을 떠 올린다. 누구나 한결같이..

특히, 한국사람들은 스위스에 대해서 그 그림외에 다른 어떤 것을 떠 올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스위스..그렇게 단순한 나라일까..  ?

 

 

 

  

 

드디어 스위스로 떠난다. 한국을 떠나온지 6일 째..그렇게나 기대하고 고대하던 스위스이건만..

막상 가려하니 약간의 두려움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벼운 불안감이 발길을 잡는 느낌이다.

그래도 더 이상 슈발츠발트에서 머물러야 할 일이 없으므로 한 시간이라도 일찍 스위스로 들어가는 것이 조을 듯해서 일찍 숙소를 나선다. 항상 다음 목적지로 옮겨가는 경우에는 일찍 움직이는 것이 좋다.

 

 

 

 

 9:01에 출발하는 Bassel행 ICE를 탔다. 독일쪽 Bassel 까지는 약 40분정도 걸린다. 오랜만에 여유로운

ICE를 타니 호사를 부리고 싶다.

 

생각하니 아침을 먹지 못했다. 나도 ICE restaurant board에서 폼 한번 잡아보자..

 

메뉴판을 보니, 이름만 봐서는 어떤 음식인지도 모르겠고, 맛도 모르겠고..

가장 친숙한 단어로 샐러드가 눈에 쏙 들어온다. 게다가 독일 들어와서 채소를 거의 먹질 못했다.

 

메뉴판에 'Large green salat'라고 쓰여져 있다. 'large'가 좀 걸리긴 했으나, 그렇다고 '레귤러'나 '스몰'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것을 시켰다. 그랬더니 차장이 계속 묻는다. 'large'인데 괜찮냐고..? 괜찮다고..

 

알고 시키는 것이라고..확인을 해 주니 주문을 받아간다. 잠시후에 나왔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뷔페에 가면 있는 대형 접시 크기에 한 가득이다.. 이 정도일지는 정말 몰랐다.

 

 

 

 

 

그런데..더 놀라운 것은, 이것을 내가 혼자서 다 먹었다는 것이다. 옆에 있는 빵이랑, 그 옆에 있는 물이랑..

이것이 9.90 유로이니..저들 물가로는 싸지만..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거의 19,000원 돈이라,

아까워서 남길 수가 없었다는..

 

생각하니, 조국을 떠나온지 6일동안 그 놈의 환차 때문에 엄청 배를 굶긴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모든 것이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아무리 환차가 크다 할지라도..

남 먹는 것은 먹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끄억 끄억 먹고 있는데, 차내에서 뭐라뭐라 방송이 나오더니, 역무원이 날 더러 어서 계산을 해 달랜다.

먹고 있는데, 이런 경우는 없었던 터라..눈을 땡그렇게 뜨고는 쳐다보니..

여기서 역무원들이 교체가 되므로, 계산해야 한단다. 그리고 미안하단다.

 

즉, 같은 기차일지라도 국경이 바뀌면서 역무원들도 바뀐다.

독일 역무원들은 독일 bassel역까지만 운행하고, 스위스 영역에서는 스위스 역무원이 운행하고.. 

 

그리고 5분도 채 못되어 곧 bassel SBB에 도착하니 인터라켄 쪽으로 갈 사람들은

내려서 다른 열차를 타라는 안내를 해 준다.

 

ICE보다 한등급 낮은 IC로 갈아타고..

바젤을 빠져나가는 동안 상상하지 못한 스위스의 모습에 한동안 몰려오는 실망감에

나 스스로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독일이 나름대로 치장하고 단장한 부잣집의 모습이라면,

스위스는 아주 검소한 서민집 모습이랄까..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중 한 나라인데, 사람들의 옷 매무새나 갖춤 그리고 집의 꾸밈새 등은

 매우 검소하고 소박하다. 나무로 지어진 샬레풍의 집들은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색깔들이 시커머죽죽하다.

그리고 칼렌다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베란다의 꽃도 없다.

 

뭐야~ 이것이 스위스의 본 모습이란 말인가..

그럼 대외적으로 내 보이는 스위스의 모습은 모두 포장이었더란 말인가..

 

한참을 그렇게 실망한 기분으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나보다..

잠결에..기내방송소리에 잠이 깬다.

 

 

 

  

눈을 뜨고 주변을 살펴보니 '베른'이다. 스위스의 수도 베른..

 

기차칸에 앉아서야 도시의 규모는 알 수없는 일이고..

어쨋거나 정신을 가다듬어 차창밖으로 스위스를 확인하니

높푸른 하늘과 저 멀리 보이는 만년설은 분명 지금까지 보아오던 스위스가 맞는데..

 

그 앞에서 저 아름다운 파노라마를 가로막고 있는 저 얼기설기 케이블은 또 뭐냐구..  

과연 이 곳이 스위스가 맞냐구..  정말 누군가를 붙들고 항의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그 케이블이 스위스의 환경을 지켜주는 환경지킴이구먼..그 땐 뭘 몰라서리~^^)

 

그렇게 꿈에도 그리던 스위스이건만..

지금까지 보여주는 모습들이 큰 감동을 주지 못하는지라 계속 잠에 밀리고 있다.

자다깨다 자다깨다를 반복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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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tz를 지나고 tune을 지나면서 스위스의 알프스 풍광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넓은 코발트빛 호수위에 뾰족뾰족 돛을 단 하얀 요트와 보트들..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산 언덕받이에 듬성듬성 놓여있는 샬레들..

 

갑자기 내 앞에 앉은 총각이(아마도 영미쪽에서 온 대학생 쯤으로 보인다) 이쪽 저쪽 왔다갔다하면서

부산스럽게 이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 

 

나도 덩달아 셔트를 눌러대긴 했지만..역시 뭔가 2%가 부족하다.

지금까지 예쁘게 포장된 독일의 모습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가..

 

아뭏든 무엇인진 모르겠으나,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에서 읽었던 스위스의 자연에 대한 감동이나 아름다움이

나에게는 느껴지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이렇게 밋밋하고 감동도 아름다움도 없는 이런 곳에 과연 3일을 있어야 하나..걱정이 앞서기 시작한다.

 

그래도 아직 단언하긴 어렵지..인터라켄에 도착하면 뭔가 다르지 않겠어..

그 때 까진 판단을 유보하자..

.

.

11:59분에 인터라켄 동역에 도착했다.

나의 숙소가 그린델발트에 있으니 그 곳으로 가야한다.

 

그 곳엘 가기위해서는 국철이 아닌 사철인 산악열차를 이용해야 하고

그럴려면 유레일이 아닌 또 다른 티켓을 구입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융프라우 산악 열차 티켓 6회권을 사면, 다음날 융프라우 행으로 연결된다.

티켓을 사기 위해서는 스위스 프랑으로 환전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린델발트 올라가는 기차가 13:05분에 있으니

그시간 동안 시내구경이라도 하고..

 

그럴려면 가방은 라커룸에 보관하고..

라커룸에 가니 그것도 5스위스프랑..

 

혹시 유로화를 겸할까 싶어서 아무리 쳐다봐도 철저히 스위스프랑만 쓴다.

 

스위스 돈이 없으니 꼼짝달싹을 할 수가 없다.

은행부터 찾자~ 은행부터..은행..

어디있나~

 

그래서 동역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아무리 'bank'비슷한 단어를 찾아도 그런 단어는 보이질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누구에게 묻는 것이 가장 좋을까 생각하다, 동역 옆의 면세점이 다소 한가해보이길래,

묻기가 좋겠다 싶어 들어갔더니 너무 조용하다.

다시 사람을 찾아 두리번거리니 뒤쪽에서 '도움이 필요하세요?" "May I help you?"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하세요?" 와~한국말이다.

 

얼른 돌아보니 예쁘장하게 생긴 동양인의 얼굴, 아니 한국여성이다.

 

너무나 반갑다. 어쨋거나 '은행이 어디냐'고 물으니..

 

 

 

 

 저 건너편에 있는 저 건물이란다. 빨간 글로 쓰여진..

 

그래서. '고맙다'하고 나오려니, 그녀 왈.."근데 지금 가도 환전을 못할 거란다'

헐~

 

why?

점심시간이란다. 그것도 2시까지..이제 2시 조금 지났는데, 2시까지면 2시간이나 기다리라고..

아니 여기가 남미도 아니고, 이태리도 아니고..그들도 '시에스타'를 한단 말인가..

 

 

그러면 가방은..? 이걸 어디다 맡겨야 2시간을 어디가서 구경을 하던 장을 보던 할 텐데..

이걸 끌고 내가 어딜 한발짝을 움직여..?

 

그래서 그이한테 .locker 사용할 수 있도록 얼마간만 환전을 부탁했더니

흔쾌히 그렇게 해 주는데..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 그런건지 딱 '5chf"만 해준다.

 

나에게는 너무나 고마운 그녀이다.

 

생각해보면 면세점의 위치가 동역 바로 옆이라, 많은 한국인들이 도움을 청하러 들릴 거라 짐작되는데,

그래도 동포라고 싫은 내색 하나 하지 않고 기꺼이 도움을 주는 그들을 보니,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우리가 모르는 주재민으로서의 역할이나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그런데 정작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그런 마음까지 알지 못하고 돌아서면 잊어버리게 되는..

정작 나마저도..

 

그들 입장에서 동포가 무엇일까를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은행 앞에 사거리에 이런 이정표가 있다. 사진의 오른쪽 건물이 동역 역사이다. 

 

그리고 역사 앞에서 왼쪽으로 쭉 뻗어 나가면 시내방향이다.  가방을 일단 locker에 보관했으니

이제부터는 가볍게 시내한 바퀴..

 

(라커 보관료부터 스위스의 물가가 장난 아님을 느낀다. 하이델베르그에서 2유로(약3,700원)하던 것이

스위스에 오니 5chf(약 6.800원)으로 뛰어 버린다.

앞으로 여정에서 라커는 자주 이용하게 되는데 스위스에서는 이것이 가장 싼 보관료였다)

 

 

 

역에서 시내쪽으로 잠시 걸으니 강줄기 옆으로 조그만 도보길이 나 있다.

 

길이 예쁘기도 하거니와 물길 옆이라 더위도 식힐겸..이 길을 따라 걷기로 한다.

이 길을 걸으니, 스위스의 배신에 대한 실망감이 다소 사그러드는 느낌이다.

 

 

 

 이 강을 '아레 강'이라고..역시 빙하가 녹아서 형성된 강이겠지..

 

 

만년설을 이고 있는 융프라우도 보이고.. 

 

 

 얘네들은 참 여행도 여유롭게 한다.

 

바쁘게 움직여서 하나라도 더 봐야지..백조랑 놀고 있을 시간이 어딨어..?

사실은 이런 여유로운 모습이 부럽당..^^;;

 

 

 왠만큼 강을 따라 내려오니 이런 이정표가..

계속 내려가면 '인터라켄 베스트'

 

 

 

 아레강 주변의 주택가.. 참 좋은 위치에 자리잡은 주택들..당연 부자겠지..? 근데 참 삶은 검소하다.

 

아까운 땅에 꽃은 무슨.. 당연히 채소를 심어야지..^^* 

스위스로 오니 주택 앞마당에 텃밭이 예사다.

그것도 관광수입이 적지않을 부자동네 인터라켄에서..

 

 

 

게다가 관광지라고 해서 집들이 과잉으로 치장된 집도 그다지 없다.

 

내가 보기에는 무너져 내릴 때까지 그냥 고쳐가면서 사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위스인들의 이런 검소한 생활태도는 그들이 처해있는 상황적 조건에 의해서 형성된 것들이다.

그들의 역사를 보면 정말 피눈물 나는 역사이다.

 

우리나라 반밖에 되지않는 조그만 국토에 그것의 70%가 산악지대인 나라..

그 척박한 땅덩어리에서 감자외에는 얻어낼만한 어떤 것도 없는 나라..

 

그러니 200년전만 하더라도 유럽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그래서

이웃나라의 군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댓가로 가족을 먹여살려야 했던 용병수출국 스위스..

 

그들의 그런 뼈아픈 역사를 알고 있는 후손이라면, 어떻게 지금의 행복을 허투로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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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바이칼>

 

이태리 위쪽 산악지대가 스위스 영토이다.  가히 충격적이다. 저 산을 일구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광대국으로 만들어낸 나라가 스위스이다. 지금도 저 산들을 자원화하기 위하여 가는 곳곳에 산 중턱중턱마다 기중기들이 삐죽삐죽 솟아있다.

 

  

아레강을 거쳐 골목안으로 들어오니 시청광장이 나오고..

 

시청광장에서 광장위로 탁 트인 하늘을 올려다보니, 푸른 창공에 떠있는 패러글라이더가,

보는 이의 마음까지도 자유롭게 한다.

 

이제 조금씩 스위스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스위스는 정적인 스위스가 아니라 역동적인 스위스이다.

 

 

 

 

 

 우리나라 적산가옥같은 느낌이 나는 구도로변의 가옥들..

액티비티를 주선하는 깃발도 나부끼고..

 

 

 

시청광장쪽에서 아레강을 가로질러

..

이 사진을 보니..며칠전 보았던 뉴스가 생각난다.

우리나라 육사생도인가..몇 명이 이 주변에서 수영을 즐기다 실종되었다는..

 

이 물은 빙하가 녹은 물이라 수온도 낮을뿐 아니라(심장마비 주의),

이 지역의 물살역시 급류라서 자칫하면 사고가 많이 지역이라는데..

 

남의 나라에서는 언제나 안전점검을 하는게 우선일 듯..

 

 

 

 

 인터라켄의 번화가..서역 주변

 

 

 서역 번화가에 오니 이런 중세풍의 마차도 있고..

 

나도 발바닥이 닳을만큼 닳아서 더 이상 걸을수가 없는 지경이 되었다.

이미, 신발은 거추장스로운 물건이 되어서 벗어버리고 맨발로 시내를 걷고 있다.

 

시간을 보니 서서히 오스트역으로 가야할 시간이 다가오는데..

다시 걸어서 올라가면 30분은 족히 걸릴터인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지금가지 1시간 20분가량 걸었는데..이 상태에서 30분..도저히 무리다.

저 마차를 탈까..고민도 해 보다가..

 

생각해보니, 오늘은 스위스 넘어오느라 유레일 체크를 한 날!!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날이다.

걷는 것으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버스를 타고 올라오니 금방 오스트역앞이다.

도착하니, 은행도 업무를 시작하였고..

 

얼마간의 환전을 한 후,

15:05분에 출발하는 그린델발트행의 기차를 탄다.

 

그린델발트는 과연, 날 어떤 모습으로 반겨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