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나라 /09-08 스위스

2% 엣지가 숨어있는 그 곳, Grund~

노코미스 2009. 9. 12. 10:38

 

14.08.2009(금) 

그룬터는 그린델발트시에 속하는 작은 마을이다. 앞의 융프라우편에서 잠시 소개가 되었었다. 그린델발트에서 클라이네샤이덱 올라가는 WAB노선으로 한 정거장만 가면 되는 곳이다. 도보로는 약 30분정도 걸린다.

내가 그룬터로 내려오게 된 건 순전히 숙소때문이었다. 처음 국내에서 인터넷으로 숙소예약을 했었는데, 그린델발트가 교통이 좋아보여서 그 곳에 소재하는 다운타운랏지에다 1박을 예약하고, 마음이 바뀌어 2박을 하기로 하고 예약을 하고자 하였으나 금요일이 주말인지라 다운타운 랏지에는 이미 예약이 끝난지라, 조금 거리가 있어보이는 그룬터 소재 마운틴호스텔로 울며겨자먹기로 예약을 하였다. 아무래도 찾아가는 길이 부담스러울 것 같아 걱정은 하였으나.. 그곳도 사람사는 곳이고..이외로 다녀보니 다운타운 외곽의 숙소들이 싸고 깨끗했었던 것을 기억하면서. 선택의 여지없이 이 곳에서 하루 묵기로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 곳에 내가 그리던..스위스 넘어오면서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었던 그 2%의 엣지가 이 곳에 숨어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날 나의 행복지수는 그 날의 날씨지수만큼이나 높았을 것이다. 

 

 

오늘은 어제에 비하면 상당히 운이 좋은 날이다~♬

융프라우요흐에서 마르쿠스를 만난 것도 그렇지만, 더 좋았던 것은..

.

.

바로 이 곳, 그룬터grund와의 조우이다.  

 

클라이네샤이데크에서 마르쿠스와 헤어진 후, 라우터브룬넨에서 하릴없이 아까운 1시간을 보내고,

인터라켄으로 내려가서 다음날 움직일 일일티켓 사고나니..

뭘 제대로 할 만한 시간이 나오질 않는다. 인터라켄 시내관광는 전날 다 했고..

사실 이날 아침부터 일찍 움직였던 것은, 오후시간을 잘 활용하여 '쉬니케 플라테 고산 식물원'을 갈려는

요량이었다. 근데, 내려가서 생각하니, 전날 다운타운랏지 찾는다고 고생했던 생각과 독일에서 첫날 숙소찾느라 고생했던 거 떠올리니..역시 일찍 올라가서 숙소부터 찾고, 첵인부터 해 놓고 그 다음 놀거리를 생각하는 것이 안전하겠다 싶어 또 하릴없이 그린델발트로 올라왔다.

 

올라오면서 하릴없이 인터라켄까지 내려가서 차비만 쓰고 올라오는 날 보니 참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숙~뭐하는 거니??"   

그래도 세상에는 의미없는 일은 없는 법..

 

일찍 올라와서, 그린델발트 역에 보관해 둔 짐을 찾기 전에 먼저, 숙소위치에 대한 질문부터 하였다.

만약, 역에서 좀 멀다하면, 짐은 두고 내려가서 위치부터 확인해 두고 짐을 찾을 계산으로..

근데, 걱정하지 말랜다. 바로 역 옆이란다..

그 말에 안심을 하고는 가방을 찾아 그룬터역으로 내려갔더니, 정말 역에서 도로변으로 나와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니 바로 눈에 들어온다.

첵인을 하고 방에다 짐을 풀고 나오니 6시..할일이 없다.

그래서 우선 바깥으로 나온다. 정말 조그만 마을이다. 자전거라도 있으면 타고 돌면 딱 알맞을 마을이다.

자전거를 빌리려 하니 이 마을에는 없고, 위치를 적어주는데 보니 그린델발트까지 올라가야 한다.

바로 포기한다.

 

그리고는 11호 뚜벅이를 이용해서 마을을 순례한다.

 

역앞으로 나가니 저 위쪽 아이거, 뮌히, 융프라우의 빙하나 눈 녹은 물이겠지..그 물이 흐르는 개울이 있다.

 

 

며칠 전,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아니면 빙하녹은 물이라 그런지..물 색깔이 상당히 탁하다.

사진상으로 보이는 색상 그대로이다.

 

이 개울 위에 다리가 있다. 다리가 있다는 건..길이 이어진다는 말..

길이 있다는 건 '길~게 가라'는 말..

개울 왼편이 역과 나의 숙소가 있는 곳..오른편이 내가 탐색을 나가고자 하는 방향

 

 

 다리를 건너 길의 초입에 서서 길 끝쪽을 바라보니 예사 그림이 아니다.

지금까지 안타까웠던 스위스의 2% 부족함..그것이 이 곳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라는 느낌이 확~온다.

 

 

길 왼편 언덕쪽으로 올려다보니, 푸른 초원위에 옹기종기 앉아있는 샬레들이

좀 더 엣지있는 모습으로 눈에 들어온다. 

 

 

 

 마을을 받치고 있는 아이거봉과 산아래 펼쳐진 숲과 초원

그리고 언덕위의 집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비록 초원의 빛을 발하게 하는 햇님은 저 언덕너머로 늬엇늬엇 넘어가고 있지만..

그렇다해서 이 마을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

 

 

 

저 햇님이 완전히 꼴까닥 넘어가기 전에..

 

 

 저 맞은 편, 구름으로 자기 몸을 감추고 있는 도깨비 아이거..

이곳에 내려오니 아이거의 전면이 좀 더 잘 보인다.

 

 

 부부가 나란히 한 길을 가고 있다..

근래에 들어 이런 모습을 보면 가슴에 잔잔한 전률이 흐른다. 솔직히..부러운 것이라..^^**

 

 

 

초원위에 농기구들을 보관하는 샬레의 원형들..

 

 

내가 길을 걷는 동안 간간히 다른 사람들도 이 길을 걷기도 하고, 바이커족들이 왔다갔다하기도 해서..

도대체 저 사람들은 어디로 저렇게들갈까 했더니..

이 만치 들어오니 이곳에 또 다른 마을이 있어..

 

저 곳은 야외 캠프장..

유럽의 청년들은 이 곳에서 텐트를 치고는 며칠을 머물면서 하이킹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자연도 즐기고..여유를 즐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 뒤쪽으로 있는 예쁜 집들은 단가가 좀 높은 숙소들이다.

여유있는 중년들은 복잡한 그린델발트가 아닌..

이런 한적한 외곽에 위치한 숙소를 찾아와서 쉬기도 한다.

 

  

길을 따라 일렬로 줄 서 있는 전봇대 그림..

예전 내 어린날 등하교길에서 많이 보던 그림을 이 먼 이국땅에서..^^*

 

  

 

 

언덕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리얼 라이프..

 

 

 길이 있는 한..막는 이가 없는 한, 가 보는 것이다.

 

 

 

 

내가 올라온 길을..다시 내려다본다. 

거쳐 지나올 때 보다..먼 길에서 내려다보니 더 아름답다

 

 

 

좀 더 올라가니..목초지를 정리하느라 온 식구가 땀을 흘리고 있다.

 

스위스가 잘 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한다. 이 지역정도라면

얼마든지 관광사업으로 먹고 살만도 할 터인데..

자신들의 본업을 절대 버리지 않는다.

이 곳에서 소도 키우고..또 이 대자연의 혜택을 이용하여 숙박업도 병행하고..

원하면, 체험프로그램도 제공한다고..

 

 

  

 엄마 아빠 따라 나온 산골 아이들..

이 동네에서 동양인을 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

마치 우리 어린날, 서양인을 보면 '할로~ 할로~'하며 따라다녔듯이..ㅎㅎ

이 아이들이 나를 보더니

한 발작 뒤로 물러서서는 '할로~ 할로~'하고 다닌다ㅋㅋ

참 내~

다니면서 '아리가또 고자이마스~'하는 소리는 들어봤어도..ㅎㅎ

아이들이라 동양과 서양의 구분보다는 내가 이방인으로만 보이는게지..

 

그래서

하도 신기해 하니..가까이에서 자세히 보기라도 하라고..

'와 보라'고 하니..뒤로 슬슬 피한다 ㅎㅎ..

그래도 한번 더 독려하니 여자아이들이 슬슬 다가오는데, 남자아이는 벌써 저쯤위로 도망가 있다.

역시 여자아이가 적응력이 빠르다.

 

그래서 '사진찍어줄까?'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랬더니, 남자아이도 슬슬 다가온다.

'함께 서라'고 하니, 역시 여자아이들은 바로 포즈 들어가는데..

남자아이가 약간 숫기가 없는겐지..뒤로 가서 얼굴만 빼족이 내민다ㅎㅎ..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니 좋~댄다..♪

 

아이들하고 노닥거리다가

더 올라갈까~하고 올려다보니~

 

 

  

 해도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고. 아름다운 풍경과 맑은 공기로 마음도 많이 충전이 되었고..해서

흐뭇한 마음으로 왔던 발길을 되돌린다.

 

 

  

 

 같은 길임에도 올라오던 길보다..내려가는 길이 더 예쁘다

야생화 꽃몽오리 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알프스의 내리막길 풍경은 그 어느 곳에서도

보여주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동안 밋밋했던 평면적인 아름다움에 들쑥날쑥 고개를 내밀고 있는 야생화꽃대가 '2%의 엣지'를 더하여

스위스의 입체적 아름다움을 제공해준다.  

 

 

 

1시간정도 걷고 나니 뭔가를 먹어야겠다는 식욕이 솟는다. 뭘 먹을까??

오늘은 스위스의 전통음식 감자요리..뢰스티 Ro"sti 가 먹고싶다.

 

바로 역앞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뢰스티를 먹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스위스식 뢰스티를 먹을래, 알프스식 뢰스티를 먹을래?'라고 묻는데, 내가 알수가 있나..

'아이 돈 노우'했더니 '알프스식 뢰스티가 훨씬 맛있으니 그것을 먹어라'고 추천을 해 준다.

그렇게 해 달랬더니.. 한 30여분 뜸을 들이더니 이것을 가지고 온다.

 

사진으로 봐서 그렇지..엄청 크다. 저것도 가장 큰 대형 접시다. 절대 혼자 분량은 아니다~

받자 마자~

와우~깜짝 놀라자..

주인이 한 마디 거들어 준다.. ' big fighter~"

'Yah~ big fighter~!!'

 

 

 

빅 파이터와 한판 대전을 치루고 있는 동안 축복어린 그룬터마을에도 어둠이 내려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먹으면서 한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위의 사진은 '그룬터'내려와서 바로 찍은 '아이게어'사진이다.

아이거봉 꼭대기를 구름이 감싸고 있어서 꼭대기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아래 사진은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찍은 '아이게어 봉'꼭대기 부분인데.. 

 꼭대기의 구름이 모두 걷혔다.

 

그래서 레스토랑 주인한테 물었다. 오전에는 그렇더니..지금은 구름이 다 사라졌다고..

했더니, 그것은 '내일 날씨가 좋을 징조'란다

아~ 그렇구나. 구름을 보고 다음날 날씨를 판단한다더니..그 말이 그 말이로구나^^

역시, 말로 하는 교육은 의미가 없는 것이고..

'百聞 不如一見'이라~ㅎㅎ

 

게다가, 한 가지 더 신기한 것은..

아래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정말로 자세히 봐야 함)

오른쪽 아래편에부터 비스듬히 중간쯤 지점까지 따라올라가면 아~~주 아주 약한 빛이 보인다는 걸

알 수 있다. 어쩌면 먼지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그것은 먼지가 아니라 불빛이다.

(제일 아래쪽 빛은 날짜 찍힌 글자 조금 아래에 있음) 

 

그 빛이 암반터널에서 바깥을 내다볼 수 있도록 뚫어놓은 전망 창에서 나오는 불빛이다.

오전에 융프라우반을 타고 올라가면서 바깥으로 내다봤던 그 전망창에서 흘러나오는 불빛..

위치로 보면, 위 사진에서 구름이 휘감고 있는 봉오리 중반정도의 위치로 볼 수 있다.  

저 바위속에 구멍을 파서 터널을 만들어 융프라우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저것을 보니, 융프라우반이 더 신기하고 더 굉장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더불어

융프라우반과 스위스에 대한 도식이 어느정도 조율된다 .

 

스위스가 새롭게 보이고, 이 베르너 오버란트가 사랑스러워보이면서..

마음이 한 층 뿌듯해져 옴을 느낀다.

오늘 밤, 편안한 마음으로 잠 자리에 들 수 있겠다.

 그리고, 낮에 쉬니케 플라테 고산 식물원 못간것에 대해 더 이상 날 자책하지 않아도 되고..

 

한편, 두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힘껏 겨루어왔던 '빅 파이터'와의 싸움은 나의 완패로 끝나고..

왜냐하면, 맛은 좋았으나 양적으로 도저히 이겨낼 수가 없었던 거라..

게다가, '아이스비어'까지 나의 패인에 한표를 던져주니 ..

이국땅에서 노숙하지 않고 내 숙소로까지 찾아올 수 있었던 것 만도 천만다행..ㅎㅎ

 

 

아침에 일어나서 호스텔 뒤뜰로 나가니 풀잎에 이슬이 송글송글 맺혔다.

 

 

 베르너 오버란트의 아침풍경은 그제 오후에 올라오면서 보았던 마을의 첫 인상과는 완전히 다르다.

같은 마을임에도 불구하고..밤새 대지의 정기를 머금은 산골마을의 풍경은 생기가 넘쳐흐른다.

그 축복받은 마을사이로 오늘도 여전히 이곳을 찾는 여행객을 실어나르는 BOB가 지나고 있다.

이제..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스위스 여행기를 정리하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스위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지식들은 상당히 단편적이고 조각같은 지식들뿐이다.

즉, 산산히 조각난 퍼즐 조각같은..

그래서 '완전한' 까지는 아닐지라도 몇 조각이라도 '이어지고 종합된' 이미지를

우리가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

그것이 나의 문제인지 아니면 나에게 정보를 제공해주는 우리 여행자들의 여행패턴때문인지

아니면 스위스자체의 관광전략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러나, 만약 이것이 의도된 관광전략이라면 성공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스위스는 보니, 한번 와 보고는 절대 퍼즐 조각을 다 맞출수가 없다.

조금이라도 도전 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시 와 보고 싶은 곳이다. 

왜냐하면, 이번에 찾지 못했던 한 조각의 퍼즐이..다음에 가면 어디 있을지 이제 알것 같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