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루가노Lugano로 간다.
17.08.2009(월)
'Lugano'는 티치노 ticino 주를 대표하는 스위스 남부의 아름다운 도시이다. 티치노 주는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을뿐만 아니라, 역사상 로마제국의 지배하에 있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면에서 이태리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그런 중에도 특히, 북티치노 지방보다 이탈리아 국경에 가까운 남티치노 주가 특히 더 그러하다. 남티치노주의 대표도시인 루가노는 연중 온난한 기후로 밝고 개방적인 리조트 분위기가 넘치는 명실공히 스위스 남부의 대표적인 국제도시이며 부자도시이다. 이곳을 거점으로 해서 티치노 주의 벨린쪼나, 로카르노, 이탈리아의 코모 호수 및 밀라노 등에 당일 일정으로도 다녀올 수도 있다.
베른에서 3일째이다. 인터라켄에서 들어오던 날 계획은 베른에서 하루만 묵고는 다음날 로쟌느로 숙소를 옮길려고 했었다. 그러나 베른이 스위스에서 교통의 요충지여서 사통팔달 다 연결되는 곳이어서 그냥 그 자리에서 왔다갔다 하는 것이 편할 것 같아 이틀을 더 연장 예약하였다. 실제로, 숙소를 한번 옮기게 되면 그날 오후는 아무것도 못한채 길거리에서 하루를 소모하게 되는지라, 왠만한 거리라면 숙소를 한 곳에 정해두고 왔다갔다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경우가 많다.
오늘은 원래 쮜리히 북쪽 '샤프하우젠'을 갈까했으나, 어제 프랑스어권의 '로쟌느'에 대한 기억이 너무 좋아서, 이 번에도 전형적인 독일어권과는 좀 색다른 이태리권을 방문해 보는 쪽으로 결정하였다.
그래서, 나는 오늘, 루가노Lugano로 간다.
그런데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은
쮜리히에서 '루가노'행 CIS로 갈아타니 역무원도 이태리권 사람으로 바뀌게 되는데..
승무원 고용정책이 '종착역'중심의 지역주의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진 모르겠으나
'루가노'행 기차의 역무원은
벌써 생긴모습, 언어. 행태 등이 독일어권 역무원들과는 매우 다르다.
스위스에서 계속 느끼는 바이지만..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스위스에 대해서 너무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어쩌면 앞으로는 '당신은 스위스 사람?'이라고 묻기 보다는 '당신은 어느지역 사람?" 이냐고
물어야 할 것 같다
베른에서 쮜리히를 거쳐 남부쪽으로 내려가는데..
공장지대를 지나고..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기차길은 첩첩산속을 달리고..
건너편으로 내려다보이는 산악도로들은 얼마안가 터널속으로 빠져들어가고, 나왔다가는 다시 터널속으로..
산 중턱의 곳곳에 대형기중기가 가동중이고..산허리를 잘라내고 부셔내고..
스위스는 한창 대공사중이다.
국가의 70%가 산악인 나라..
산중턱에서 여러 가지로 흘러내리는 빙하녹은 물줄기들이 장관이기는 하지만
통제되지 않은 물줄기들은 관광자원도, 생활용수도..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스위스인의 통제권에 들어온 이상
언젠가는 훌륭한 관광자원이 되어 있겠지~
스위스인들은 자기들에게 주어진 이 척박한 땅을 보면서
어떤 생각들을 할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자다가 깨다가 베른에서 루가노까지 정확히 3시간 46분을 달려 그곳에 도착했다.
루가노 역은 산 중턱에 위치해 있다. 역사를 나와 도로를 건너서 도로 난간에 서니
루가노 시내와 호수가 내려다 보인다.
옆을 보니 시내로 내려가는 표지판이 보인다.
철제 계단을 내려가니 이같은 골목이 나오고,
그다지 번화한 느낌이 들지않아서 다른 길이 있나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여행자 복장의 두 연인이 가는 걸 보고는 이 길이 맞을거라 짐작되어 뒤따라 내려간다.
잠시내려가니 언덕위의 성당오르는 길이 보이고..
입구에는 성모 그림이 내려다 보는 聖水가 있고..
이 물은 지금까지 유럽에서 내가 먹어봤던 물 중에 가장 맛있는 물이었다.
여행중에는 거의 물을 사 먹는데..나는 에비앙보다는 볼빅을 주로 먹는다.
볼빅이 에비앙보다는 좀 더 담백하다해도, 그건 우리나라 물로 치면 일반 정수물수준..
근데, 이 성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삼다수'보다 조금 더 좋았거나 동급이거나 그랬던 것 같다.
다음날, 이 물을 담아오지 못한 것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성당 안 마당에 간지 넘치게 서 있는 성모상~
무릎 관절의 흐름이 절묘하다.
성당을 나와서 다시 시내쪽으로 향한다. 여기부터 로드샵들로 이어진 골목길이 계속된다.
골목안의 로드샵들은 서민적이고 소박하지만 각각의 독특한 센스와 감각들을 가지고 있다.
걸려있는 티 셔츠는 얇은 면으로 되어 있어서 질감도 부드럽고 그림과 컬러감도 밝고 예쁘서
욕심을 내어 봤건만..주인이 없다.
골목길에 세팅된 펍 레스토랑의 단순하면서도 엣지있는 칼러감..
도대체 여기가 스위스가 맞는가???
트램역앞의 거위상
골목이 끝나는 지점에 치오카로 광장이 있고, 이 광장의 윗쪽에 미니 트램정거장이 있다.
트램은 구시가와 루가노 역을 연결해준다.
치오카로 광장에서 오른쪽 골목으로 내려가니
입구에 채소와 과일을 취급하는 가게가 여행객의 시선을 끌어들인다.
작은 골목 빠져나오니 맞닿는 가게에 대형 소세지 가게..
디피도 상당히 과감하고 적나라하다. 독일어권처럼 조심스럽거나 아기자기하지 않다.
그 곁에는 재래시장답게 꽃 가게도..
좁은 골목시장을 빠져나오면 구도시의 중심지인 리포르마 Riforma 광장이 나오고
이곳에는 카페나 상점이 늘어서 있다. 한 면에는 시청이 있고, 중앙에는 분수대가,
다른 한쪽 귀퉁이에 '관광국'이 있다. 이 곳에서 보행자 전용도로인 '나싸거리'를 통하여 윈도우 쇼핑을 즐길수도 있고, 호반산책길을 걷거나 주변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이태리식 피자나 파스타를 즐길수도 있겠지만..
난, 오늘 '간드리아'를 다녀와야 하므로, 루가노 시내 관광은 다녀온 후로 미루기로 한다. 해서..
선착장부터 알아봐야 한다.
호수가로 나오니, 호수를 둘러싸고 왼쪽 언덕과 오른쪽 언덕에 빼꼭히 들어차 있는 집들이 보이고,
호반입구에는 1인용 모터 보트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이 정겹다.
그리고 그 옆에 호수 유람선 선착장과 정기선 선착장이 있다.
선착장 옆에 자그만 티켓팅 센터가 있는데..
혹, 유레일 패스 소지자는 프리패스가 되나하고 물어봤더니..보잔다. 보여주니 안된다고 되돌려준다.
호수정기선의 경우, 일반적으로 대중교통으로 치므로 대체로 무료로 통과시켜 주는데..왜왜왜~?
왜 안된다는 건가? 물었더니..
*&%$*$# *$$&..이태리말로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알아들을수가 없다. 알았다..하고는,
그냥 돈을 주고 티켓팅을 하였다. 거금 24CHF~!!!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패스에 '당일 사용확인 스탬프'가 없었던게 문제가 아니였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셀렉트 패스'를 가지고 있었는데,
베른에서 올 때 분명 개시를 한다고 날짜까지 적어서 역무원한테 보여주었는데..
그 역무원이 '생큐~' 만 하고는 스탬프를 찍어주지도 않고 그냥 지나쳤다. 두 사람이나 그랬다.
그래서 얘들 왜 이래~? 이랬는데..이런 불이익이 있을 줄이야..
어쩌면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의도적인 패스였나~?? 그럴지도 모른다ㅜ.ㅜ
독일권에서는 여측없이 개시하는 날 젤 처음 체크하는 역무원이 반드시 스탬프를 야무지게 찍어줬는데..
그때는 뭐 이리 철저하게 하나..내가 속여먹는 것도 아닌데..속으로 그랬는데..
어차피 그날 여러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개시 스탬프를 일찌감치 찍어두는 것이 유리함을 이제 알게 되었다.
결국, 돌아오는 기차에서는 도장을 야무지게 찍어주었다. 그 시간에는 그리 매매~ 찍어주지 않아도 되는데..
루가노 선착장 주변의 좌우 풍경..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호반산책로의 가로수가 시원스럽다.
간드리아에서 나올때는 '파라디소' 선착장에 내렸다.
호반을 둘러싸고 있는 호반산책로를 걸으면 구시가까지 10-20분정도 걸린다.
호반에 돌출되어 있는 선박거치대는 호반의 낭만을 더해주는 중요한 장치이다. 얘를 보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파라디소 광장의 동상과 나싸거리의 조각품..
'루이니 광장'에서 '리포르마 광장'으로 걸어나온 보행자 전용도로이며 루가노의 가장 번화한 쇼핑가인
'나싸거리'
나싸거리에는 상당히 비싼 유명브랜드의 시계 매장, 의류매장, 잡화점, 식료품점 등이 늘어서 있는데..
독일계 스위스권과는 달리 윈도우 쇼핑이 즐거울만큼 디피감각이 뛰어나다.
아마도 패션의 도시 밀라노와 인접해 있는 이태리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간드리아에서 시간을 약간 많이 할애한 관계로 루가노를 즐길 시간이 다소 부족했다.
게다가, 베른으로 돌아가는 기차편의 시간때문에 구석구석 보지는 못했으나..
이 도시에 발을 내딛는 순간, 지금까지와는 다른 색다른 느낌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자유의 느낌이고 예술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이국적인 느낌이다 특히, 이태리스러운..
예를 들면, 벽이나 건물들은 밝고 깨끗하기 보다는 약간 칙칙하고 지저분한 느낌이 있으면서도
낱개 소품들의 강렬한 색감으로 포인트를 주어서 기질적으로 정열적인 그들의 감성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그들이 스위스인임을 보여주는 부분은
좀 더 도도하고 신중하고 자기 일에 성실하다는 점.
이런점은 프랑스권인 '로쟌느'에서도 느꼈던 점이다. 분위기는 상당히 프랑스적이지만
여전히 그들은 도도하고 신중하고 성실하다는 점에서는 스위스인이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