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배우의 애잔한 눈빛 연기가 좋았던, 파주
파주..
참 복잡한 플롯과 복잡한 감정을 남긴 영화..
그러나, 그 속에서도 뚜렷이 인상에 남는 것 하나
바로, 그들의 눈빛..
그녀가 중 1일때 공부방 선생님으로서 처음 만난 이후,
처제를 불 때면 늘 안스러이 흔들리는 형부의 눈빛 ..
형부를 보면서 늘..무언가 할 말이 있을듯한 처제의 눈빛..
이 영화는 두 남녀의 주고받는 눈빛으로 완성된 영화이다.
그 속에 그들이 표현하고픈 모든 감정과 대화가 모두 들어있다.
영화에서는 그들의 감정에 대한 표면적 대화는 단 한 장면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들의 서로에 대한 감정은 너무나 강렬해서
이미 말을 하기도 전에
스크린을 벗어나 관람객들에게까지 흘러넘친다.
'언니를 사랑했어요?"
'난, 언니를 사랑하지 못했어~'
'난요~?'
"난 한번도.. 널 사랑하지 않은적이 없었어~"
영화는 두 사람의 눈빛을 통하여 어떤 감정의 교류를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고..
결정적으로 두 사람의 대화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함으로서
마치, 영화가 넘어서는 안될 관계에 있는 남녀간의 세속적인 사랑을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겠으나..
그렇게 단정할만한 단서는 그 어디에도 없다.
왜냐하면..
형부가 그녀를 한 순간도 사랑하지 않았던 순간이 없었다고 말하는 순간..
왜 그순간, 은모는 그를 배신하고 싶어졌을까?
그리고, 왜 한번도 '형부'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던 아이가
그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면서 갑자기 그를 형부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중식의 은모에 대한 사랑은
우리가 짐작하고 있는 것처럼 정말 이성으로서 느끼는 에로스적 사랑일까,
아니면..
혼자 남겨진 어린처제에 대한 보호자로서의 사랑이었을까..
또는 종교신학을 공부한 한 젊은 목회자의 길잃은 어린양에 대한 초월적사랑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상당히 다의적 해석을 가능케하는 영화이다.
그러나, 어떤 관점에서 해석을 하건 또는 어떤 종류의 사랑이건 간에
늘 중식이 은모에게 보내는 애처러운 듯이 건너다보는 눈빛과
늘 무언가 갈구하는 듯한 은모의 눈빛은
어느 경우에라도 짙은 호소력을 갖는다.
특히, 이 영화에서 이선균의 호소력 짙은 중저음의 목소리는 그의 흔들리는 눈빛과 함께
관객들의 가슴을 애잔하게 만드는 최고의 장치였다
점차 좋은 배우로 성장해가는 한 배우를 보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