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영화읽기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노코미스 2009. 11. 1. 23:41

 

 

 

 

난 원래 마이클 잭슨의 열렬한 광팬은 아니다. 아니, 사실은 팬이랄수도 없었다.

그저 남들이 '마이클~'하고 열광하면 얼굴한번 돌려서 쳐다봐주는 정도 즉, 유명인에 대한 호기심 수준이었다고나 할까..

 

그의 노래에 대해서 내가 흥얼거리는 것도 워낙 노래자체가 많이 불리워져서

 스스로 내 귀에 들어와 익숙해진 것들이지 내가 일부러 그의 노래를 익힌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유작이 된 이 영화를 보고자 했던 것은 최소한,

이제 더 이상 살면서 그를 이해할 시간이 없어진 한 사람에 대해서 오해는 없어야겠다는,

나의 입장에서는 그를 잘 모르는 것도 오해의 일부이다는 얄팍한 인간적 양심같은 것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도대체 그가 어떤 사람이기에 전 세계의 남녀노소가 그의 죽음을 그토록 슬퍼하고 애닯아하는가와 관련된 호기심 때문이기도 하다.

 

'디스 이즈 잇' 은 마이클 잭슨이 12년만에 준비하는 월드 투어 공연을 위한 리허설 장면을 녹화한 영화라고 하니

그의 진면목을 오히려 솔직히 볼 수 있겠다 싶어 일요일 아침부터 뛰어가서 표를 끊었다.

 

근데, 보는 내내 가슴이 벅찼다.

 

참 많은 사람들이 그를 추모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참 많은 사람들이 그를 폄하하기도 했었다.

나 역시 직접적으로 그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으나 은연중에 그를 기인으로 오해한 부분도 없쟎아 있었다.

 

예를 들어, 정말 성형중독자일까..

소아성애자일까..

세상물정모르는 유아기적 사고를 가진 사람 아닐까 등등..

 

에 대해 근거없는 생각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땐 굴뚝에 연기나지 않는다며..

 

물론 그 중에는 아직도 내가 모르는 것이 있긴하나..

이 필름을 통하여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새롭게 수정하게 될 것 같다. 

 

 

 

메스컴에서 지팡이 짚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저런 체력으로 과연 그가 월드투어를 해 낼 수 있을까 했는데

이 필름에서 그는 약간 마르긴 했으나 여전히 50대라고 하는 나이를 무색하게 할 날렵한 동작을 여전히 보여줄 뿐 아니라,

 상당히 창의적인 기획가이고 그리고 스케일이 큰 대형 엔터테이너로서의 면모도 보여준다.

 

물론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서 가장 좋았다.

 

 

리허설 내내,

자신의 무대에 대해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들을 내어 놓는 걸 보면서 연출자가 시키는대로만 따라하는 단순한 광대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한 분야에서 최고라는 찬사를 받을 만한 충분한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감성이 매우 풍부한 사람이다.

음악적 감성뿐만 아니라..총체적으로 예술적 감성이 매우 풍부한 사람이었다.

세션맨과 호흡을 맞출 때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하여

'아침에 간신히 일어나는 느낌으로 박자를 끌어라', '달빛이 몸에 스며드는 것처럼 천천히~'라는 표현을 할 때

그 표현이 너무 아름다워서 나도 모르게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저렇게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니 거친언어를 거침없이 뱉어내는 대중들로부터 상처도 참 많이 받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많이 아리었다. 

 

 

그는 사람에 대한 사랑도 참 많은 사람이다.

그가 입에 달고 다니는 '아이 러브 유'가 단순히 입에 붙은 말이 아니라 그의 진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함께 작업하는 보컬과 키타주자들을 한 명씩 그의 무대에 불러올려서 반드시 한번씩 기회를 준다.

그리고 그 무대에서는 그들이 최고가 되도록 기회를 준다.

그런 모습에서 가식이나 과시하는 모습같은 것은 아예 없었다. 진심으로 그들이 최고가 되고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이 필름을 보면서, 그래도 마이클이 그렇게 외롭지는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행이었다.

 

왜냐하면 클레인 작업을 할 때, 마이클 주변의 사람들이 그를 정말 걱정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테가는 그가 저 클레인에서 위험하지는 않을까..계속 '너의 안전이 제일이야'라고 걱정했고..

마이클은 '좀 더 높아도 괜찮다'고 위로한다. 

 

그들의 대화는 단순히 일만을 위해서 만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고,

진심으로 서로를 걱정하고 배려하고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으므로,..

올테가는 끊임없이 '마이클, 우린 널 사랑해'라고 그의 마음을 전달했고,

그는 고맙다는 말 대신 '갓 블레스 유'라고 응답하는 것에서 진심으로 서로를 아끼면서 작업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리허설 내내 그의 존재감은 대단하지만, 한번도 큰 목소리로 그의 존재감을 드러낸 적은 없다.

스탶들을 몰아칠 때도 언제나 나긋나긋하나 목소리로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말한다.

 

리듬은 가장 원형대로, 액티브는 다이내믹하고, 장치는 가장 극적으로, 감동은 달빛이 몸에 스며들듯이 서서히..

그것이 그가 요구하는 핵심이다.

 

 그 요구의 중심에는 관중이다.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와서 열광하고 환희를 얻어갈 수 있도록..' 그것이 그의 카리스마의 핵심이다.

그의 원형적 카리스마는 그 큰 무대를 압도하고..

 

그의 공연에 참여하게 된 스탶들은 그와 함께 공연하게 된 것만으로도 열광하고 흥분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는 올테가가 '마이클 교'라고 표현한다. 그렇다. 그는 그들뿐만 아니라 우리시대의 교주로서 충분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리허설을 마무리하면서 스태프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관객들에게 최고의 환희를 안겨주고 싶다.

사랑을 퍼뜨리고 더 늦기전에 아름다운 지구를 구하자는 메시지를 전하자'라는 꿈을 말할 때,

그 메시지조차 한 종교의 교주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서 정말 손색이 없다.

 

그 대규모의 거대한 작업을 3월부터 사망 10여일 전인 6월말까지 3개월에 걸쳐 매일매일 해 내면서도

얼굴에 피곤한 모습이나 짜증스러운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언제나 얼굴에 다정한 미소를 지닌채, 매너있게 스탶들을 독려한다.

유명인으로서 당연히 가졌을거라고 생각했던 오만이나 거만함같은 것은 찾아볼래야 볼 수가 없다.

 

난 그동안 어리석게도 그의 입가에 번져있는 미소가 카메라를 의식해서 보여주는 가식이라고 생각해왔다.

내가 얼마나 큰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지..

 

보는 내내 날 반성한다.

 

결론적으로 그는..

지구에 대한 사랑,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 인간에 대한 사랑,

사랑이 너무 많아서 상처가 많았던 사람이었던 거 같다.

 

연출된 공연이나 연출된 필름속에서의 그는 그가 아니었다.

그런 필름속에서의 그는 단지 노래 좀 잘하는 가수이고 춤 좀 잘 추는 춤꾼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진짜 모습은 그보다 훨씬 훌륭하고 위대했다.

 

그것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리고..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