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제자들과 함께 한 2009 마지막 점심 '칠산 고가'
오늘은 가까이 지내는 반 대표들과 올해 마지막 식사를 함께 하기로 하였다.
어제까지 일단계 일을 마무리하고 들어왔으므로 오늘 내일은 학교에 나가지 않고 쉬기로 하였다.
그런 이유로 오늘은 우리동네에서 점심먹기로 하였는데 갈 곳을 생각하다 문득 한달전 쯤에 신문사이에 들어온 개업 유인물이 생각났다.
'칠산고가'라는 단어와 더불어 유인물 전면에 인쇄되어 있는 단아한 기왓집이
최근에 상업적 목적으로 지어지는 집들과는 다소 분위기가 달리 느껴져서 다음에 한 번 들러봐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던 집이었다.
위치는 약도상 롯데 아울렛 건너편 칠산동 초입쯤 되어보였다.
한번에 찾지는 못했지만 주변을 한바퀴정도 돌은 후에 바로 찾아서 들어갈 수 있었다.
입구에 서니 담벼락이 낮으마한, 새로 지은 기왓집이 단아하게 앉아있다.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비치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노란 흙바닥이 깔린 안뜰이 내려다보이고
바람결에 부딪히는 추녀끝 풍경소리가 평화롭다.
우리는 다른 메뉴 중에서 간단한 '간장게장 정식'을 먹기로 하였다.
15분여가량 기다리니 밥상이 차려진다. 음식의 종류는 많지 않지만 우선 량이 넘치지 않아서 좋다.
요즘 우리들의 식탁은 너무 과해서 탈이다.
음식들이 많은 조미료를 사용하는 것 같진 않다.
조미료의 단맛보다는 시골 할머니집 장독간에서 나온듯한 약간은 거칠은 맛이다.
가장 좋았던 것은 밥이다.
2중 뚝배기 솥에서 익혀진 밥은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워서, 사실은 '게장이 밥도둑'이 아니라 '밥이 게장 도둑'이 되었다.
저 한 그룻을 게눈 감추듯이 뚝딱 해치웠다.
밥이 저렇게 기름진것은 좋은 쌀을 사용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 같은 이중뚝배기에서 익혀진 때문이기도 하다.
아~차, 저걸 하나 구입한다는 걸 잊었다..
사실 밥도 그닥 나쁘진 않았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이 사랑채이다.
내가 우연히 한 번 본 '광고찌라시" 에 필이 꽂혀서 고생고생해서 찾아왔다는 사설을 풀었더니,
사장님께서 식사하고 사랑방에서 따뜻한 차한잔하고 가라고 권하신다.
돋움식 툇마루와 조화되지 않은 옷차림으로 사랑채 찻방으로 들어서니 뒷켠 가마솥불에 의해서 데워진 온돌이 절절 끓고 있다.
기분좋은 열기가 온 몸에 번져오른다.
주인장이 손수 지어주시는 보이차를 마시며, 차맛만큼이나 깨끗하고 구수한 그의 입담을 즐기다보니
거의 4시간이라는 시간이 이야기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미리 맞추어 놓은 알람소리가 없었더라면 날밤이라도 세웠을 것 같다.
주인장이 원래부터 요식업을 하던 분이 아니라 최근 현대인의 '먹거리에 대한 관심'에서 음식업을 시작하다보니
'칠산고가'를 식당의 개념보다는 삶에 천착된 것으로서의 문화를 논하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이미지'로 가꾸어가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계신듯하다.
뜻이 맞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환영하실 것 같다. 밤새워 차잔을 비워내며 세상을 노래하고, 문화와 역사를 논하고..
나름 내공이 대단하신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