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영원한 궁전, 경주 불국사
토함산 서남쪽에 자리잡은 佛國寺는 불국토의 이상을 조화와 균형으로 표현한 부처님의 궁전으로, 신라인들의 과학과 미학이 이뤄낸 통일신라 문화의 정수이다. 일연이 저술한 <삼국유사>에 의하면 751년(경덕왕 10년)에 김대성이 현생의 부모를 위해 창건했다고 한다. 불국사는 신라의 건축기술과 불교, 토함산의 수려한 자연경관이 만들어낸 통일신라시대 사원예술의 걸작이다. 불국사 경내는 사적 및 명승 제 1호로 등록되어 있다(1995년 12월 9일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비유리플 경주에서 발췌-
중3때 수학여행가고 처음이니 엄청난 세월이 흘렀다.
무슨 바람이 부는 것인지..근래에 계속해서 내 나라 내 땅에 대한 궁금증이 날 방망이질 한다.
왠만하면 다음날 월요병을 걱정해서 일요일은 잘 움직이지 않는데..뒤늦은 내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쓰나미처럼 밀려와서 날 바깥으로 내몬다.
같이 갈 만한 지인 두명에게 연락했더니 '여자'는 바쁘다는 핑계로 다음기회로..연기하자고 하고, '남자'는 같이 가겠단다. 내가 기대했던 바이다.
여행은 뜻이 맞는 사람끼리 가야하는데, 동행해주려는 선배는 날 잘 지원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 다행스럽다.
불국사이다.
역시 내조국 내 땅이라도 처음오는 사람이 많다. 앞에서 인증샷부터 찍고..^^
조금 걸어올라가니, 높은 축대위에 자리잡은 전각이 보인다. '앙코르와트'나 '로마 유적지'나 내가 본 몇곳되지는 않지만, 그들과 비교해볼 때 여전히 소박하기 그지없건마는.. 아무래도 규모보다는 관념적인 조형미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할 것 같다. 불국사 경내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석축위는 불국이고, 석축 아래쪽은 범부의 세계라는 상징성이다. 우리는 범부의 세계에서 불국의 세계로 들어갈 것이다.
청운교 아래쪽에 만들어진 홍예문이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석축에 둥근 곡선으로 변화를 주어서 생동하는 기운을 불러 일으킨다고 해석한다. 전문가의 해석을 듣고 보니 그럴 듯 하다.
원래 이 석축 아래 쪽은 연못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보름달이 휘황한 날에는 석축위의 청운.백운교와 연화.칠보교, 긴 회랑과 경루, 종루 등 누각들이 물 위에 비쳐 절경을 이루었다고 한다.
백운교 왼쪽에 지금까지 남아있는 이 수구는 토함산의 물을 끌어내려 연못으로 물이 떨어지게 하는 장치이다. 이 수구에서 연못으로 물이 떨어지면 거기서 이는 물보라에 무지개가 떳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상상만으로도 아름답다.
이 사진에서 또 하나 발견할 수 있는 불국사의 특징은, 쌓아올린 석축의 단아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모습이다. 1층 기단엔 큰 돌을, 2층 기단엔 작은 넷돌을 쌓으면서 변화를 주었을뿐만 아니라, 2층 기단에는 작은 돌들이 두서없이 섞여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인공적으로 반듯하게 다담은 돌로 중간중간 기둥을 세워 정리를 해 주고 있다. 자연석과 인공으로 다듬어진 돌이 서로 화합하여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다.
석축 아래에서 올려다 본 누각 '범영루'이다. 범령루는 그것을 바쳐주는 주춧돌의 조립이 특이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주춧돌은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각기 8단의 판석으로 조립되어 있는데, 밑부분을 넓게 하고 중간에는 가늘고 좁게 하다가 다시 밑부분과 같이 넓게 쌓고 있는데, 이런 건축양식은 다른 건축에서는 한번도 나타나지 않은 특이한 양식으로서 모방할 수 없는 신라 특유의 슬기로 본다.
청운 백운교와 연화칠보교 사이에 올라앉은 범영루와 좌경루의 처마가 하늘로 날아오를 듯 비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불국세계의 위엄과 더불어 조용히 비상하고자 하는 상승감을 전해준다.
경내로 들어와서 자하문으로 나가서 청운교 위 테라스에서 '대웅전'을 바라본 모습이다. '자하문'은 석가모니의 피안세계인 대웅전으로 들어서는 관문이라 기록되어 있는데, 그 기록이 틀리지 않은 모양이다. 단순히 물리적인 음영의 대조로 인한 착각일망정 자하문을 통하여 보여지는 대웅전은 마치 영원히 빛나는 피안의 세계처럼 보여지고 있다.
불국사 대웅전 경내로 들어서면 불국사의 사상과 예술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석가탑과 다보탑을 볼 수 있는데, 다보탑은 현재 보수 공사 중이라서 살짝 외면하고 돌아서니, 마침 역광을 타고 우뚝 솟아 있는'석가탑'(높이 8.2m, 국보 제 21호)의 위엄이 대단하다. 석가탑은 '석가여래상주설법탑'을 의미하며, 다보탑은 '다보여래상주증명탑'으로 불교의 이상이 이곳에서 실현된다는 깊은 상징성을 갖는 탑이라 한다.
그런 상징성이 아닐지라도 석가탑은 치밀한 계산으로 만들어진 완벽한 균형미를 갖춘 탑이라는 찬사도 받고 있다. 1층의 몸돌과 2,3층의 몸돌의 비율이 4:2:2를 보임으로서 보는 이로 하여금 안정감과 상승감을 느끼도록 건축되어 있단다. 한가지 아쉬움은 기단부와 탑신부에 비해서 상륜부가 다소 무겁고 시끄러워보이는 것은 그것이 원래 모습이 아니라 석가탑보다 100년이나 뒷날 남원 실상사 삼층석탑의 상륜부를 그대로 본떠서 만들어 얹었기 때문이란다. 역시 미술은 약속된 코드의 표현이란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코드가 맞지 않으니 뭔가 매끄럽지 못하다.
이 석가탑은 또한 '무영탑'으로 불리기도 한다. 즉, 그림자가 없는 탑이란 뜻이다.
1966년 석가탑 보수공사중 석탑안에서 발견된 '무구정광 다라니경(국보 제126호, 국립경주박물관 소장)이다. 세계최고의 목판인쇄물이란다.
대웅전 바로 뒤편에 있는 '무설전'과 '지장보살 김교각 스님'에 대한 안내문
'말이 없는 곳'이란 의미를 가진 '무설전'은 원래 경론을 강의하던 곳이지만, 1997년 이후부터는 지장보살의 화신이라 하는 전설의 '김교각 스님'을 모시는 지장도량으로 사용되고 있다.
무설전 뒤편에 있는 '관음전'에 이르기 위해서는 이 가파르게 깍아지르고 있는 '낙가교'를 올라야 한다.
낙가교를 올라 '관음전'을 바라보니 해질녁에 석양을 등에 엎고 보살님의 비질이 한창이다. 깨끗하게 비질된 도량에 먼지를 옮기기가 미안해서 바로 왼쪽 아래편에 있는 비로전으로 향한다.
비로전으로 내려가기 위하여 관음전 좌편 출입구에 서니 비로전을 향하여 열심히 간구하는 한 중생의 모습이 보인다. 고요한 산사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비로전은 무설전 뒤쪽 높은 곳에 있으며 관음전 왼쪽 아래에 있다. 건물은 1973년 대복원공사때 고려시대 양식으로 지은 것이고, 비로전 안에는 안치되어 있는 비로자나불은 통일신라시대때 조성된 것이다. '비로자나'란 '빛을 발하여 어둠을 쫓는다'는 뜻으로, 여러부처 가운데 가장 높은 화엄 불국의 주인이 되는 부처란다.
다시 아래쪽으로 내려와서 무설전과 대웅전의 서쪽 회랑에서 계단을 밟고 내려서니 아미타불 극락세계의 중심이라 하는 '극락전'이 있다. 석축 아래쪽에서 보면 연화.칠보교를 밟고 안양문으로 들어오면 바로 이르게 되는 곳이다. 극란전은 화재로 여러번 소실되고 여러 번 중창되었다가, 현재의 건물은 1925년 일제때 세워진 것이다. 기단부는 원래 신라때 만들어졌던 것이고, 위에 지어진 건물은 근래의 양식이다. 석등앞에는 2008년 황금돼지띠 해에 조성해둔 금돼지 조상이 마련되어 있어서 복을 구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극란전에서 안양문으로 나와 안양문 테라스위에서 사찰 누각의 측면을 바라보니 아래서 올려다볼 때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많은 특징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진정 이곳에 서니 불국의 세계에 선 듯.. 감상도 잠시, 선배가 눈에 뜨이지 않아 찾아보니 범부의 세계로 이미 내려가 있다. 석굴암 올라갈 시간이 급한가 보다.
<불국사의 가람 배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