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스틸 컷에 담겨진 발트해의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더 슬펐던 영화 '사랑후에 남겨진 것들'
엄격하게 말하면, 이 영화는
'중년에 사별한 배우자에게 남겨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자녀들도 아무탈없이 잘 키워서 다 결혼시키고
1-2년 후면 정년퇴임하는 남편과 그동안 그렇게 가보고 싶었던 일본도 가보고..
가서,
후지산도 보고, 사꾸라도 보고, 그림자 댄스라고 하는 부토공연도 관람하고..
중년의 로맨스를 계획하고 있는 부인에게 갑자기 찾아온 남편의 위독설..
남편과의 이별이 너무 가슴아파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혼자 가슴앓다,
아픈 남편 남겨둔채 먼저 가버린 부인..
털 니트하나로 팔 한쪽씩 끼우고 그렇게 감싸주고 안아주던 사랑이 가버린 후,
남편에게 남겨진 것은 무엇일까?
그리움..? 사랑의 확인..?
그런 것에 앞서
혼자 남겨진 아버지 부양에 대한 자식들의 부담스러움은..?
중년의 삶에서
갑자기 찾아오는 배우자의 죽음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이다.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도 독창적이면서 차분하다.
아쉬운 것은
감독이 일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신비주의적 오리엔탈리즘이 너무 많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
물론, 이 점이 거슬리거나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한국사람들뿐이겠지만..
P.S: 훗날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이야기'를 보면서 나는 깜짝 놀란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플롯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고향에서 죽기전에 또는 더 늙기전에
도시에 사는 자식놈들 얼굴한번 볼 것이라고 찾아가지만
도시 생활이 녹녹치 않은 현대인들..
자식들은 생계가 걸린 이런 저런 이유들로 멀리서 올라온 부모이지만 제대로
챙기지도 대접도 못한다.
결국, 부모를 챙기고 가이드하고 하는 사람은 '남'이다.
동경이야기에서는 세계제2차 대전에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
혈육한점업는 둘째 며느리가, '사랑후에 남겨진 것들'에서는
막내딸의 레스비언 파트너가 그들의 부모를 안내하고 보살핀다.
그러던 중,
자식들 얼굴이라도 봤다고 기쁘하던 엄마들이 밤새 세상을 하직한다.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
대체로 독일사람들이 극동아시아 중에서도 유독 일본을 좋아하는 줄은 알았지만
'사랑후에 남겨진 것들'을 보면서 그들이 정말 일본을 많이 동경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동경이야기'를 보고나니 동경수준을 벗어나 거의 존경어린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사랑후에 남겨진 것들'은 독일감독 도리스 되리의 오즈 야스지로에 대한 오마쥬임을 새삼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