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영화읽기

미남이시네요

노코미스 2010. 3. 31. 02:23

 

 

 

 

 

아~ 재밌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프랑스영화들이 대체로 파리라고 하는 냉혹하고 화려한 도시를 배경으로

잘난척하는 파리지엥들을 주인공으로 세워서 별 내용도 없는 것을 있는체 말로 포장하는 듯한..

한 마디로 별 실속없는 영화들, 그것을 그들은 블랙코미디라고 하더라만, 이 주류였다면

이 영화는 프랑스 남부의 따뜻한 지형만큼이나 따뜻함이 있는 영화라,

어쩐지 프랑스가 아닌 우리나라 시골 어디에선가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같다는..

 

상당히 스토리가 친숙한 느낌이 드는 영화이다. 

 

 

대도시의 세련되고 화술좋은 깍쟁이같은 궤변론자 파리지엥들만 보다가,

이 영화의 캐릭터를 보니, 프랑스에도 저런 사람이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지만,

어쨋거나 프랑스인이 주인공인 것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영화라기 보다는 시골사람이 주인공인 영화이다.

 

시골사람 특유의 무뚝뚝함, 건조한 부부관계,

모르면서도 아는체해야 무시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진함이 눈에 보이는 잘난척함,

자신이 했던 실수를 다른 사람이 했을 때 나는 다 아는데 너는 그것도 모르냐는 듯이 훈계하는 모습이 어설픈 당당함..

이런 모습들이 우리주변의 소시민들이 보여주는 모습들과 너무 닮아있어 많이 웃었다.

 

이 조그많고 늙은 중늙은이 '에메'는 프랑스 파리로부터는 좀 떨어져 있는 프랑스 남부의 어느 시골에서

오로지 농사짓고 소젖짜고, 토끼 기르는데만 관심있는 전형적인 고지식한 농사꾼이다. 

 

 

시골생활을 하는데에는,  

비록 식어빠진 샐러드를 만들어주는 마누라이고,

생각이 늘 도시나 텔레비젼에만 가있고 머리속에는 도대체가 뭣이 들어있는지 한심하고 멍청한 여편네에다가, 

한푼 벌줄은 모르면서 고기 판돈 5유로정도는 우습게 알고 계산을 악착같이 받아내지 못하는 한심한 마누라일망정.. 

살림을 살아 줄 아내는 있어야 한다.

 

졸지에 예기치못한 감전사고로 그닥 애틋함도 없는 아내를 먼저 보낸 '에메'는

아내를 잃은 그깟 슬픔쯤은 극복할 수 있지만(ㅎㅎ..), 그 넓고 일많은 농장을 혼자서 운영해나가는 일은 극복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부인이 죽은지 10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쩔수없이 사랑을 연결해주는 '결혼 상담소'를 찾을 수 밖에 없다.

 

 

 

그가 필요로하는 여성은 젊은 여성도 예쁜여성도, 꿈이 많은 여성도 아니다.

오히려 소젖을 짤 줄 알고 털달린 고양이를 세탁기에 집어넣고 돌려서 세탁기에 고장을 일으키지 않으면 되는 그런 여성이다.

그런데 프랑스에는 영화나 연극을 일주일에 몇번 관람하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도시생활을 즐기기를 원하는 여성은 있지만,

시골에서 소젖을 짜고 토끼를 기르고 세탁기를 돌리고 싶어하는 여성은 없다. 

결국, 결혼상담소에서는 '에메'에게 루마니아 여성과 국제결혼을 권한다.

 

이 부분에서 참 재미있었다.

우리나라 농촌총각들이 자신의 짝을 주변의 저소득국가에서 찾는 것과 같은 현상이

프랑스나 다른 유럽국가에서도 일어나고 있구나..하는 점이. 결국 인간이 살아가는 구조는 참 비슷하구나..

 

 

 

유럽이라서 그런가..?

그냥 하나의 현상으로 지나쳐도 될 부분이지만 감독은 이런 현상에 대해 살짝 입장정리를 하고 넘어간다.

즉, 가난한 국가의 여성을 데리고 와서 돈을 지불하고 결혼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타당하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

에메와 결혼상담소 소장의 입을 빌려서 입장을 정리한다.

 

에메는 처음에는 외국여성을 저임금으로 사오는 것에 대해서 '인신매매'가 아니냐고 우려하고,

이 죄의식적 관점은

엘레나를 데려올 때까지도 끝까지 지속된다. 그런 마음이 엘레나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혼상담소 소장의 입장은 다르다.

소득이 낮은 루마니아여성이 프랑스 남자와 결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그들의 행복을 실현시켜주는 것'이라고.. 

그 말도 일리가 있다. 왜냐하면 억지로 끌고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행복을 위하여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쨋거나, 에메는 루마니아로부터 낯모르는 처자를 데리고 오는 것을 처음부터 떳떳이 밝히지 못한 채,

떠날때도 이웃들에게는 독일의 무슨 기계 박람회에 간다고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고,

프랑스로 데리고 온 날도 집으로 바로 데리고 오지 못한 채,

루마니아에 살고 있던 먼 친척을 어쩔 수 없이 떠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처럼 꾸며서 

그녀를 데려올 수 밖에 없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런 연극을 하는 세련되지 못한 시골남자의 순진한 모습을 상당히 재밌게 연기한다^^

 

 

 

 

엘레나는 에메보다 훨씬 젊고 그의 피앙세가 되기에는 넘치도록 아름답건만 그와 결혼하기를 원한다.

왠지는 알수가 없다.

 

그녀의 꿈은 처음 만난 프랑스남자와 결혼하는 것이다.

그러나 허욕이 있는 여성은 아니다. 그녀의 캐릭터는 애매모호하다.

정말 에메를 사랑해서 다정하게 잘해주는 것인지 아니면 오로지 자신의 다른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잘해주는 것인지..

 

 

 

가끔은 꼬셔서 외식도 하고 함께 디져트를 먹으며서 로맨틱한 분위기도 조성해보지만..

 

아무리 프랑스라고는 하나 이 남자는 역시 대범하지 못한 전형적인 시골남자이다.

집에 먹을거두고 나가서 외식하는거 자체가 아깝고..ㅎㅎ

 

여자가 스탠드 램프에 핑크빛 스카프 걸쳐놓고 야릇한 분위기 조성하는 것도 천박해보이고, 

오데코롱 뿌려놓고 요상한 잠옷입고 자신의 침실에서 섹시한 자태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은

섹시하고 좋기는 하나 생전 처음 경험하는 그런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그럴 때 자기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또 한편으로는 혹시나 저 여자가 창녀출신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

 

이런 복잡한 심정을 스스로 추스려서 정리하는 세련된 남자가 아닌

오히려 마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자신의 낯선감정을 표현할 수밖에 전형적인 시골남자.. 

 

 

 

이런 시골남자앞에 서있는 엘레나는 혼란스럽다.

에메가 전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것 같고 게다가 사랑받고 싶어서 하는 행동때문에 창녀취급까지 당하니

그녀는 점차 프랑스 생활에 의욕을 잃어간다.

설상가상으로 루마니아에 두고 온 딸은 오히려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프랑스 남자랑 결혼한 걸로 오해하고 있고..

 

그러던 중,

그녀가 지금 행복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쓴 버려진 편지를 통해

에메는 엘레나의 슬픔을 읽는다. 

그러고는 그녀의 행복을 찾아주기 위하여 에메는 뭔가 계획을 세운다.  

이 순진하면서 짠돌이같은 시골남자가 슬픈 엘레나를 위하여 해 줄 수 있는 무엇일까?

 

그녀를 고향으로 보내주는 것일까?

그녀와 결혼을 해주는 것일까?

아님, 다른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

.

.

 

보고난 소감을 정리하자면,

영화의 스토리는 진부할 수도 있는 내용이고,

스토리 구성에 다소 설명되지 않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상황을 풀어나가는 방식과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은 나름 재밌었고 결론도 무난하다. 

 

영화에서 제시되는 상황은 개개인의 삶의 관점에서 본다면 상당히 심각한 상황들이라 할수있겠지만

감독은 그 상황들을 가볍게 터치함으로서 사람이 상황에 매몰당하지 않도록 하고 있고,

그러면서도 우리삶에서 매 선택의 순간에 빠뜨릴 수 없는 윤리적인 부분들 역시,

너무 깊이 심각하게가 아니라, 무심치 않을 정도로 가볍게 짚고 넘어감으로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영화의 결론에 대한 자신의 감정에 어떤 오점없이

상쾌한 감동을 받도록 배려하고 있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좋은 영화로 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