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living/동네 산책

1년만의 산행, 굴암산 오르기..

노코미스 2010. 4. 3. 22:04

 2010. 04. 03(토)

 

요즘 몸이 많이 허약해져 있음을 자각한다.

어떻게하든 몸을 건강하게 할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자주 다짐을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실천이 잘 되질 않는다.

 

어제는 늦은시간 야간수업까지 마치고,

 지난해 졸업한 졸업생들이 놀러옴으로 연구실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느라 새벽에 귀가하였다.

 

늦게 잠들어서 피곤하였던지 9시가 되어서야 눈을 떴다.

근데, 창을 여니 세상은 어제와는 달리 완연한 봄의 기운으로 다가온다.

음~ 이제 동면에서 깨어날 때가 된 것 같다.

 

 

주방쪽 창을 열고 건너편 굴암산의 기운을 점검해본다. 산자락에 푸릇푸릇 봄빛이 감돈다. 그래~

오늘, 굴암산을 한번 방문해보자.

 

 

동반자로 아이폰 챙기고..

 

 

 밖으로 나오니 심은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벗나무에 벚꽃이 듬성듬성 피어서

본격적인 봄이 되었음을 알려준다. 그래, 봄과 친해져 보는거야..

 

 

 거리로 나오니 가로수는 아직 앙상하고 가로등과 맞닿아있는 하늘은 높고도 푸르다

  

 

가는 길에 만나게되는, 아직 만개하지 않은 벚꽃의 핑크빛 봄기운사이에서 쑥캐는 여인네들의 모습이 정겹다

 

 

 등산화무게가 만만하진 않으나,

 오랜만의 하이킹과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비틀즈'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도로변에 굴암산으로 향한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올려다보니, 몇몇의 사람들이 앞서고 있다.

길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렸음을 증명하듯이 반질반질하게 닦여져 있다.

입구에는 진달래가 앙상한 가지로 하이커들을 기쁘게 맞아준다.

 

  

 등반로는 완만할뿐만 아니라 낙엽들로 덮여져있어 걷는데 무리가 없다.

산의 초입에 들어서니 나무가지에 어린싹들이 벌써 대지의 기운을 파릇파릇하게 내뱉고 있다.

 

 

이 산은 침엽수보다 낙엽수종이 많은지,

아직 물이 오르지 못한 앙상한 겨울나뭇가지들도 그 자체로 얽혀져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약간 경사가 있는 길은 이렇게 나무둥지를 이용하여 미끄럼을 방지해주기도 하고..

 

 

올라갈수록 진달래가 제법 피어있다. 

진달래는 아직 천지에 냉기가 채 걷히기도 전인 4월이전에

이미 앙상한 가지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를 들어냄으로써 사람들에게 봄을 알리는 전령사역할을 한다.

혼자나선 하이커에게 곳곳에서 만나는 진달래는 기분좋은 동반자이다.

 

 

 몸이 지칠때 쯤이면 걸음을 멈추고 위쪽을 올려다보면,

저 위쪽에서 진달래가 날 기다리고 있는 것같아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중턱쯤 올라오니 주변이 제법 진달래로 가득찼다. 

 

 

 

 

 

 

어린시절 산으로 들로 휘젓고 다닐때,

이른 봄이면 뒷동산에 지천으로 피어서 흐드러진 진달래 숲속을 쫓아다니면서

 저 꽃잎으로 온 혓바닥을 진보라빛으로 물들이곤 했었는데..

 

 

너무 오래전이라 이미지는 떠 오르는데 그 맛은 떠오르지 않는다. 무슨 맛이었던가..??

그리고, 산속에서는 왜 어릴 때 진달래를 먹었던 기억을 못했을까..?

 

 

아마도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 그랬겠지.. 아..세월의 허무함이여..

내 망각의 기억속에서 점차 나의 추억은 그 흔적이 지워져가고 있고,

새로운 시간을 채워줄 경험은 줄어들고..

 

 언젠가 내 머리속은 텅 비어 있을지도 몰라..

 

 

갑자기 여학교 시절 외우고 다니던 '초원의 빛'이 생각난다.

다행히 이 시의 한구절로부터 위안을 얻는다.

 

"한때 그처럼 찬란했던 광채가 이제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한들..

초원의 빛, 꽃의 영광어린 시간을 그 어떤 것도 되불러올 수 없다 한들 어떠랴..

우리는 슬퍼하지 않으리..

오히려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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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lendor in the Grass

초원의 빛


What though the radiance which was once so bright
Be now for ever taken from my sight,
한때 그처럼 찬란했던 광채가
이제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한들 어떠랴
 
Though nothing can bring back the hour
Of splendor in the grass, of glory in the flower
초원의 빛, 꽃의 영광 어린 시간을
그 어떤 것도 되불러올 수 없다 한들 어떠랴
 
We will grieve not, rather find
Strength in what remains behind;
우리는 슬퍼하지 않으리, 오히려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라
 
In the primal sympathy
Which having been must ever be;
지금까지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을
본원적인 공감에서
 
In the soothing thoughts that spring
Out of human suffering;
인간의 고통으로부터 솟아나
마음을 달래주는 생각에서
 
In the faith that looks through death,
In years that bring the philosophic mind.
죽음 너머를 보는 신앙에서
그리고 지혜로운 정신을 가져다주는 세월에서

 

 

 

정리를 하다가 잠시 감상에 젖기도 하였으나, 실제 산행은 즐겁게 하였다.

초봄의 산색에 빠져서 걷다보니 몇년만의 산행임에도 힘든줄 모르고 산중턱까지 올라왔다.

 

한 40분가량 오르다보니 중턱쯤에 쉼터가 있다.

 

 

앞서간 사람들이 쉬고 있으므로 옆에 앉아서 나도 땀을 식힌다. 얘도 주인을 따라 산행에 나섰다.

 

 

 잠시 쉬고 다시 발걸음을 옯기니 지금까지와는 달리 경사가 제법 가파른 길로 들어선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위로 올려다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올려다보이고,

 큰 바위가 하늘과 닿아있는 것으로 봐서 저곳이 굴암산의 정상이 아닐까 혼자 짐작하면서 힘을 낸다.

 

 

 

저 바위산을 오르는 주변 경관은 나름 산세가 아름답다

 

 

 저 바위를 에둘러 가니 저 바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옆으로 계속 길이 나 있다.

아마도 더 가야 하나보다.

 

 

길을 따라 조금 더 걸어가니 다시 큰 바위산이 하나 더 보인다. 저 곳이 정상이겠지..

 

 저 바위위로 올라간 흔적이 있어 따라 올라가보니..장유와 율하 그리고 김해평야가 한 눈에 들어온다.

 

 

고층 아파트로 빽빽히 들어선 장유시내가 내려다보인다.

 

작년 이맘때쯤인가 반룡산 이후로 처음하는 산행에 그래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완주했다는 뿌듯함과 더불어

오늘은 그날보다 조금 더 올라왔다는 뿌듯함이 더해져 상쾌한 기분이 배가 된다.

 

산도 예쁘고 이 정도 거리라면 앞으로도 자주 찾아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하산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