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판산으로 하산하기,,
혼자서 굴암산 정상까지 올랐다 생각하면서 다시 하산을 하려고 왔던 길로 향하는데..
저쪽 아래쪽에서, 아까 쉼터에서 만났던 애완견과 함께 온 이웃을 만난다.
여기가 정상이 아니라고 더 올라가야 한단다
그리고, 자신은 계속가서 신안마을쪽으로 하산할 것이란다
생각하니, 나도 신안마을쪽 등반길을 익혀둘 필요가 있어서 따라나서기로 하였다.
우선은, 내리막길로 향하길래 이제부터는 하산길로 이어지나보다 생각하며 내심 다행스러워하고 있었다
강아지가 길 안내를 잘 한다. 계속 내리막길로 향한다. 그러나 이런 평탄한 길도 잠시..
어느 순간부터 다시 오름막길로 향하는데 제법 경사가 가파르다. 오르막길을 한참을 가더니..
종내에는 급경사가 나타나고..나는 거의 기어서 올라간다.
저 가파른 경사길을 기어올라가니 갑자기 평탄한 길이 나온다.
그 길위에서 내려다보니 저 앞에 우뚝한 봉오리하나가 시야를 가린다.
알고보니, 저 봉오리가 내가 굴암산 정상이라고 착각했던 그 봉오리이다.
나는 단순히 신안마을쪽으로 내려가는 길 선택하려고 따라 나섰던 길이었는데, 그 길이 순탄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내리막길로 향했던 것이 아니라 앞의 봉오리보다 더 높은 봉오리로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곳의 진달래는 아직 봉오리상태이다. 이곳의 해발고지가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곳은 팔판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목이다. 저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신안마을쪽으로 하산하게 되고, 위쪽으로 올라가면 정상으로 오른다.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정상까지 30분가량 더 가야한단다. 같이 온 동행인은 올라가기로 하고,
나는 내려오는 길을 선택하였다. 지금까지 이미 1시간 반정도 걸은 것 같다. 더는 무리일것 같다.
앞서 간 사람들의 흔적따라 길이 잘 나 있으니 길잃을 염려는 없다.
내려가는 길은 평탄하다
그냥 터벅터벅..
나무와 꽃과 하늘을 즐기면서..
잠시 후,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려서 소리를 따라가보니 계곡을 따라 물이 흐르고 있다.
계곡으로 내려오니, 한 겨울동안 땅 밑에서 잠자던 생명수가 바위틈 사이로 흘러나와 힘찬 구령소리를 내며 달림질을 한다. 손바가지를 이용하여 한 웅큼을 퍼서 입안으로 흘려넣으니 그 동안의 목말랐던 갈증이 단숨에 사라지고, 온 몸에 깨끗한 물의 정기로 가득차는 듯 하다
바로 일어서기는 아쉬어 잠시 돌팍을 오가며 물과 헤작거리며 놀다가..
손끝에 전해오는 시린 느낌때문에 오래 있진 못하고 다시 일어선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니 거의 하산길 끝자락에 와 있다. 이 징검다리를 건너면 신안마을로 들어선다
신안마을에도 불긋불긋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고..그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두 여성의 다정스런
모습도 그림속에서 잘 어울린다.
봄이 오는 신안 마을..
신안마을의 '안녕히'가시라는 인사를 받으며 신작로를 건너와서 올려다보니 오늘 내가 걸었던 길을 알겠다.
사진 속의 저 두개 연봉을 내가 오른 것이다. 제대로 된 산행으로 치자면 몇 년만의 일인데 오늘 제대로 무리하셨다. 시간을 보니 2시 30분, 정확히 3시간 산행이었다. '국수가'에서 국수한 그릇 먹고 귀가하여 바로 뻗었다^^*
그래도 몸과 마음에 신선한 봄 기운을 가득 채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