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영화읽기

달려라, 루디

노코미스 2010. 5. 6. 21:26

 

 

 

 

  

독일의 서쪽에 위치한 도시 쾰른에서 니켈(모리스 타이체르트)는 2년전에 엄마를 잃고 대학교수인 아빠 토마스(세바스티안 코치)와 단 둘이지만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가끔 아빠는 10살밖에 되지 않은 니켈을 혼자두고 출장을 가기도 하지만 니켈은 혼자서도 모든 것을 잘 해내는 독립적인 아이이다. 그래도 혼자 있는 날이면 좀은 쓸쓸하고 아빠가 빨리 오시길 기다린다~

 

오늘은 학교에서 돼지 농장에 견학을 가는 날이다. 마침 과거 명성을 날리던 '전설의 레이싱 돼지 루디'의 손자뻘인 아기돼지들이 얼마전에 태어나서 구경온 아이들은 신이 났다. 그 중에 할아버지와 가장 많이 닮은 가장 어린 돼지를 '루디'라고 이름 붙였단다..'꿈꾸는 돼지 루디'.  왜냐하면 루디는 끊임없이 하늘을 날아 오르는 꿈을 꾸기 때문이다. 이런 루디도 엄마가 죽고 없다는 말에 니켈은  동병상린의 애정을 느낀다~**

 

돼지 농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마치고 아이들은 귀가를 서두르고, 꿈꾸는 돼지 루디는 농장에서의 탈출을 감행한다. 급기야 농장을 지키던 싸나운 개들에게 쫓기게 되고, 전설의 레이싱 돼지 후손답게 사력을 다해서 달리지만 곧 잡힐 것 같은 위험한 상황~ 니켈이 그를 구원해 준다~^^  이렇게 해서 꿈꾸는 돼지 루디와 정의의 사도 니켈은 새로운 가족이 된다..

 

 

 

 

사전에 미리 상의도 없이 난데없이, 출장길에서 여자친구 아냐(소피 폰 케셀)와 그녀의 딸을 함께 대동하고 돌아온 아빠는, 루디의 존재를 알아채고는 '돼지를 집에서 키우는 건 곤란하니 농장에 갔다 주라'고 한다. 그러나 니켈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이제 더더욱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엄마도 없이 유일한 친구였던 아빠가 출장길에 '여자 친구'라면서 왠 아줌마와 게다가 싸가지 밥맛인 그녀의 딸 펠리(시나 리카르트)까지 대동하고 나타나서는 우리 엄마의 침대와 우리 엄마의 물건들을 마음대로 점령해버리고..이 외로운 상황에서 루디라도 없으면 난 누구를 믿고 살아라고..?  게다가,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그 아줌마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루디를 내다 버리라구.. ? 천만에, 못한다!!

 

그 아줌마에게 아빠를 빼앗겨 버린 것 같은 배신감에 화도 나고, 엄마 사진을 집안 곳곳에 붙여서 영토보존을 시도해보기도 하지만, 어쨋거나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이 분노감과 외로움을 니켈도 어쩔 수 없고.. 이런 상황에서 '루디'는 그나마 위안이 되는 좋은 친구이다.

 

 

 

 

 

어쨋든, 새 여자 친구와의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 니켈의 협조가 필요한 아빠는 루디의 존재를 모르는 체 인정해 줄 수 밖에 없고.. 그렇게 인정받은 루디는 집안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자신의 존재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이불에 똥싸고 오줌싸기, 변기통에 빠지기, 쓰레기통 뒤집어엎기, 책장 무너뜨리기, 온 집안에 냄새피우기 등.. 정신을 못 차리게 하지만, 그래도 니켈의 루디에 대한 애정과 보살핌은 끝이 없다.

 

 

 

 

루디의 이런 눈치없는 만행은 급기야 아줌마의 딸 펠리의 제안에 의하여 구축된 '엄마 아빠 재혼 방해 공동프로젝트'에 이용되게 되고..

 

급기야는 루디가 엄마아빠의 결혼 반지를 먹어치운 것처럼 오해받는 상황까지 가게 되자, 루디를 보호해주고 싶은 니켈은 루디를 데리고 무작정 가출을 하고야 만다. 그 뒤를 이어, 루디가 반지를 먹어치운 것처럼 누명을 씌웠던 펠리가 죄책감에 니켈을 찾아 집을 나서면서 ..

멍청한 어른들과 재치있는 아이들의 대결구도가 재미있게 동화처럼 펼쳐진다.

 

 

 

 

당연히 어른들은 다 멍청하다. 니켈의 아빠 토마스와 펠리의 엄마 아냐도 아이들이 무슨옷을 입고 집을 나섰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무신경 하다가, 집나가고 나서야 각자 자기 아이들의 애장품 하나씩 들고 콧물눈물 찔끔거리며 소파에서 새우잠으로 밤을 지새우는 못난 부모이다 (사실은 상당히 민주적인 부모이고 괜찮은 부모인데..^^;;),

 

 

 

 

아이들이 길에서 만나는 트럭 기사나 보상금에 눈이 멀어 아이들을 쫓아다니는 유괴범 등은 모두 어딘가 부족한 '덤 앤 더머'의 전형이다~^^ 멍청한 어른들과의 대결구도에서 승리자는 언제나 아이들이고, 그런 과정을 거쳐서 아이들은 자신에 대한 믿음을 키워나가고 독립적인 존재로 더 크게 성장해 나간다.

 

위험상황을 함께 경험하고 함께 극복하고 부모품에 무사히 안기게 된 니켈과 펠리는, 여행과정에서 서로 정도 많이 들고, 이전보다 서로를 훨씬 더 많이 이해하게 되면서 '새로운 가족'으로 인정해주는 무드를 물씬 풍기면서 영화는 끝이 나고..이 과정에서 '꿈꾸는 아기돼지 루디'는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스토리를 만들기위한 매개체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

 

 

 

 

오늘날 이혼가족과 재혼가족이 하나의 대체가족형태가 되면서 재혼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아이들의 심리적 갈등을 아이들 입장에서 유쾌, 상쾌, 통쾌하게 풀어내었다는 점에서 볼만했던 영화이다. 그리고 재미있다.  

 

게다가 주인공들이 모두 선남선녀, 훈남 훈녀들이라는 점은 덤으로 주는 보너스이다. 아역배우, 성인배우 할 것 없이..날씬한 루디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