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사이팅한 부산 남항동~
2010-05-09 일요일 날씨: 무지~ 좋음
자갈치 시장에서 바다를 즐긴 다음 영도다리 쪽으로 내려가고 싶어하신다.
오늘은 어째 엄마의 루트가 나의 희망과 잘 맞아떨어진다.
역시 별~ 저항없이 따른다.
자갈치 시장 건물을 벗어나니 거리가 휑하다.
내 어린 시절에는 이 거리에서 영도다리 아래까지 온갖 식당과 건어물가게들로 꽉 들어찼더랬는데..
곳곳에 상징물과 휴식을 위한 아름다운 벤취들을 공들여 조성해 놓고는 있으나 아직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시비를 들여 애써 조성해놓은 아름다운 벤취들을 주변의 좌상들이 좌판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시민의식이 좀 더 성숙해져야, 이런 조성물들이 자기 모습을 발하게 될 것 같다.
건어물 시장쪽으로 내려가는 중간에 바닷가쪽으로 '영도 도선장'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공사가 끝나면,
부산시내에서도 바닷길을 이용하여 여행을 할 수도 있겠다.
해운대에서 영도까지 크루즈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상당히 낭만적일 것이라..
야간 크루즈는 관광효과도 클 것이라..왜냐하면 부산은 야경이 아름다우므로..
야경으로 치자면 '남항동'의 야경을 따라올 곳이 아마 없을 것이다.
어린 날, 여름방학만 되면 큰집엘 갔었다.
영도 봉래동 산골짜기에 위치해 있는 큰집을 생각하면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앞마당 평상에 드러누워서 내려다보던 제 5부두의 아름다운 야경이다.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난, 아직도
야경이 아름답다고 하는 다른 국제도시를 다녀봐도 내 어린날 기억속에 있는 남항동의 야경만큼 아름다운 곳을 본 적이 없다. 내 기억에..
어쩌면 밤바다가 별빛으로 가득차 있는 밤하늘보다 더 아름다울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그 당시에는 밤하늘도 무척 아름다웠었는데..
도선장 공사와 영도다리 보수 공사로 어수선한 이 주변만 정리가 되면
남포동과 남항동주변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좀 더 내려가니, 건어물 시장 골목이 나온다. 많이 쇄락한 분위기이다.
6.25 동란이후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이 곳에 한평땅만 가지고 있어도
부자소리를 들을만큼 수입을 올릴 수 있었던 곳인데..
건어물 시장을 벗어나서 바로 대로로 나가지 않고, 영도다리 아래쪽의 바닷가로 나가본다.
부산에서 30년이상을 살았어도, 그리고 자갈치시장과 영도다리를 수도 없이 건너다녔어도
영도다리난간 아래마을과 방파제쪽은 처음이다. 새로운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방파제 위에는 하릴없는, 아니면 휴일을 즐기는 가난한 낚시꾼들..
마치 이스탄불의 보스프러스 해협 주변도로에서 낚시하고 있던 가난한 서민들을 봤을 때의
그런 이국적인 분위기가 생각나는 풍경이다.
차를 가지고 나가지 않으니 이런 점이 좋다.
평소에 가보지 못한 샛길을 가볼 수 있고, 이런 새로운 모습들을 볼 수 있으니..
이 쪽편에서 바라다보이는 자갈치 시장의 모습이 멋지다.
마치 날개를 펼치고 창공을 비상하는 물새의 날개같다. 아마도 그것을 상징한 건물인지도 모르지..
지금은, 주변 건물들에 비하여 혼자 다른 건물들을 압도하는 듯한 큰 규모 때문에 좀은 어색하긴 하지만,
넓게 펼쳐져 있는 바다라는 공간과 연결하면 나쁜진 않다.
앞으로 주변이 정리가 되면 주변의 랜드마크가 되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둔탁한 기중기조차 오늘은 멋스러워보인다. 높은 하늘을 향하여 거침없이 뻗어있는 모습이
마치 거치고 저돌적인 야망을 가진 청년의 꿈처럼 보여서..
그러나 시선을 아래쪽으로 옮겨오면, 다리밑 마을 사람들의 일상과 만난다.
이름도 정겨운 '영도다리 제분소^^'
소문난 대구 점집~^^
옛날부터 이 곳에 이런 점집이 많았다 하더니..그 흔적들이 남아있다. 세월이 비껴간 것처럼 보인다.
30년전부터 이름난 점집..^^
몇 곳 남지 않은 지난 시절의 유산, 이런 모습도 조만간에 사라지게 될 것이고..
우리의 기억속에서 또는 오늘 이 사진속에서나 그 흔적을 보게 될까..
난간아래쪽에서 다리위쪽으로 올라가는 계단..
이 다리밑 마을은 피난시절, 오갈데 없는 피난민들이 눈비를 피하기 위하여
거적으로 움막을 짓고 살면서부터 형성된 마을이다.
이 곳은 내 나고 처음으로 와 본 곳이긴 하지만 내 추억속에서는 친숙한 곳이다.
언젠가는 한번은 와봐야 할 곳으로 생각했던 곳이기도 하고..
왜냐하면 이 곳에 내 친엄마가 있으므로..^^
한데, 이제서야 온 것이다. 친 엄마가 이곳에 있다고 말했던 가짜 엄마와 함께~하하..
어린 날,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이런 고차원적 질문을 하면
엄마는 영락없이 "영도다리 밑에서 줏어왔다"는 아주 택도 없는 대답을 하거나 또는 심하면 한 수 더 떠서,
'말 안들으면 영도다리 밑에 느거 엄마한테 데려다 준다~ 느거 엄마가 아직도 그게서 울면서
니 기다린다 카더라~'라는 슬픈 대화속에서 주로 듣던 곳이다.
그래서, 사실은 이곳을 의도적으로 더 피했는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거적을 덮어쓴 여자가 나타나서 "내가 니 엄마다~" 할까봐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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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거나 이런 정겨운 모습도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복구될 수 없는 시대적 유산들은 정책적으로 보존할 수 있으면, 그러는 것이 좋을텐데..
우리나라는 보존정책보다 개발정책이 우선이니..아쉬운 점이 많다.
올라오면 영도대교 입구와 만난다.
보수 공사로 차량통행이 통제되고, 텅 비어있는 건너편으로 넓은 하늘이 펼쳐져 있는 대교위를 걸으니
참으로 감회가 새롭다.
내 어린날, 이 대교를 걸어서 건넌 적이.. 아니 건너다가 돌아나온 적이 한번 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엄마는 우리 삼남매를 이끌고 아버지와의 추억이 있는 부산으로 무작정 나왔다.
부산에서 외로울 때 찾아갈만한 친척이라고는 영도 봉래동 산골짜기에 사는 큰집이 유일한 곳이었다.
하루는 큰집엘 무척 가고 싶었다. 아마도 9살쯤 되었을 것이라..
좌천동에서 5원을 주고 전차를 타고는 남포동에서 내렸던 것 같다. 그리고는 영도 산복도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야하는데 돈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걸어서 가려고 작정했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다리를 건널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저 다리가 콘크리트로 메꾸어져 있지만 그 당시에는 이 다리가 철교였다.
철판위에 나무판자를 일자로 차곡차곡 덧대어서 만들어진 터라,
다리위에 서면 나무판자 사이로 넘실넘실~ 시퍼런 바다가 훤히 다 내려다 보이는 것이라..ㅜ.ㅜ
걱정많은 9살짜리 어린 소녀의 생각에, 내가 여기서 한발짝이라도 내 디디면
오래되어서 썩어빠진 듯이 보이는 저 시커먼 나무판자다리가 뿌지직 빠개지면서 바다아래로 풍덩 내려앉아버리겠지..흑
ㅎ이런 가당찮은 생각때문에, 발을 내딛었다가는 다시 거두고, 내딛었다가 다시 거두고..를 몇번을
반복하다가, 결국은 건너지 못하고 돌아왔었던 기억이..ㅎㅎ
그 무서웠던 곳을 오늘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서 건너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그 무서웠던 다리위에 서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너무나 아름답고..
충무동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노란 크루즈가 부산 앞바다의 분위기를 더욱 경쾌하게 만들어준다.
남항동의 항만은 고급요트들이 정박되어 있는 선진국들의 '우아한' 해안들과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숨결이 들리는 듯한 상당히 '익사이링'하면서도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이그자~릭'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다리를 건너가니 어디선가 귀에 익은 노랫소리가 들린다.
현인 노래비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굳세어라 금순아~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본다 찾아를 본다...
금순아 보고싶구나 고향땅도 그리워진다. 영도다리 난간위에 초생달만 외로이 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도다리
옛날의 멋있었던 그리고 낭만적이었던 모습으로 하루 빨리 재탄생하기를..
남항동의 항만시설..
다리를 건너서 영도 경찰서를 끼고 샛골목으로 들어가보니, 바닷물이 들어오는 끝자락에
이런 항만시설이 있다. 참으로 독특한 분위기이다.
남항동이 뱃사람들의 동네라는 이야기를 어렸을 때부터 듣긴했지만,
실제로 그 모습을 본적이 없었던 터라, 지금까지 남항이 항구라는 건 그냥 외운 지식이었다.
오늘, 그것이 사실임을 깨닫는다. 정박되어있는 이 배들을 보면서..
배사람들의 거쎈 팔둑과 거친 삶이, 한 순간에, 현실속에 있음을 절절히 느낀다.
한 두시간에 걸친 도보여행을 하고나니 조카도 엄마도 허기가 지는 모양이다.
메뉴는 섬여행에 어울리는 '물회'로..
'영도 원조 물회집'의 물회 한 그릇으로 오늘의 익사이팅하고 퍼펙트한 여정은 끝~
사실은, 조카가 '용두산 공원 전망대'를 가보고 싶어하였으나,
도저히 모친의 체력으로 두시간 이상 걷는 것은 무리일것으로 판단되어 오늘은 이 일정으로 끝내기로 하였다.
다음에, 시간이 나는대로 부산 탐구활동에 좀 더 치중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엄마에게 효도하고자 나선 길에 내가 더 행복했던 날이었다~^^
아름다운 부산, 나날이 더 사랑스럽게 변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