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living/동네 맛집

<장유>우리동네 '국수家'

노코미스 2010. 7. 18. 16:29

 

집에 먹을 것이 없거나

특별나게 먹을 것이 생각나지 않을 때,

또는 한 여름에 더위먹고 무거운 음식 넘어가지 않을 때나

비오는 날 따뜻한 음식 가볍게 먹고 싶을 때..

언제 찾아도 후회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국민 먹거리 '국수'

 

근데, 그 국수도 아무집이나 다 맛있는 건 아니다.

어떤 집은 국물이 완전 싱겁거나

아님 완전 다시다 조미료맛이거나

아님 국수가 완전 퍼졌거나 등등의 이유로 입맛만 버리고 나오는 예가 종종있다.

 

우리동네에 있는 '국수가'는

손님들에게 그런 걱정을 끼치질 않는다.

 

이 집은 율하지역 터 닦을 때부터 개장했으니 벌써 역사가 4-5년 되어가지만

처음이나 지금이나 그 맛이 변함이 없다.

오히려 메뉴개발에도 게으르지 않아 국수 매니아들의 다양한 입맛에 부응하려고 더욱 더 노력하고 있다.

 

그런 점 때문인지

처음 조그만 조립식 천막에서 시작햇던것이

지금은 그 규모가 처음의 몇배로 확장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소개를 하면

국수가 얼마나 맛일길래~? 하면서 특별한 국수맛을 기대하곤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국수는 그냥 국수맛일뿐이다.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지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집을 찾아오고

한번 왔던 사람이 다시오는 이유는 ..

 

국수가 국수의 본연의 맛을 내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혹, 국수에서 스파게티맛을 기대하거나 다른 어떤 고급스런 맛을 기대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국수는 국수다워야 하는데..이 집은 그 기대를 만족시킨다.

 

전통적인 멸치다싯물 또는 건새우로 진하게 국물을 우려내어서

매운건 매콤하게, 달콤한건 상큼달콤하게..

구수한건 구수하게..국수 본연의 맛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이집 음식의 장점이다. 

 

근래에 비도 많이 오고 마음도 꾸덕꾸덕해지니

갑자기 얼큰하고 따듯한 칼국수가 생각나서 '국수가'를 찾았다.

내가 이집에서 가장 자주 먹는 국수는 비빔국수, 그다음이 얼크니 칼국수, 그 다음은 그냥 잔치국수..

오늘은 얼크니 칼국수와 전에 먹었던 비빔국수를 선보이려한다.

 

 

장유에 사는 사람이라면

관동리에서 율하 들어오는 입구에 이런 간판을 달고 있는 '국수가'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울엄마도 딸 집에 오면 맛없는 반찬에 성의없는 딸내미 밥상보다는

이집 비빔국수를 더 좋아하신다. 

 

 

 우선 입구에서 바라보는 식당내 전체분위기이다.

 

 

입구 들어서면 주인아저씨 또는 아주머니가 계산대에서 먼저 식권을 발급한다.

그러고는 자리를 마련해줄 때까지 서서 기다려야 한다.

 

 

계산대 맞은편으로 조리실이 있다.

조리실도 개방되어 있어서 음식으로 장난치지는 못할거같다.

아주머니들이 참 열심이다, 불평도 없고..

주인 아저씨가 인사관리를 잘 하시는 듯 하다.  

 

 

 

조리실 위쪽으로 보니 이집의 메뉴가 쫙~ 붙어있네요

가장 기본인 물국수 3,000원부터, 비빔국수, 콩국수, 김치국수, 칼국수, 팥칼국수 까지.. 

 

 

원래 팻말에 보니 7,8월에는 얼크니 칼국수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는데..

다행히 내가 간 날은 비가오는 날이라 먹을 수 있었나 보다.

여름에는 칼국수먹는 사람이 많지 않다.

 

 

칼국수는 육수를 따로 내 놓은 것이 없었는지

그릇안에 건새우, 표고버섯, 땡초고추 등 육수 내는데 필요한 재료가 다 들어있어서,

즉시 주문생산되어 나왔다는 것이 증명된다.

 

진하게 우려진 물에 손으로 투박하게 자른 칼국수와 듬성듬성 썰어진 호박과 감자를 넣어서

김한숨 푹 올린 후 마지막으로 쑥갓 한줌 훌훌 흩뿌린 칼국수는

며칠동안 뿌려대는 빗줄기로 후줄근해져 있는 내 몸과 마음을

바짝 곧추세워앉게 만든다.

 

 

사이드 메뉴는 나박김치 달랑 하나.. 

얼큰하고 짭조롬한 국물에 저것조차도 거의 필요없다.

언제나 그룻을 받을 때마다

이걸 어떻게 다먹나~걱정을 하곤 하지만..

이집 국수는 왠만하면 거의 다 먹고 나오는 편이다.

이 날도 칼국수 한 그릇을 위해서 바친 성의가 느껴져서 국물만 남겨둔 채 거의 다 먹었던 거 같다.

 

 

 

비빔국수는 나도 좋아하지만 우리엄마가 더 좋아하신다. 

고추장에 매실엑기스로 살짝 단맛을 낸 듯..그 단맛이 상당히 상큼하다.

그 맛에 우리 어머니는 중독되신 듯하다.

이 그룻도 양이 장난아니다. 난 이 량의 반이나 2/3만 주었으면 좋겠어~

 

 

무더운 여름날,

따끈한 멸치 육수와 먹고나면 내 몸속에 남아있는 눈물 콧물 글고 땀물 다 빼고 나온다.  

그러면, 내 속에 남아있던 슬픔이나 우울이나 분노도 함께 다 빠져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