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를 준비하면서
스페인이냐 이태리냐..
내 여행을 도와주는 지역 여행사 직원이 하는 말..
"올해는 유난히 결정 내리는 것이 힘드시네요~"
항공권 결정하는 것도 무척 힘들었다. 목적지도 목적지려니와 기간 정하는 것도 그렇고..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단 한가지로 말할 수 있는 어떤 것이 내 의식으로 들어오질 않는다.
한 마디로 '나도 내가 왜 그런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이태리 중북부로 결정했다.
스페인도 욕심이 났지만, 이태리로 결정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일정의 한계때문이었다
스페인은 스페인자체도 매력적이지만
그곳이 모로코라는 아프리카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나에게는 크나큰 매력이었는데
모로코까지 넣어서 일정을 짜니 15일이라는 일정으로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찍기식 여행'밖에 되지 못할 거 같아
과감히 다음 시기로 넘겼다.
이태리 역시 전국을 다 넣고 싶었으나 여전히 무리가 있어
이번에는 중북부 중심으로 쉬엄쉬엄 보고 오려한다.
근데, 이 지역의 관광포인트는 역시 '문명사' 또는 '문화'에 있다보니
가기전에 많은 공부를 필요로 한다.
오늘날 편리한 이동성은 세계어느곳이던 원하면 누구나가 다 가볼 수 있을 만큼 개방되어 있고..
넘쳐나는 것이 여행기여서 그 곳에 있는 골목이나 건물이나 그림이야기야 질리도록 듣고 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사진으로만 해소되지 않는 욕구가 있으니, 그것은 '의미'이다.
그 건물이나 작품이 탄생되고 유지되어 오게 된 시대적, 정치적, 사회적 배경..
이것에 대한 의미없이 바라보는 도시는 그저 그냥 건물일뿐이다. 사진으로 보는 도시나 직접가서 보는 도시나..
여행을 의미롭게 할려고 하다보니 사전 이해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너무 아는것이 없다보니 많은 사전 연구가 필요해서 뒤늦은 이태리 공부를 하게 된다.
읽었다고 내용을 다 기억하는 것도 아니고 내 여행에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조금씩은 중세의 이태리모습이 내 머리속에서 종합되어가는 느낌이다.
도움이 되었던 책들의 목록을 정리해두는 것도 훗날 기억을 돕는데 펼요할 것 같아 정리를 해본다.
떠나기 전의 목록들은 특히 일정을 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책들이다.
1. 도보여행가 김남희가 반한 '유럽의 걷고 싶은 길'
김남희란 여행가를 모른 채 여행기를 뒤적거리다
그가 찾아다녔던 조그만 오솔길과 작은 마을의 사진들이 예쁘서 무심결에 집어들고 왔던 책이다.
이 책에서 김남희가 주절거린 토스카나의 뜨거운 햇살은 나에게는 '열정'으로 해석되었고
그가 예찬한 남티롤의 돌로미테 예찬은
나에게 의심의 여지없이 '이 곳을 선택하라~'라고 하는 천상의 메시지처럼 들렸었다.
이태리를 간다면 아마도 이 두 곳 때문에 가는 것이리라
특히, 토스카나는 이미 시에나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 'Stealing beauty'로 인해
마음이 많이 들떠있던 상태여서 더욱 그곳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해 주었다.
2. 이희수의 '지중해 문화기행'
현재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재직중이신 이희수 선생의 '지중해 문화기행'은
지중해를 크루즈하면서 주변항구도시들을 중심으로 도시의 역사와 문명사를 쉽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다른 여행기에서는 얻을 수 없는 재미있는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이번 여행 일정에 제노바를 넣게 된 것은,
한 때 강력하고 화려한 해상왕국이었던 제노아의 영화에 대한 이 희수선생의 맛갈난 소개때문이다.
3. 고종희의 '이탈리아 오래된 도시로 미술여행을 떠나다'
현재 한양여자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이신 고종희 선생이 쓴 '이탈리아 오래된 도시로..' 는
로마ㆍ밀라노ㆍ피렌체ㆍ베네치아 같은 이탈리아의 유명한 도시뿐만 아니라,
미술사적으로 중요하게 평가되는 미술품과 건축물을 가지고 있는
우루비노ㆍ라벤나ㆍ베로나ㆍ파도바ㆍ시에나ㆍ아시시와 같은 작지만 특별한 여러 도시들을 중심으로
그 도시가 가지고 있는 미술작품들을 소개하고 그 작품들에 얽힌 흥미로운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감상과 해설을 일반인도 알아듣기 쉽도록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으로 인해, 무지했던 르네상스 예술에 한발짝 살짝 다가선 느낌이다.
4. 제라르 르그랑의 '르네상스'
서양미술사를 시대별로 정리한『라루스 서양미술사』시리즈중
르네상스의 여명기인 트레첸토(14세기)에서 국제양식이 꽃피던 콰뜨로첸토(15세기)까지의 예술 전반,
즉 미술과 건축, 조각 및 문학 등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돕는데 도움이 되었던 책이다.
작품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구체적인 도판이 들어있어서
서양미술과 르네상스시대 미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이 책을 통하여,
예술은 '시대적 코드'라는 사실과 회화적 기술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마치 한 개인이 어떤 영역에서 발달해가듯이
종이 이룬 업적도 시간적 공간을 가지고 발전해 온 것임을 이해하게 된다.
오늘날 처럼 화려한 테크닉을 구사할 수 있게 된 것도
선사시대 동굴벽화에 단순한 선으로 움직임을 표현했던
선조들의 시작으로부터 출발했음을 이해하게 된다.
르네상스 미술을 열게되는 지오토, 치마부에, 마사쵸 등의 이름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번역서가 가지고 있는 난해한 표현법은 이 책을 이해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건 분명하다.
5. 나카노 교코의 '무서운 그림/아름다운 명화의 섬뜩한 뒷이야기'
와세다 대학에서 독일 문학과 서양 문화사를 강의하고 있으며 다양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나카노 교코가 쓴 '무서운 그림'은 직접적으로 이번 여행과는 무관하지만,
간접적으로는 여행의 깊이를 더하는데 의미있을 것 같아 읽은 책이다.
아무래도 미술관 순례가 많을 것 같으므로, 미술을 보는 안목도 높여야 할 것도 같고..
저자가 그림을 읽고 해석하는 방식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한다.
그림하나에서 시대적 상황, 정치적 사건, 화가와 모델과의 개인적인 친분관계..
모든 것을 읽어낼 수 있는 그의 해박한 지식이 부럽기도 하고..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직접적인 도움은 없었다.
저자의 개인 블로그
http://blog.goo.ne.jp/hanatumi2006
6. 시오노 나나미의 세도시 이야기 "주홍빛 베네치아'와 '은빛 피렌체'
'로마인 이야기'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시오노 나나미의 소설의 탈을 쓴 역사이야기
성 마르코의 도시인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마르코'라는 젊은 귀족을 가장 인물로 만들어
르네상스기가 쇠락해갈려고 하던 16세기를 배경으로 베네치아 공화국, 피렌체 공국, 로마공국의
당시 대외적 관계 및 정치적 상황, 또는 그들의 문명사를 소설형식으로 재미나게 풀어나간다.
16세기 당시, 유럽의 권력 판도
즉, 스페인과 합스부르크가. 투루크, 프랑스 그리고 베네치아 공국의 대외관계 등을 알 수 있었고
한 도시의 문명을 이해하는데 가장 기초라 할 수 있는 지형적 특성을
눈에 보일듯이 상세히 묘사하고 있어서 마치 내가 그 도시를 걷고 있다는 느낌이다.
같은 이태리라 하더라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북 이태리의 베네치아의 풍토와
좀 더 감성적인 피렌체의 풍토는 결국 이런 지형적 특징에서 나오는 것이라니..
그것을 느낄 수 있을라나..
7.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이미 청소년기에 학교에서 권장한 필독서로 한번쯤은 다 읽어봤겠지만,
다방면으로 상상력이 아주 뛰어난 학생이 아니면서,
중고등생 수준에서 이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그것은 상당한 학생이다.
책의 내용을 이해하진 못한다하더라도
문명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갖는 도서이므로 읽어보라는 것이
선생님들의 뜻이었던 같은데 영리한 학생축에 끼이지 못한 나는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고..
읽어도 무슨 뜻인지 전혀 기억에 없다가, 성인이 되어서 읽어보니 일어나는 사건의 전말에 대한 이해는 되는데
도대체 이 내용들이 왜 그렇게 문명사적으로 가치가 있느냐하는데에는 아직 이해가 완전하지 않았던 때..
중세시대를 다룬 앞의 책들을 통한 르네상스 이전 유럽의 전반적인 정치종교적, 외교문화적, 경제적 틀을 이해하고 나니
이 책의 내용들이 좀 더 재미있게 수용이 되고..
단테의 '신곡'에 대비해서 이 책을 '인곡'이라 부르면서
문명사적 가치를 공고히 하고자 하는 사가들의 노력을 이해하게 된다.
아직 신 중심의 중세적 가치관이 남아있던 시대,
인간의 세속적인 욕망을 강력하게 드러내었다는 점에서 '인문주의'문학의 태동이라 네이밍한다
특히나 신성시대의 금역이었던 중세 성직자들의 음란하고 탐욕스럽고 천한 모습을 과감없이 드러냄으로써
그 시대의 위선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특히, 서해문집에서 출판된 이 번역판에는 각 이야기의 주요 장면마다
20세기 초 파리에서 활동한 이탈리아 삽화가 움베르토 브루넬레스키의 그림들이 삽입되어 있어서
좀 더 시각적인 재미가 있다.
꼴난 이 정도 책 몇권 읽고는,
처음부터 목적지를 정하지 못해 마음이 왔다갔다하더니
그러는 사이 결국은 다른 현실적인 준비는 거의하지 못한 채 떠난 이태리 여행~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 파란만장하였다~~
어떻게..?
그것은 나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