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나라 /10-08 베네토

해질무렵 산마르코 광장 근처의 풍경들

노코미스 2010. 9. 9. 15:11

 

두칼레 궁전박물관을 보고 밖으로 나오니 오후 6시가 다 되으나. 주변은 아직 이렇게 훤하다.

그러나, 한낮의 살갗을 파고 들듯했던 뜨거운 햇살은 많이 부드러워졌다.

 

 

햇살이 부드러운 시간에는 사람들이 움직이질 않는다. 그 마지막 햇살의 살랑거림을 느끼려는 것일까..

더불어, 곧 떨어질 낙조를 바라고 있는 것이리라..

 

나도 대열에 끼어볼까하고 그들의 시선을 따라 건너편 하늘을 올려다보니, 아직은 낙조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지라..시간을 아낄겸 산마르코 주변을 제대로 한번 살펴보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다.

 

 

 

베네치아에 이틀을 있었지만, 그녀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직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박물관에서 그녀에 대해서 조금 공부를 하고 나니 베네치아가  다시 보인다.

  

 

15세기 말엽에 세워진 시계탑에도 베네치아의 상징인 '날개달린 사자'가..

 

이 시계탑은 시계탑 꼭대기에 있는 두사람의 청동 무어인이 종을 쳐서 사람들에게 시간을 알려주는

것도 재밌지만, 가장 신기한 것은 그 아래에 있는 황금과 블루 에나멜로 처리되어 있는 시계의

작동기제라는데 기계적인것을 잘 모르니 통과할 수 밖에..

 

 

산 마르코 소광장 입구에도 두개의 거대한 타워가 있다

 

하나는 베네치아의 상징인 성 마르코의 우의 '날개달린 사자'

오른쪽 타워의 상은 성마르코를 이집트에서 사오기 전에 이 도시를 지켜주었던 수호성인, 산 테오도레다

 

둘 다, 베네치아의 수호성인이다.

 

 

 

수호성인이 둘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원래, 베네치아에는 성 테오도레를 수호성인으로 모시고 있었는데

그는 사실 그리스 출신의 성자로서 성인의 위계서열에서도 그렇게 높은 지위가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날, 즉 828년 어느날

두 베네치아 상인 즉, 트리부스와 루스티코가  이교도 국가인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항에 닿았을 때,

마침 이슬람교도들의 그리스도교에 대한 행패가 진행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성마르코의 성채를 모시고 있던 수도원에서 이슬람교도들의 성체

파손을 걱정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것을 자신들에게 팔아라고 하여 베네치아로 모시고 왔고,

사람들은 모두 이것이 베네치아의 번영과 안녕을 보증하는 길조라고 생각하며 기뻐했으며,

국가원수는 자기 재산의 큰 부분을 기부하여 성 마르코 대성당을 짓도록 하여 성마르코의 시신을 모시게 하였다.

 

베네치아가 이렇게까지 기쁘하고 득의양양했던 이유는 

복음서를 쓴 4명의 성인은 그리스도 제자 12사도와 더불어 성인의 위계서열에서 가장 높은 서열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당장 베네치아는 성마르코를 전통수호성인으로 지정하고,

 지금까지 있었던 성테오도르를 차석수호성인으로 앉히게 되었던 것이다.

 

 

 

그 이야기가 성마르코 바실리카 정면에 프레스코화로 표현되어 있다.

모두 5개의 그림중에 가장 오른쪽에 있는 그림이 산마르코성인의 시신을 돼지고기를 담은

대나무 소쿠리에 몰래 숨겨서 반입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참내..

우리들의 가치관에 의해서보면 남의 신을 사오는 것은 숨기고 싶은 역사중 하나일 것 같건만은

그들은 그런 떳떳해 보이지 않는 역사까지도 참말로 떳떳이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우리와는 참 다르다...

 

 

 

바실리카 앞에 세워져있는 깃대에는 언제나 3개의 깃발이 나부낀단다.

 

가운데 삼색기는 이탈리아 국기, 파랑색은 베네또 주 깃발,

오른쪽은 베네치아 깃발 즉, 날개달린 황금사자

 

 

 

깃대의 하부장식에도 '날개달린 사자'가 붙어있다

 

 

바실리카 앞에 우뚝솟아있는 '종루'는 말그대로 종루라서 과거에는 하루에도 몇번씩 종을 울려,

시민들의 시계구실을 했단다.

 

그리고 이것은 바실리카에 딸린 종루이기도 하니까, 이 성당에서 어떤 행사가 열릴 때는 종을 울린다.

또한 선착장 근처에 솟아 있어서, 함대가 출항하거나 귀항할 때 승전을 기원하거나 축하하는 종소리가

맨 먼저 울려퍼지는 것도 이 종루에서 였다고 한다.

 

밤이면 횃불을 켜서 뱃길을 밝혀주는 등대구실도 했다고 한다. 종루가 워낙 높아서 그 불빛이

리도외항까지 비추었다고 하니까..

종루아래쪽에는 외국의 중요인물들을 가두어두는 감옥도 있다는데..

 

어쨋거나 이 종루에 올라가면 베네치아의 모든 관할지를 다 조망할 수 있다하니..오늘날 여행객들은

베네치아를 한 눈에 조망하기 위한 전망대로 활용한다.

 

 

선착장의 곤돌라사이로 바라보는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테'

 

 

베니스 사육제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가면들..

 

 

 

 

선착장 근처 '바우어 까사노바'앞의 풍경..

 

 

손님을 기다리는 수상택시..

 

 

 

서서히 사글어들어가고 있는 햇살속의 수상버스와 수상택시..

 

 

산 마르코 선착장에서 마주보이는 '산 죠르죠 마죠레' 

 

 

골목골목 관광객으로 가득찬 운하와

물속에서 바로 솟아오른 듯한 건물들..

 

갯펄위에 도시를 세우기 위해서 초기 이주민들은 금은보화 값비싼 가재도구대신

굵고 단단한 목재들을 이동해 왔어야 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 건물들의 밑에는 집중적으로 물에 강한 목재들을 빼곡히 박아서 지반을 만들고

그 위에 이스트리아 반도에서 나는 바닷물에 강하다는 석재를 전면에 몇겹으로 쌓아서 

건물의 토대를 만든다.  그 토대위에 집을 짓게 되는데 지금남아있는 집들은 아마도

15세기 이후에 조성된 건물일 것으로 추정한다. 왜냐하면 15세기 이후부터 이런 완벽한 조성이

가능했다하니..

 

하옆에 보이는 하안도 그런식으로 토대를 만들었단다.

그래서 물위에서 보면 마치 집이나 하안이 그렇게 물 밑에서부터 솟아오른듯이 보이는 것이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벽 아래 단단한 대리석 토대가 '폰다멘타'라고 하는 토대이다.

허물어져가는 벽이 이 도시의 오래된 역사를 말해준다.

 

 

 

이렇게 광장 주변을 한바퀴 도는 동안 어둠은 이미 사람들의 어깨위로 내려앉아 있고..

 

 

산마르코 광장에는 주변 까페에서 흘러나오는 리듬으로 로맨틱한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다.

 

 

선착장의 밤의 모습은 낮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고..

 

 

나는 시오노 나나미의 '주홍빛 베네치아'에서 보았던 마르코와 알비제가 하얀가면을 써고는  

이 난간에 기대어 무언가 밀담을 나누는 모습을 보는 듯 환상에 빠져서는

이 주변에서 한동안 헤어나지를 못한다.

 

 

 

산마르코 광장의 밤을 밝혀주는 가로등아래서 한참을 서성거리다가..

 

 

갑자기 배가 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