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론소 산장'에서 '라바레토 산장'에 이르는 길
길은 돌로미테 산 허리춤에 걸쳐 길게 드러누워 있다.
그 길을 타고 사람들은 서로와 서로를 연결하면서 길게 이어져 있다.
자연속에서는 내가 원치않아도 그 속에서 하나가 된다.
왼편으로 우뚝 솟아있는 장엄한 돌로미테바위산..
앞뒤로는 하얀 뭉게구름 외에는 한점 오점없는 높고 푸른 하늘,
그리고 오른편 아래쪽으로는 이태리 북 알프스의 짙고 푸른 계곡이 펼쳐져 있으니..
이런 '순수'의 세계에서는 내 속에서 끓어오르던 모든 세속적 잡념들마저도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모든 잡념을 잊어버린 나의 몸과 마음은 하나가 되어 현재에 집중하고..
행렬의 흐름속에서 그들의 일부가 되어 그 어떤 것엣도 걸림없이.. 가벼이 흘러간다.
생명력이 이미 소진되어 버린 석회암속에서도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는 강한 생명력에
경외감을 감출 수가 없고..
산허리 하나쯤 건너왔을 때, 내가 출발했던 곳을 뒤돌아본다. 내 뒤로도 행렬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이미 오론소 산장도 까마득해 보인다.
오론소 산장이 까마득해 보일 때쯤 나타난 자그마한 예배당 하나..
산 중턱에 세워진 조그만 예배당..
아마도 돌로미테 등반을 하다가 추락한 산악인들을 기리는 예배당이지 싶다..
입구에 뭐라고 써 놓았지만..이태리어에는 문맹과 다름없으므로..
큰 바위산을 배경으로 세워진 누군가의 묘비도 그런 것 중 하나일테고..
20세기초부터 유럽은, 제국주의적 발상의 일환이었겠지만.., 세계에 있는 높은 산에 어느나라 국기를
먼저 꼽느냐를 경쟁했던 시기가 있었던 것 같더니..이 지역도 그런 곳 중 하나였겠지..
그런 와중에 많은 산악인들의 희생이 있었을 터이고..
이 예배당과 이런 추모비도 그들의 희생을 추모하고 그들의 영혼을 기리기 위하여 설치되었지 싶다.
산의 역사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으니..;;
행렬속의 이런 모습은 마치 성지 순례를 하는 순례자의 행렬처럼 성스러운 느낌..까지 일으키기도.
저 모랭이 뒤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는 흰구름에 둘러싸인 돌로미테바위산은 먼 동양에서 온 한 여인에게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게 하고..
저 앞에 '라바레도 산장'이 보이고..
2,344m 고지에 위치해 있다.
모두들 도착하자마자 어느 한곳으로 시선을 모은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 본다.
산 중간허리에는 마치 개미가 빽빽히 박혀서 줄지어가는 듯한 느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고..
그 위로 우뚝 솟아있는 전설의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
이것을 보기위하여 사람들은 전세계로부터 모여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