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의 경주박물관 표정
질녀 현장학습 핑계로 방문한 경주 박물관
아무기대없이 그저 모친에게 작은 아들과 함께 할 시간 좀 만들어주기 위하여 나섰던 길이었는데..
오늘은 이전의 방문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우선, 추석이라고 무료입장을 시켜준다. 와우~ 따라나선 거에 대한 부담이 확 줄어든다.
왜냐하면 입장료라도 줄었으니까..^^ (왕 소심이라니까~)
둘째, 여느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였다.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역시 관광지에는 사람이 있어줘야 뭔가 있어보여~
셋째, 여느때는 없던 전통 민속 놀이들이 마당에 펼쳐져 있어 또 다른 구경거리를 만들고 있어..
준비가 그다지 성의있어보이지는 않지만,
명절날 나들이 온 박물관에서 이런 모습을 구경하게 되니 새삼스럽게 반갑기도 하다.
실내 전시관은 매번 갈 때마다 봐도 거기서 거기이고..
동생네만 보고 나오라하고는
추석날 박물관 실외표정이나 구경하자 싶어 주변을 배회한다.
입구에서 들어가자 마자 차마당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편에서는 목마른 자들에게 우리 전통차를 대접하고 있고..
치마자락만 보이는 저편으로는 '茶菓'를 만드는 체험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고..
어린 아이들이 상당히 흥미있어 한다.
차마당을 돌아나오니 사물패들이 굿거리 장단을 맞추고 있고..
그 옆으로는 줄넘기, 투호, 고리던지기 등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전통놀이판이 제공되고 있다.
미술관 건너편으로 우아하게 앉은 석가탑 모형
높은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그 모습이 참으로 소담스럽기 그지없다.
안압지관 앞으로 담대하게 앉아 있는 다보탑 모형
돌덩어리 몇개가 주는 이런 아름다움과 평안감을 무엇으로 설명해야 하나..
박물관 나들이의 바람직한 모습들이다.
모처럼의 여유있는 명절연휴가 사람들의 행동까지도 여유있게 만든다. 좋다~
전시관 돌때마다 초등학교 3,4학년 밖에 되지 않은 아이에게
'황용사탑은 몇층?"
'언제 없어졌지?" 를 외쳐대다가,
전시관 돌고나면 마음의 여유도 없이 메모장만 움켜쥐고는 휑하니 사라지는 관람 태도는
이제 좀 사라질때도 되긴 했지..
아이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이쁜 딸내미 모습 영원히 영원히 기록해두고 싶은 아빠 마음..
제 1전시관에서 출구로 나와서 안압지관으로 가다가
전시관 왼쪽으로 비스듬히 아래쪽으로 무엇인가가 눈에 들어와 걸음을 멈추게 된다.
내려다보니 자그마한 연못이 있다. 이름표지판을 본 것 같은데..기억이 없다.
그동안 경주박물관을 몇회나 들렀지만, 이 곳에 이런 소담스런 정자와 연못이 있는 걸 이번에야 알았다.
그 아래쪽으로는 아름다운 공원과 산책길도 조성되어 있고..
그 전에는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
최근에야 조성된 곳일까..??
아마도, 우리가 박물관을 너무 형식적으로 본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지..
어떤 어떤 유물을 보았다는 걸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건너편으로는 경주의 산야가 늦여름의 향기를 진하게 풍기고 있다.
어느사이 해가 서산으로 기울고 있다.
'덕업이 날로 새로워지고(新), 사방을 망라한다(羅)'는 신라, 그리고 그 땅의 중심 경주..
신라 천년의 영광이 경주평야에 다시 펼쳐지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