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나라 /10-08 베네토

베네치아의 Hotel Astoria..

노코미스 2010. 10. 7. 21:48

 

해외 여행에서 최악의 숙소, 호텔 아스토리아 인 베네치아..

로케이션, 베드, 환기, 통풍, 바스룸, 스탶..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것 없는 곳..

끝까지 나의 일정에 태클이 된다.

 

...

피에브 디 카도르에서 베네치아로 다시 돌아온다.

큰 짐이 그 지긋지긋한 hotel Astoria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짐을 사흘이나 맡아준 곳이므로 더 이상 투덜 댈 수도 없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먼저 손을 내밀자고 생각하고는 들어간다.

 

첫날밤에 나를 맞았던 싸가지 청년이 유럽처자 둘이한테 아주 친절하게

시내관광루트를 설명해주고 있다.

아니, 저렇게 친절한 녀석이 나한테는 그날 밤 왜 그렇게 불친절했지..? 생각하니

괘씸하기 짝이 없다. 그렇기도하지만, 한편으로는 저녀석도 친절한 구석이 있으니

내가 잘 구슬러야겠다는 생각이 뒤따라 온다.

 

'너, 오늘 참 친절하다. 내가 첨 온 날은 그렇지 않더니.." 웃으며 한마디 던졌더니..

그도 멋적은듯 웃더니 '그날은 내가 너무 피곤했다'며 변명을 한다.

요녀석 봐라.." 그래, 그날밤 피곤해 보이더라"했더니, "응~ 정말 그래"하며 응석을 부린다.

 

그러더니, 첫날은 본척 만척 하던 그 무거운 가방을 오늘은 지가 올려다준다고 먼저 나선다

'괜찮다'고 한번정도 사양해도 극구 올려다 주겠다니 뭐..ㅎㅎ

 

그렇게 하여, 마지막 응어리를 화기애애하게 회복하고..

기분좋게 떠나올려고 했었다..

but..

 

 

그 다음 날..

아침 8:27분 기차로 볼로냐로 가야하기 때문에 아침일찍부터 서둔다.

7시에 내려가서 첵아웃을 한다.

새벽에 스탭이 다른 녀석으로 체인지되었다.

이 녀석은 내가 돌로미테로 떠나는 날, 뜨거운 물한컵을 안주고 인색하게 굴길래

'왜 그렇게 너희들 인색하고 경직되어 있느냐?"고 던졌던 나의 불만을 바로 들었던 녀석이다.

 

그 말을 들어서 그랬던지..

이 날은 아침부터 상당히 친절하게 군다.

"아~ 벌써 떠날거냐..? 이번에는 어디로 가느냐?"고 묻더니

오늘은 아침을 먹고 가란다.

 

"아니, 너희들 8:00시 되어야 레스토랑 오픈하지 않느냐 " 했더니..

"아~ 괜찮다. 오늘만 특별히 널 위해서 7:30분에 오픈한다. 그러니 아침 먹고 가라"고

부득부득 우긴다.

그러면서, "오늘은 뜨거은 물 필요하지 않느냐?"묻길래..

속으로 "얘들 왜이래~"싶었지만

관계회복을 위하여 그들 나름대로 이렇게 노력하는데 무시할수도 없고 해서,

"그럼, 뜨거운 물 한컵만 줘~ "라는 부탁을 했다. 돌로미테 가는날 못먹었던 컵 라면을

먹어야 겠다는 의지가 갑자기 솟구쳐 오르면서..

 

난, 당연히 뜨거운 물이 준비되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준비실로 올라가더니 내려오질 않는다.

5분여 기다리니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물 한컵을 가지고 내려온다.

가지고 온 것이니, 그 와중에 컵라면을 꺼내어 물을 붓는다.

그러고는 시계를 보니..

 

오 마이 갓~ !!

시간이 벌써 그렇게 흘렀는지 몰랐다.

 

체크아웃하느라 왔다갔다..

오늘은 어디가니..? 어쩌니 하며 이야기 주거니 받거니..

물 뎊이러 올라갔다 내려갔다..

그러다보니 벌써 7시 20분..

더 이상 여유부릴 시간 없다.

라면 불릴 시간도 없이 그냥 대충 휘저어서 둘러마신다.

그러고는..

 

선착장으로 바쁜 걸음으로 움직인다.

나가니 방금 1번 바포레토가 하나 떠난다.

그 다음에 있는 바포레토는 8시가 지나야 있단다.

산타루치아역까지 몇분 걸리냐니까 40여분 걸린단다. 오~ 마이 트레인..

나의 볼로냐행 기차는 8:27분 발인데..

수상택시를 타면 가능할까 싶어 매표원 아가씨한테 물어봤더니,

아마도 50유로정도 줘야할 거란다..

28유로 살리기 위해서 50유로를 투자할 수는 없는 것이고..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놈의 친절때문에..

왜 안하던 짓을 해서는..ㅜ.ㅜ

 

Astoria와 나간에 한번 꼬인 실타래는 나도 모르게 곳곳에서 내 발목을 잡는다.

 

어차피 늦은 거 느긋하게 움직인다. 그냥 버스를 기다린다.  

산타루치아에 도착하니..

역시나 나의 기차는 이미 오래전에 떠났고..9시 27분에 다음 기차가 있단다.

예약티켓을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을 했더니..엑스트라 챠지를 내고 타란다.

28유로에 예약된 티켓에 엑스트라 챠지 16유로를 지불하고 볼로냐로 간다.

 

그래, 16유로...

Astoria in Venecia, 그들의 친절을 얻는데 지불한 댓가로 치자~

 

나는 이렇게 골병들어도

이 상황을 모르는 그들은

나에게 최선을 다했다는 충족감에 오늘 하루 행복해하지 않겠는가..

 

누구 한 사람이라도 행복할 수 있다면

그 정도 비용이야 치루면 어떠리..

 

어쨋거나,

한쪽이 손을 내밀때 누군가가 그 손을 잡아줘야 춤도 추어지는 거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