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living/동네 산책

가을 햇살이 나른한 장유사 계곡길..

노코미스 2010. 11. 18. 20:26

 

 2010. 11. 18. 목요일  날씨: 쾌청   ※ 대한민국 고3 수능일

 

딸아이가 오늘 수능을 본다.

늘..혼자 해 오던 아이이고..나 역시 엄마 역할이 아직도 익숙칠 않고..

뭘 어떻게 해줘야 할 지도 모르겠고..

 

그동안 주말마다 독서실 가서 저녁사주고..굶지 말라고 용돈 조금 지어주고..

그 외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당일 역시..다른 엄마들처럼..엿사들고 도시락 싸서..수험장 앞에가서 대기를 해야할지..말아야 할지..

본인한테 물었더니..뭘 걱정해요? 지금까지 혼자 잘 알아서 해 왔는대.. 엄마, 걱정마세요~라고

오히려 날 위로하니, 고맙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다행히 친구엄마가 수험장 까지 라이딩 해주기로 했다니까..그나마 안심하고..

오후에는 수시에 걸린 친구가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맞아주기로 했다니까..그 역시 안심이고..

친구와 영화나 보라고..용돈 몇푼 지어주는 것밖에 내가 특별히 할 게 없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니..마음이 석연찮고..

해서, 부처님께 가서 마음의 위안이라도 받을까..싶어 핸들을 장유사쪽으로 돌려본다.

 

 

계곡 들어가는 입구에 언제 공사를 했는지..인공폭포옆에 물레방아까지..그림이 나름 괜찮다.

아직은 남아있는 가을풍경에 마음이 뺏겨.. 한 컷트 찍고는 올라간다.

 

 

  

일반적으로..수능일은 날씨가 매우 추워진다는 징크스가 있는데..

올해는 다행히 날씨가 포근하여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올라가는 길에는.. 하늘에서 비쳐내리는 연한 가을 햇살에 눈이 부시다.

 

 

 

 길은..아직 남아있는 가을 단풍과 더불어, 외줄기로 계속해서 이어지고..

 

 

 

절 입구에 들어서니..먼저 기도를 하고 나오는 엄마들의 모습이 보인다.

부처님께 성심껏 절을 올린다..

 

 

 

 

 

생각보다, 경내가 조용하다..많은 수능치는 아이들의 엄마들로 북적거릴 거라 생각했는데..

허긴, 대부분의 엄마들은 평소에 기도를 많이 했겠지..

 

 

 

 

대놓고 내 딸 잘 봐달라 소린 못하겠고..

그냥 평소 지가 준비한 거..차분하게 놓치지 않고 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를 하고는

오랜만에 들른 절이라 ..절 뒤곁으로 걸음을 옮겨본다.

 

처마끝에 달려있는 조그만 풍경이..내 의식 한 귀퉁이를 살짝 두드린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으나..

어쨋거나..지금 내 의식위로 떠 오르는 자각은..'잘 할거야..걱정하지마..'

 

 

 

 

 숲도 아름답지만..개체로서의 부분들도 아름답다.

 

올라간 길에..주변 한 바퀴 돌고는 발걸음을 다시 돌린다.

 

 

 

 

 

 

 

내려오는 길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아쉬움을 남기는 길이 되지만..

 

시인들의 눈에는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을 볼 수 있는 여유로운 길이 된다.

 

 

여전히, 길에는 가을 햇살이 나른하게 내려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