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자연을 담은 약선 요리집, 수선제
언제인가 부터 '樹仙齊' 이집이 눈에 들어왔으나..
약선요리는 그 자체가 워낙 까다로워서 의도는 좋으나 향이 강할 수도 있고..
아님 제대로 되지도 않은 음식으로 실망만 안고 나올수도 있어서 불확실함으로 미적미적하다가..
제자로부터 이 집이 창원에서 아주 좋은 평으로 운영하다가 이쪽으로 옮겨온 집이라는 정보를 얻어듣고는
긴가민가하고는 확인할겸 연말에 이집을 들렀다.
초창기에 지나치면서 보아왔던 이 집앞의 썰렁했던 분위기와는 달리
이날은 집앞에 승용차들이 제법 줄을 섰고, 가게 안에서 흘러나오는 네온사인 불빛이 주변을 넓게 밝힐만큼 강하다
내부는 소박하다.
일반 식당들과 별반 달라보이진 않는다.
들어가는 첫 입구는 홀이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왼편으로 칸막이를 해두고 있고, 입구 오른쪽으로 방이 있고,
홀 안쪽으로도 독립된 방들이 있다. 우리는 입구 오른편에 있는 방으로 안내를 받는다.
자리에 앉으니 앞접시와 맑은 약초물과 기본 소스가 주어지고
여러가지 약초잎을 섞은 찻물은 계속 우려먹을 수 있도록 이렇게 개별적으로 준비되고.
가벼운 샐러드와..
색깔도 고운 물김치..
그리고 고운 연자죽이 제일 먼저 나온다.
음식들이 금방금방 만들어지는대로 하나씩 하나씩 차례대로 나온다. 따뜻한 상태로 먹을 수 있어 더 없이 좋다.
이집 요리들은 색과 향이 자연색, 자연향을 그대로 살린다.
어떤 집들은 자연향을 살린다고는 하나 그 향이 다른 재료에 가미되도록 함으로서 오히려 강한 향에 역겨움을 주기도 하는데..
이 집은 다른 향을 다른 재료에 가미시키는 방법이 아니라..
향과 색을 가지고 있는 그 재료를 그대로 살려서 그 재료의 개성을 살린다.
이렇게 색감이 좋을 수가 있을까..
색뿐만 아니라 맛도 정말 강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너무 닝닝하지도 않고..
각각의 재료의 향과 질감과 맛이 살아있으면서, 구절판으로서의 전체적인 맛에도 개성이 있다.
논고동 무침..이 집에서 가장 강한 양념이라 할 수 있으나..
새콤 달콤한 양념의 조합은 매우 좋다. 너무 달지도, 너무 시지도 또는 너무 짜지도 않고..
오이교자.. 환상이다.
두부와 오이로 속을 채워서 몸에 좋을 뿐만 아니라, 한입 깨물면 오이향이 입안에 가득 배인다.
두부 속에 표고버섯을 다져넣어서 튀긴..
자칫 튀김음식에서 느낄 수 있는 기름진 맛을 완화하기 위하여 참나물 겉절이가 함께 나온다.
참나물 겉절이의 향은 말하지 않아도..
단호박 약밥에..
일종의 우럭(아니..볼락이든가??) 강정이라고나 할까..바짝 튀겨서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아작아작 씹어먹으면 상당히 고소하다.
잡채도 상당히 부드럽다. 참기름 향이 한동안 입안에서 맴돌고..
점차 후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수수부꾸미 안에 달달한 앙꼬도 혀끝을 행복하게 해주고..
튀김이 다소 맛이 떨어진다. 이거야 뭐~ 먹어도 그만 안먹어도 그만인 것을..
들깨탕.. 어떤 집에는 토란을 빠뜨리기도 하는데, 이 집은 두부와 함께..
여기까지 전채코스로 나오고..
마지막 밥상이 차려진다. 단아한 백자에 하나같이 홈메이드로 만들어진 음식들이 정갈하게 놓여있다.
자연산 파래김에..
내가 지난 여름 유럽여행길에서 가장 그리워 했던 것..하얀 쌀밥에 뽀얀 조깃살~
그것을 오늘 '수선제'에서 소원풀었다.
조기도 어리지만 신선도가 살아있어서 그 맛이 고소하다.
점심때 정통 한정식 집에서 이보다 더 거한 밥상 받고, 저녁에는 그닥 밥 생각이 크게 없었었는데..
수선제를 나올 무렵, 내 앞에 놓인 밥상은 완전..
밥한그릇 다 비우기는 근래에 들어 처음인듯..;;
창원에도 약선 요리집이 한 곳 있긴 하지만, 갈 때마다 불만스러웠다.
밥에는 멋을 낸답시고 노란 치자물을 뿌린다든지, 또는 샤프란 향을 가미한다든지..
김치에는 강한 산초향을 띄워서 오히려 우리 음식이 지나치게 작위적이거나 강한 향을 가진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실, 그것은 우리의 향이나 색이 아닌데..왜곡된 요리로 난 본다.
그런 것에 비하여 이집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색과 맛이 억지스럽지 않으면서 제각기 개성이 있고..
그런 것이 주인장의 정성과 잘 어울어진다.
주인장은 음식을 내어올 때마다 이 음식은 몸에 어떻게 좋고, 어떤 기능을 하고..
그리고 어떻게 먹으면 그 요리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지를 말해준다.
먹는 내내 즐겁고 행복하다. 음식은 본질적으로 이러해야 한다.
그래서 나오면서 사장님을 다시한번 보게 된다. 아직 젊은 분이신데..묵은 된장 처럼 후덕해보인다.
이런 집은 널리널리 알려서 온 국민에게 건강한 밥상이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나오면서 이곳저곳 몇 카트를 찍다보니..
어허라..이것이 무엇이라..
이미 이 집은 그 오래전부터 맛으로 정평이 나 있었던 집이었던 게라..
노무현 전 대통령,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 박완수 창원시장, 권영길 국회의원, 박신양과 달마야 놀자팀, 권정호 경남 교육감,
국회의원 최철국.. 등등
세상에, 이렇게 유명한 집을 곁에다 두고 난 그동안 어디가서 맛집을 찾아 헤멨던 것인가..
출입구는 요렇게 되어 있고..
주소는 김해시 장유면 관동리 465-9 /전번은 055-314-28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