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라 /강원 기행

새해 첫날 아침, 꺄오~ 눈이다 !!!

노코미스 2011. 1. 3. 14:16

 

2011. 01. 01. 신묘년 새해 새 아침, 한국의 무릉도원이었던 '증산'의 어느 허름한 민박집에서 아침을 맞다

 

 

떠나오긴 했건만..

 

보내는 해의 마지막 밤을 모텔촌에서 보낼 것이란 기대는 전혀 한 적이 없으므로..

내가 선택한 초이스임에도 불구하고 잠들기 직전까지 기분은 썩 개운칠 않았다.

 

그래도 새벽녁에는 내집 침대보다 더 따끈한 아랫목에 다소 기분이 풀린다.

 

개운한 기분에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커턴을 젖힌다

 

....꺄오~~☆♪♬♥

 

 

 

눈이다. 눈이 왔다. 밤새 눈이 왔다.

아니 지금도 내리고 있다. 내가 떠나 온 곳에 눈이 내린다.

우하하하.. 눈이다.

 

토끼해 첫날 아침..

강원도 산골마을에서 눈을 만났다. 비록 눈으로 인해서 밝은 태양은 볼 수 없지만..

이 동네 사람들은 새해 아침 해돋이자체를 모르고 살아왔어도 잘만 살아왔단다.  

둘중에 하나만 볼 수 있어도 그것이 어디인가..ㅎㅎ

 

갑자기 몸이 부지런해지기 시작한다.

하얀 눈에 덮힌 평화로운 강원도를 볼 생각을 하니 갑자기 신이 나서 나의 게으른 몸이 절로 움직인다..♬♪

 

 

 

준비를 하고는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그래도 역에서 기다리지..하고는 역으로 향한다. 

저 계단위에 빨간 벽돌 건물이 '민둥산 역'이다.

 

 

이 역은, 원래는 '증산역'이라 하였으나 전국에 '증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역이 4개나 되는데다, 역명이 지역특성을 살리지 못한다하여

2009년 9월 1일 '민둥산역'으로 개명을 했단다.

 

그래서 지역이름은 '증산'이다.

 

 

아오라지행 열차가 들어온다는 안내방송을 듣고 타는 곳으로 나가니,

밤새 내린 눈으로 선로 주변이 하얀 설국으로 변하였다.

어제 저녁에 내가 처음 이곳에 내렸을 때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ㅎ

 

민둥산역에서 아오라지로 들어가는 기차시간은 다음과 같다.

 

 민둥산->아오라지  08:28, 11:36
 아오라지->민둥산  10:45, 17:30

 

기차시간은 상, 하행산 각각 1일 딱 두번뿐이다. 그래도 걱정할 건 없다. 시간이 맞지 않으면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버스는 기차보다 자주 있으니까..

 

나는 첫차를 타고 아오라지로 일단 들어가기로 한다. 요금은 모든 구간 일정액 2,500원

 

 

기다리는 동안, 옆의 할아버지께 여쭈어 보니

저 앞의 철길 끝나는 부분에 가로막고 있는 산이 이 역의 지명이 된 '민둥산'이란다.

 

민둥산은 가을이 되면 억새군락지로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이 트레킹을 즐기기 위하여 이곳을 찾는단다

 

 

 저기서 내가 타고 갈 아오라지행 정선선 기차가 들어온다.

새하얀 눈을 배경으로 밝게 빛나는 빨간 라이트를 켜고 들어오는 기차가 오늘 아침 유독 희망적으로 보인다.

 

 

드디어 기차는 설국으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정선선은 민둥산역에서 아오라지역까지 운행되는 기차인데, 선로는 고작해야 별어곡-선평-정선-나전-아오라지로 이어진다.

아오라지 뒤에 구절리 역이 있으나, 구절리역은 기차역으로는 사용되질 않고 오히려 레일바이크의 출발역으로 활용되고 있다.

 

민둥산역에서 별어곡역까지는 금방 도착한다.

 

 

조그만 간이역사같은 느낌의 별어곡 역은 주변이 예쁘다.

 

 

고맙게도 눈발은 밤사이에 오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눈발이 더 굵어지고..

 

세상은 더욱 하얗고 깨끗하게 변한다. 눈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세상은 더욱 고요해지고 포근해진다.

 

 

별어곡 역사 주변의 돌담위에도 눈이 쌓이고..

산등성이의 능선을 훌쩍 넘어선 키다리 가로등도 오늘따라 더욱 로맨틱해 보인다..

 

 

 산골의 기차는 굽이굽이 맴도는 산길을 따라..

 

 

 또는 물길을 따라..

 

 

 

 그렇게 달리는 기차위에서 나는 아름답게 펼쳐지는 내 조국의 산하를 감상한다.

 

 

 강줄기를 따라 난 직선의 길도..

 

 

산기슭에 자리잡은 조그만 마을과 몇백년일지 모르는 역사를 함께 한 그들이 일구어 온 조그만 땅덩어리들..

 

그 위에 축복처럼 오늘 눈이 내린다.

 

 

 이런건 아예 한편의 수묵화이다.

 

 

 

 어느 산수화의 대가가 있어 이보다 더 아름답게 내 조국을 표현할 수 있을까..??

 

 

도화꽃 만발하다든 무릉도원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까??

 

 

 

선평역까지 오는 중에..

눈오는 내 조국을 바라보며 기뻐하고 있는 지금의 난, 어제의 내가 아니다

 

 

어제 실망했던 땅 덩어리를 보면서

오늘 이렇게 꺅꺅~거리는 내가 비록 다른 사람 눈에는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으로 보일지는 모르나..

루소는 그랬다.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선한 사람이라고..ㅎ

 

루소를 믿고,

가장 인간적이고 내추럴한 모습에 당당해져 보자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