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지강변이 어디여요~
기차는 민둥산역을 출발한지 50분만에 아우라지 역에 도착하였다.
저 예쁜 기차를 타고 아오라지 종착역까지 온 사람은 저 뒤의 두사람과 나, 나의 사진을 찍어주는 일본인 여행객 한사람,,
그리고 이 지역 할머니 한분과 아주머니 한분이 전부이다.
세상은 마치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속통 빵빵하게 넣은 새하얀 오리털 이불로 뒤덮어놓은 듯,,
그렇게 폭신하고 따뜻해 보인다.
승강장에 내리자 마자 역사로 들어가기도 전에 철로 건너편으로 보이는 기이한 조형물이 눈으로 들어온다.
왠 물고기가 땅위로 올라와서 퍼득거리고 있는 것인가..
날씨가 너무 춥다보니..
물고기도 찬 얼음물에서 견뎌내기가 어려웟던 것인겐가..
보니 물고기 모형의 레스토랑이다. 돈까스, 햄버가, 우동, 어묵, 치킨 등을 판단다.
난, 이곳 정선에서 곤드레나물밥을 먹고 싶어서 아침도 안 먹고 왔는데..-,.-
돌아나와서 보니 얘 이름이 어름치 인 모양이다 '어름치의 유혹'이라고..
아마도 이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귀한 어종인가 보다..
그렇다하더라도 조그만 역사주변에 이렇게 혼자 튀는 물고기를 꼭 조성했어야 했을까..이 위치에..
인공물을 설치할 때는 주변의 생태적 환경을 잘 고려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물론 고민들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진 않는데..그래도 무슨 생각으로..
어쨋거나 널 이곳에 갔다 둔 사람이 맹한 거지, 너가 무슨 잘못이 있겠니..
역사옆의 말라빠진 단풍잎은 그래도 의리는 있다. 한 겨울 눈바람이 아무리 매서워도
자신의 빨강색을 드러내어 보는 이로 하여금 즐겁게 해 주는..
역사밖으로 나오니,
역사앞 공터의 잔가지가 많은 수종은 눈안개로 미스티 그레이로 뒤덮혀 있는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린다.
아오라지 강변에서 님을 기다리던 처자가 뭍으로 올라와 가로등을 등에 업고 불철주야로 님을 기다리고 있다.
그 처자가 기다리는 가로등 앞에는 피노키오같은 나무사람이 눈썰매같은 것을 끌고 가는 조형물이 조성되어 있다.
보니, 이것은 레일바이크의 상징물이다. 옆에 레일바이크 운행시간과 요금등에 대한 정보가 적혀있다.
'아우라지역'은 레일바이크를 예약할 수 있는 역이다.
레일 바이크를 탈 수 있는 방법은 첫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하여 사전예약 접수하는 방법(www. railbike.co.kr)
둘째, 이 역에서 현장 접수하는 방법이 있는데 각각의 비율은 전체 매표수의 50%씩이다.
그러나, 현장접수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인터넷에 많이 올라와 있으므로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난, 어차피 시간이 여의치 않을뿐만 아니라 혼자서 무슨 낭만으로..(레일바이크의 예약단위는 2인승과 4인승이다.
즉, 혼자오는 사람은 타지 말라는 간접적인 압력이다..-,.-)
역사에서 마주보이는 도로로 무작정 내려가본다.
거리에 사람이라곤 보이질 않는다.
내려가다보니 '콧등치기 원조'집도 나온다.
그래~ 내가 먹고 싶은 것이 이런 것인데..
하지만, 오늘은 새해 1월 1일..
가게가 문을 열 의지가 전혀 없어보인다.
뭔가 먹거리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데..먹을 것은 보이질 않고,
뭔가를 찾아서
내려오던 길에서 다시 왼편으로 꺾어서 올라가본다. 딱 보니, 이 길이 중앙로이다.
두 연인의 뒤태에 이끌려 맹목적으로 따라붙는다.
그러나, 중앙로 역시 차들이 다닌 흔적은 있으나..사람의 흔적은 없다.
오늘, 이 마을에서 내가 먹거리를 얻어먹을 수 있다면 그것은 행운이겠다는 생각이..
낯선거리에서 뭔가 볼거리가 있는지, 먹을거리가 있는지..를 염탐하기 위하여 열심히 두리번 거리면서 올라가니..
오른쪽 신협 건물에 뭔가 사진이 몇 점 걸려있다. 지역 홍보물이겠거니..하고는 올려다보니..
아~ 아우라지다.
그래, 나의 목적지는 저곳인데..
내가 먹는 것에 넋이 빠져서 나의 목적지를 잠시 잊었구나..
시간을 보니..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 같다. 먹는 일 vs 보는 일..
먹는 것은 다시 다른 역에 나가서 먹어도 되지만..
아우라지까지 와서 아우라지를 못 보고 간다면 그것 또한 아이러니한 일..
우선 아우라지부터 보고
시간이 남으면 간단히라도 먹고 가는 것으로 우선순위를 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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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저곳은 어디에 있지..
지금 내가 걷는 길에서는 도무지 저런 강이 있을법하질 않은데..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사람흔적은 보이질 않고..
눈에 보이는 '여량 버스터미널'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는 저 조그만 건물로 무조건 찾아들어간다.
신협 외벽에 붙어있는 저 사진을 보여주며
저 곳으로 가는 길을 알려달라했더니..
여기서 몇 블럭 더 올라가서 좌회전하여 계속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단다.
계속 올라가서 이 카센터 옆길로 좌회전할까 하다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선조들의 가르침이 떠 올라..
카센터 주인장한테 '내가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물었더니..'
추운데 들어와서 커피라도 한잔 하고 가라며, 끌고 들어가서는 길을 상세하게 다시 알려준다.
조금 더 올라왔으므로 한 블럭 아래에서 다시 올라가라고..
아~ 감사합니다. 따뜻한 커피한잔으로 몸도 마음도 따뜻해져서는 다시 길을 찾는다.
사실 중앙대로에서 이 입간판 찾으면 길 찾기는 쉽다. 크게 헷갈릴 일도 없고..
입간판에서 가르치는 방향으로 건물을 끼고 3~400m만 올라가면 된다.
그러면 아오라지 회관을 지나서 저기 철도 건널목 표시가 보인다. 저곳을 가로지르면 강나루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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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길 곳곳에서 보니, 민박을 만날 수 있다.
어제밤에 '민둥산역'의 역무원이 아우라지에 가면 잠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라고 하더니..
사실은 일반 여행자에게는 증산의 모텔촌같은 느낌보다는 오히려 이곳에서 묵기가 더 좋을 듯하다.
물론, 성수기에는 책임질 수는 없다.
아우라지가 최근에 상업화되어가고, 많은 관광객들이 유입되어 오면서
자칫 그 순수함이 쉬~ 그리고 무질서하게 오염 또는 파괴되어갈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자신들을 잘 지키며 올바른 방향으로의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을이 갑자기 무질서해진다든지..
대형상가나 대형 모텔이 우후죽순 솟아오른다든지..
자기가게만 알리는 이기주의적 간판들이 무질서하게 걸린다든지..
그런 모습들이 보이질 않고..
여전히 낮으마한 집들에..
가능하면 민속적이고 자연적인 모습으로 공원을 꾸미려하고,
상가들은 통일된 일정규모의 간판들로 다른이의 미감을 해치지 않고..
이미 마을의 컨셉이 정해져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어름치 레스토랑만 삐고..
건널목 입구에 서서, 오른쪽으로 보니,
철도가 계속 뻗어가고 있다.
아마도 구절리에서 내려오는 레일바이크용 철도인 모양이다.
저 끝부분이 철도여행의 메카 '여량'마을이고..
왼편으로 돌아보니, 아니..
내가 출발했던 역사가 보인다.
역에서 내려서 기차길을 따라 바로 내려왔으면 바로 지척인 것을..
나는 괜히 마을로 들어가서 마을을 한바퀴 돌아서 제 자리로 돌아온 것이로구나..
여행이란 것이 원래 그런 것..나쁘진 않다.
그러지 않았으면 여량면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내 어찌 알 수 있었겠는가..
그곳의 사람들의 인심이 어떠했는지를 내 어찌 알 수 있었겠는가..
길을 묻는 나그네에게 아무댓가없이 따끈한 커피로 몸을 녹일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여량주민들의 친절함을 내 어떻게 경험할 수 있었겠는가..
건널목을 건너 어느누구도 지나간 흔적이 없는 하얀 눈으로 뒤덮힌 강변 공원으로 들어온다.
강변가까이에서 공원을 가로질러 바라보는 역사와 길게 누워있는 빨간기차위로 오버랩되는 수직의 장승들이 잘 어울린다
가로수와 함께 설치된 통나무 장승 조각들은 우리의 생태적 환경을 거슬러지 않고 자연스럽게 잘 어우러진다.
전체적으로 조경도 거슬리는 것 없고..
강변나루의 잎떨어진 나목이 빚어내는 운치도 좋고..
지금의 상태에 대해서는 더 이상..말은 불필요하다. 아니..점점 말을 잃어가고 있다
말을 잃는 대신, 느낌이 커질수 있다면..
이 순간만은 그것을 택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