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라 /영남 기행

아무리 추워도 봄은 오고.. '영축산 축서암'

노코미스 2011. 2. 4. 18:38

 

통도사갔다 내려오는 길에 다른 길로 빠졌다가 마을이 예뻐서 들어갔던 곳.. '축서암'

 

무작정 팻말만 보고는 들어갔더니..

길 맨 끝자락에 버려진듯한 암자가 하나 나온다.

 

고요한 주변 분위기에 취해서 우선 차를 멈추어 본다.

 

 

꼭지만 남기고 앙상해진 나무가지 사이로 싸~한 파란 하늘이 아름다운 절간이다.  

 

 

  

아까운 옹기들이 입구에 방치되어 있다. 쓰여지는 옹기는 아닌 것 같은데..왜 이렇게..

 

 

 

 

윗채로 올라가본다.

 

 

 

어째 분위기가 .. 

정적만이 감돈다.

 

 

 

규모는 작지만, 한때는 누군가의 정성스런 손길을 많이 받았을 거 같은 암자가 그 곳에 있다.

그러나, 사람그림자 하나가 없다.

그리고 일반적인 절간의 부속품들이 군데 군데 떨어져나간 흔적들이 보인다.

 

좀 이상하다.

 

 

 

 

돌아보니 '삼선각'을 제외한 모든 건물에 현판들이 제거되어 있고..

 

 

 

 

그러메도, 주변 경관은 참 좋다.

요사채로부터 대웅전, 삼선각에 이어지기까지 낮으마한 소나무 언덕이 병풍처럼 감싸안고 있다.

저 깨끗하고 미끈하게 빠진 소나무에 또한번 사랑을 느낀다.

 

 

 

 

멘 입구쪽의 건물이 그중 포스가 있어보이는데..용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현판을 떼어서 아래쪽에 세워두었다. '영축산 축서암'

 

현판은 왜.. 메달지도못하고 버리지도 못한채, 왜 저렇게 세워두었을까..

아무리 돌아봐도 사람의 인기척은 없고..

아무래도 버려진 암자이다.

 

도대체 누가 살다가 이렇게 현판하나 달랑 떼 놓고 사라진거지..

왜?

 

나중에 내려오면서

동네 주민에게 물어보았다. 저 위의 축서암은 왜 저렇게 버려져 있는지..?

 

음..

원래 이 곳이 그 유명한 '수암 스님'이 기거하시던 곳이란다.

그런데 어느날 절을 버리고 떠나셨단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본인들도 모른단다

..

 

 

 

 

어쩐지..

곳곳에 예술적 포스가 예사롭지 않았다..

 

부잣집은 망해도 3년은 간다더니(이 비유가 맞나?)..

비록 주인은 떠나고 없지만, 거주하던 사람의 향기는 쉬~ 사라지진 않는다.

 

 

 

 

뒤에 삼선각 쪽 언덕으로 올라가 본다.

 

건물과 언덕간의 공간사이로 겨울오후의 햇살이 비집고 들어온다. 내 삶의 어느 비어진 공간에도 저런 햇살이 필요해~

 

 

 

 

언덕위에서 적절한 거리를 두고 내려다보는 전경도 참 좋다. 단아하고 소박하고..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근데, 수암스님은 왜 떠나셨을까.. 이렇게 정성스럽게 가꾼 공간을 두고..

 

곧 봄이 오면 꽃이 피고, 새가 울고..

담벼락 아래 따뜻한 햇살이 비추어들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을 듯한데..

 

 

 

 

조금전까지 누군가가 서럽게 서럽게 통곡을 하고 간 곳..삼선각

 

아마도 자식을 잃은 어미겠지..

아무도 없는 곳인줄 알고 마음놓고 울었을텐데..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괜히 인기척을 내어서 설움조차 못 풀도록 했으니..

미안타..

 

 

 

 

절집에 오는 사람들은 누구나 사연 하나씩은 다 가지고 오는 것인가..?

 

어떤 어미는 죽은 자식때문에 ..

어떤 어미는 산 자식때문에 ..

 

 

 

 

따뜻한 햇살이 참 좋다.

한동안을 내려다 보며 마음을 비운다.

 

 

 

 

정신을 차리고 내려오자니

나그네의 헛헛한 마음을 아는지..

 

백목련이 벌써 봄을 잉태한 채, 희망을 전한다.

 

 

 

 

주인은 자신들을 버렸지만,

그리고,

찾는이들은 모두 상처받은 인연으로 찾아 들지만..

그런것은 어쩌면 대자연의 인연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리 추워도 봄은 오고..

 

절집의 땅은 벌써 봄을 준비하고 있다.

 

아무래도 얘들보러 한번 더 들러야할까보다.

오늘이 입춘이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