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최고의 수학적 반전 '그을린 사랑'
그을린 사랑 (2011)
9
- 감독
- 드니 빌뇌브
- 출연
- 루브나 아자발, 멜리사 데소르모-풀랭, 막심 고데트, 레미 기라드, 압델가포르 엘라지즈
- 정보
- 드라마 | 캐나다, 프랑스 | 130 분 | 2011-07-21
원제: Incendies(불에 그을린..)
최초의 화면에 잡힌 이 아이, 카메라 앵글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보내는 저 적대적 눈빛..
우리는 이 아이의 눈빛을 잊으면 안된다. 이 아이의 이 분노어린 눈빛으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는 점도 기억해두어야 한다.
시공간을 교차하면서 영화는 왔다갔다한다
캐나다 불어권의 어느 도시..
딸과 함께 수영장 나들이를 왔던 엄마 ' 나왈', 잔느가 레인한바퀴 돌고오는 동안에 갑자기 사람이 이상해 졌다.
'마망, 마망~'을 아무리 외쳐보지만 엄마는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은 사람처럼..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해졌다.
도대체 그날 엄마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응급실로 모셨지만, 그렇게 말문을 닫은 엄마는 자신이 근무하던 공정인 사무실 사장에게 유언을 공증한 채, 숨을 거둔다.
이란성 쌍둥이인 잔느와 시몽에게 남겨진 엄마의 유언은 별스럽다. 잔느에겐 아버지를, 시몽에겐 형을 찾으라는 유언이다.
그리곤, 그들을 찾기전엔 자신을 묻지 말라는..
그리고 찾고 나면 이풍진 세상을 영원히 등질 수 있도록 자신을 엎어서 묻어달라는 별스런 유언..
그리고, 아버지와 형을 찾게 되면 전해주게 될 편지 한통씩도 각자 전해받는다.
살아생전에 자신들에게 그렇게 좋은 엄마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런 복잡한 유언을 남긴 엄마가
죽어서까지 자식들을 성가시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시몽은 엄마의 유언을 무시하려하지만,
잔느는 이번 기회에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직관으로 엄마가 남긴 젊은 날의 사진 한장 들고는 엄마의 고향인
멀고도 먼 중동땅으로 날아간다.
사진 한장을 근거로 물어서 물어서 엄마의 고향까지 찾아갔지만 그곳의 사람들이 잔느에게 보이는 태도는 적대적이다.
'네가 나왈의 딸이라면 이곳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너의 엄마는 우리에게 상당히 수치스러운 여인이다'라는 말 한마디로
그녀를 그곳에 더 이상 머무르지 못하게 한다.
하나하나의 실마리를 끈으로 하여 엄마의 과거를 추적해 들어가다보니 도대체 내가 아는 엄마는 그 어느곳에도 없고,
어둡고 충격적인 엄마의 모습만 끊임없이 나타난다.
40여년전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임신을 하였고..
같은 민족이지만 단지 우리하고는 종교가 다른 난민집단이라는 이유로 오빠들의 총에 사랑하는 남자를 잃게 되면서부터
엄마 나왈의 파란만장한 역사는 시작된다.
죽지못하고 살아남은 엄마는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낳은 후에 도시에 있는 삼촌에게로 가서 학교에 다녀라'는 할머니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고..
중동의 건조한 모래 바람 날리는 흙집에서 피빛 낭자한 출산을 끝낸 그녀는 울음도 삼긴 채
'너를 반드시 찾겠다'라는 약속을, 이제 막 태를 끊은 갓난쟁이의 귓등에 속삭인 채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떠나 보낼 수 밖에 없다
그녀에게도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 이 약속은 매우 중요하다.
'너를 반드시 찾겠다'했었던 이 약속때문에 모든 사건이 일어나고..
죽는 순간까지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아들에게 형을 찾은 후에야 자신을 묻으라 한다.
어쨋거나, 아이를 떠나 보낸 후 자신역시 고향을 떠나면서
엄마의 행적은 더욱 험난해진다, 사막의 건조한 모래바람만큼이나...
도대체 엄마 '나왈'은 어떤 사람인가..?
찾아가면 찾아갈 수록 잔느는 자신이 모르고 있던 엄마의 모습에 직면하게 되고..
더불어 엄마를 둘러싸고 있었던 40여년전 검고 어두웠던 중동의 그을린 역사에 충격과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잔느는 엄마의 과거를 추적해나가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어떤이는 '모르는 것이 아는 것보다 나을 때도 있다'라는 충고와 더불어 엄마의 역사를 이야기해주기를 주저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잔느는 그것이 아무리 고통스러운 사실일지라도 "모든 것을 알기를 원한다"
이는 역사를 인식하는 방법에 있어 진리이기도 하다. '그것이 아무리 고통스러울지라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즉, 영화속에서 잔느가 알고자 하는 것은 엄마의 역사이자
한편으로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모두가 알아야 할 고통스러운 역사이다.
그렇게 엄마를 추적해가던 잔느는 최종적으로 엄마가 중동의 어느 정치범들을 수용하는 수용소에서 15년동안
감금되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곳에서 엄마가 당하게 되는 또 다른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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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전개되어 가는 과정에서 영화는
인간이 인간에게 갖는 분노로부터 출발해서 그것이 또다른 분노를 일으키고..
끝없는 분노의 연쇄고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간이 입을 수 있는 깊고 깊은 상처와 받아들이기 어려운 비극성을 보여준다.
특히 감독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더 큰 메시지는 종교라는 집단의 조직적인 폭력성에 대한 폭로이다.
즉,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는 그 분노라는 것은 사실상 들어가보면 개인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종교적인 이유로
문제가 발생하고 종교집단에 의해 자행되는 폭력들이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세상에서 종교란 과연 무엇인가..?
아뭏든 인간과 인간간에 입을 수 있는 상처와 비극이야 많은 감독들이 수도 없이 많이 다루어왔다지만,
이 영화는 그런 영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내 생애 이렇게 임팩트가 강한 영화는 처음인듯 하다
불편하면서도 감동적이다. 그리고 충격이다
그동안 본 영화중 가장 충격적인 반전이었다고나 할까..
단순히 관객을 기만하기 위한 기술적 반전과는 다르다. 그 충격속에 인간의 심장을 강타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별의별 불가능할법한 일들을 다 경험하면서 살아가지만
이런 일은 정말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는 전혀 억지스럽지 않다는 점이 이 영화의 또 다른 미덕이다.
아마도 구성이 탄탄한 시나리오 덕분이겠지..
중동이라고 하는 지역적 특수성과 타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아랍인들의 민족적 특수성을 배경으로 함으로서
관객으로 하여금 시공간적 한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이 맞게되는 최악의 비극적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날 것 그대로, 있는 그대로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사실을 여지없이 드러내더니
그 충격에 어찌할바를 모르고 가슴을 쥐어틀고 있는 관객에게 감독은 병주고 약주는 기법을 쓴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던져주면서, 인간의 분노감으로부터 파생된 비극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므로
'사랑으로 함께 살아라'고 말한다
그러나 과연..
제 3자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치더라도..
'1+1= 2'라고 배워온 우리가 '1+1=1'임을 이해하지 못하는만큼
그들 삼남매 또는 삼부자는 과연 진정으로 서로 사랑하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감독은 끝내 삼부자를 하나의 앵글속에서 보여주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