盛夏之節의 남사 예담촌
2011. 08. 06. 토요일
목화시배유지에서 계속 왼쪽으로 직진하여 20번 국도를 따라 달려가니 10여분도 안되는 거리에 남사마을이 나타난다.
국도변에 마을이 있으니 놓칠걸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마을 입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는 발길 닿는대로 걸어보지만..
마을이 공사중에 있어서 산만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의 블로그에 기록되고 있는 곳이라 따로이 제공할 새로운 정보는 없고..
단지 나의 사적 발걸음을 기록하는 것으로 의미 부여하노라
내 발걸음이 머문 곳, 내 시선이 가는 곳 중심으로..
기본적으로 저질 셧팅수준에
카메라조차 배터리아웃되어 스마트폰 영상으로 눌러대니 영상의 질이 비참하고 해서..
몇 컷만 예의상 올린다.
그래도 본질이 아름다우니..
그리고 성하지절의 잎의 무성함이 좋다.
입구에 '남사 제 1경'이라고 쓰여 있더라. 그 자리에서 찍은 구도
전통흙담벼락 장식에는 봉선화가 제격이다.
남사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즉, 350년된 이씨고가 내부. 고가 민박 체험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안채 건너편 별채쪽으로 한약봉지 같은 것이 주렁주렁 메달려 있다. 장식인지, 실제인지는..?
하얀 고무신 두켤레..
요즘은 사람이 벗어놓은 신발에 시선이 자주간다.
절간 법당앞 신도들이 벗어놓은 어지러운 신발들
그와는 반대로 요사채 대들보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학승들의 신발
오늘 이같은 깨끗하게 씻어서 하얀 햇살에 말리고 있는 고무신
벗어놓은 신발들이 주인의 모습을 반영해준다고나 할까..
얼른 내집현관의 신발들이 어떻게 정리되어 있는지 나가봐야겠다..
이씨고가를 나와서 이골목 저골목으로 휘적거리며 돌아본다.
등어리에는 땀이 땀구멍으로 솟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아예 비오듯이 흘러내린다.
김남희씨가 그랬던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는 8월에 길을 나선다는 것은 미친짓이라고..
안달루시아 지방에서만 그런것이 아닌듯하다. 이제 한국에서도 그렇다
8월에 길을 나서겠다는 것은 제 정신으로는 못할 짓이 되어 버렸다.
담벼락 아래의 봉선화를 보면서 홀로 서글픈 '봉선화 연정'을 떠올리기도..
가냘픈 담쟁이와 짓푸른 땡감 열매로 장식되어 있는 소박한 흙담벽이 잠시지만 무더위를 잊게 해준다
마을을 도는 동안,
분명 남사마을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는것은 인정을 하겠지만
이 마을이 외부인들에게 지나치게 개방되고 상업화시키게 되면서 원래 가지고 있는 자원보다 더 많이 소모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많은 사진작가들이 사진 기법으로 지나치게 마을을 미화시켜서 아직도 많은 자원이 남아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이렇게 소모되다가는 정취있는 마을 하나 망가지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방향 제대로 잘 잡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예전의 예담촌이 가지고 있던 옛스런 아름다움을 잘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잘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