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마을 하촌에서 안골까지 둘러보기
'관가정'을 둘러보고는 하촌으로 내려옵니다.
벼가 이제 모습을 쏙쏙 내밀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달여가 지나면 이 논에서 베어 낸 햅쌀을 먹게 되겠지요.
주로, 이 동네 주민들이 농사를 짓고 산다는데..
실제로 보니 논이 그렇게 많아보이진 않습니다. 물어보니, 임시주차장에 제법 많은 논이 들어갔답니다.
주민들이 이렇게 헌신해서 마을을 외지인에게 내어주었을 때
주민들에게는 무엇이 얼마나 돌아가는지..궁금합니다.
일부 논은 주변을 가꾸는 연꽃 재배지로 들어갔습니다.
비줄기가 오락가락하니 연잎에 맺힌 빗물이 예쁩니다.
탁발 나갔다 들어오시는 건지, 탁발하러 오신 것인지..
어쨋건 무거운 짐을 진 스님과 가벼운 차림의 관광객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보여서 찍어봤습니다.
그러나 걸을걸이는 스님이 훨~ 가벼워 보입니다.
연꽃 재배지를 지나서 아랫마을로 건너가보니
이 쪽편에는 마을의 개방화에 다소나마 대응해 나가는 모습이 좀 보입니다.
먹거리를 파는 집도 보이고, 민박을 제공하는 집, 전통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집 들도..
주변을 둘레 둘레 살펴보며 안골쪽으로 들어가 봅니다.
근암고택과 상춘고택의 팻말을 보고는 하이힐로 열심히 언덕받이로 올라가봅니다.
올라가니 '개조심'이라는 쪽지가 붙은 대나무 지주가 가로놓여 있습니다.
'개' 정말 무서워 합니다.
바로 돌아섭니다.
그냥, 그 자리에서 아랫마을을 내려다봐 봅니다.
그 옛날 참봉나으리께서 소작농가에게 맡겨둔 곡식들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궁금하면 바깥 마당에만 서도 다 알 수 있었을 거 같습니다.
정말 기묘한 마을이고, 절묘한 배치 구조입니다.
내려다보니 어느집에서 저녁을 짓는지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고기굽는 냄새가 코를 살살 자극합니다.
위로 더 올라가면 서백당도 있고 수졸당도 있고..더 많은 것들이 있다고 했지만..
우리는 그냥 돌아섭니다. 열씨미 올라가봤자 입구에서 '출입금지'해서 문전 박대당하는 느낌을 계속 받고 싶지 않아서..
그러나, '서백당'이 그렇게 기운이 좋은 터였던 것을 알았더라면 그곳만큼은 가봤을 텐데..
바로 근처까지 갔다가는 들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모든 것이 사전 정보와 준비없이 간 결과입니다.
고기냄새를 맡은 탓일까요..그새 허기가 집니다.
그럭 저럭 두어시간을 다닌 것 같습니다.
안골에서 하촌으로 내려오는 길에 이렇게 예쁜, 요기할 수 있는 집들이 있습니다.
이 집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합니다
식사를 하면서..
마을 주민들도 외부인들도 유치하는 방식에 좀 더 적극적이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메뉴에는 손칼국수를 한다고 해 놓고선, 주문을 하니 '지금은 더워서 안한다'고 합니다.
촌국수를 시키라해서 시켰더니 많이 퍼졌습니다.
게다가 가격도 시내보다 훨씬 비쌉니다. 특징도 없습니다.
뭐라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우리의 '전통'을 걸고 개방을 하고 있으니
비난을 하면 마치 누워서 내 얼굴에 침 뱉는 느낌이 들어서 적극적으로 비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 돈 주고 먹으면서 돈값도 못하는 음식에 대해서 언제까지나 관대하게 수용할수도 없는 일이고..
이거야말로 서로를 위해서 그닥 도움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부에서 비난여론 일기전에
주민자체회에서는 이런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프로페셔널하게 준비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 음식점 입구에서 올려다보니, 회재 선생 동생인 농재 이언괄 추모하여 1560년경에 건립한 정자인 '심수정(心水亭)'이 보입니다.
농재 선생은 벼슬길에 오른 형인 회재를 대신하여 자신은 벼슬을 마다하고 평생 노모를 봉양하였다고 합니다.
나중에 회재 선생이 동생에게 물려준 '향단'과 서로 남북으로 마주보는 위치에 있습니다.
저는 지금 지쳤습니다. 그래서 그냥 갑니다.
그 아래로 내려오니, 된장 만들기, 한지 공예하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집도 있습니다.
마을 정보센터 앞에서는 부녀회에서 유과와 인절미를 직접 만들어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콩고물이 고소합니다.
간 김에 하나씩 사 먹어보아도 좋겠습니다.
우리 음식의 맛을 잘 모르는 어린 아기들을 데리고 가는 분들은 이런 기회에 전통의 맛을 맛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정보센터 뒷쪽으로 난 골목을 따라 가니 '이향정'이란 팻말이 나옵니다
빼꼼히 들여다보니 사람이 현재 거주하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얼른 고개를 다시 집어넣어버리니
주인장같으신분이 나오시더니 들어가보라고 합니다.
허락을 받았으니 대문안쪽으로 한 발을 집어넣어봅니다.
다른 발도 집어 넣습니다.
아래 위 가옥구조를 보니
내 어릴 때 우리동네 학자 할아버지의 집 구조랑 비슷합니다.
그러나, 이 동네 전통 가옥의 한 가지 특징은
거의 모든 집 마당 가운데 소박하지만 화단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내 어릴 때도 장독대 옆에 화단을 가꾸기는 했지만,
그것이 오래 유지되지는 않았는데..
이 동네는 어제 오늘 만들어진 화단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나름대로 오랜 시간 정성들여 가꾼 화단으로 보이는데..
그만큼 사는데 나름대로 여유가 있었다는 뜻인가요..
안 마당을 둘러보고는 바깥으로 나와보니 담장이 산자락을 타고 올라가고 있습니다.
주변에 오솔길이 있는 것 같으나..
우리는 그냥 내려옵니다.
그래도 이 집은 관광객의 시야에서 좀 떨어져 있어서
관광객에 대해서 그렇게 폐쇄적이진 않습니다.
역시 이씨 가문의 고택입니다.
마을 입구 정보센터 부스로 가니 사람은 없고 이것 하나 붙어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자 하는 분들은 경주를 기점으로 움직이되 이 시간표를 이용하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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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자국민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 중 한 곳이 '유후인'이랍니다.
저도 가봤지만, 처음 그곳에 발을 내딛었었을 때 느낌은 정말 감격적이었습니다.
대도시에서의 인위적으로 조성된 관광단지에서는 죽었다 깨도 느낄 수 없는 소박한 정취나
오랜 시간 그 터에 베여있는 전통의 향기..그런 것들로 인해서 말이죠..
그런데 이번 양동마을을 둘러본 소감은
유후인이나 외국의 아름다운 전통마을이 주는 감동과 비교해서 봤을 때 전혀 부족함이나 손색이 없어보인다는 생각입니다.
근데, 단 한가지 아쉬운 것은
주민들이 자기 마을을 외지인에게 개방을 하는 순간
그들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것이 좀 부족하단 느낌이 듭니다.
좀 더 프로페셔널한 방식으로 개방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통'이란 타이틀이 아마추어리즘을 감싸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개방을 한다면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도 득될 것이 없어보이고,
구경가는 사람에게도 불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양동마을의 팬들도 줄어들게 되겠죠~
그래도 울 딸내미 좋았답니다~
네~ 저도 좋았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