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living/동네 산책

진해 드림파크를 지나 천자암까지..내친김에 천자봉까지

노코미스 2011. 10. 5. 11:21

 

 

지난 주말 아침에 제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오후에 점심이나 같이하고 산책이나 가자고..

그닥 할일도 없던 참에 반가운 전화이다. 좋다~ 가볍게 입고 나선다.

 

 

 

예쁜 길을 정해두라 했더니..오늘 목적지는 여기란다. '진해 드림 파크'

이 주변을 중심으로 둘레길을 조성해 두어서 산책하기 좋은 코스란다. 좋다. 가보자..

 

 

 

생태 연못 있는 곳에서 드림 파크까지 올라가는 길 옆에 조그만 냇물이 흐르고..

갯가 야생화가 무리지어 피어 있다. 개체가 작은 것들은 이렇게 무리지어 있을 때 예쁘다.

 

 

 

집에서 키우는 식물은 잘 키우진 못하지만

여하튼 꽃만 보면 그냥 지나가진 못하는 나.. 무슨 성향인지 알수가 없다;;

 

 

 

드림파크는 일종의 진해 시민 공원같은 것이다.

요즘은 지역사회에 요런 시민공원들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주말에 가족단위로 나들이하기에 좋도록 되어 있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종합놀이시설도 안전하게 마련되어 있고..

부모들은 공기좋고 전망좋은 벤취에 앉아 좋은 전망을 즐길 수도 있고

 

이곳에서 보니 진해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그러나 아직은 전망이 좀 낮다. 저 멋진 풍경을 제대로 볼려면 더 올라가야 할 것 같다.

 

식사후, 간단한 산책코스로 원래 목적지는 이곳이었는데..그닥 운동이 된 것 같지는 않다.

제자한테 더 올라가자고 슬쩍 건드려본다.

제자 왈, 네~ 그러세요~

..^^

 

 

 

공원에서 조금 더 올라가니 작은 생태 연못이 하나 더 있다.

요즘은 모든 습지 앞에 '생태'를 붙이는 것이 트랜드다. 뭐가 생태인지는 모르겠으나..

 

 

 

길가의 글라디올라스..참 오랜만에 보는 꽃이다.

저 불타는 붉은 색은 칸나와 더불어 한여름 시골집 앞마당을 불태우곤 했었는데..

 

 

 

더러 낙엽도 떨어져 있고.. 

주말오후의 산길임에도 생각보다 한가롭다.

 

벚나무가 많은 지역이라 가을이 짙으지면 붉은 단풍으로 더욱 아름다운 길이 될거라는 이야기와

그 때 한번 더 오자는 말을 주고 받으며 낮은 산길을 오른다.  

 

 

 

길을 쭉 따라 올라가니 길 끝나는 지점에 '천자암'이라는 깔끔한 암자가 나온다.

쉬었다 갈까해서 들어가보니, 본당에서 '템플스테이'신자들을 모아놓고 스님께서 열심히 강론을 하고 계신다.

 

 

 

열어놓은 여닫이문사이로 들려오는 스님의 법문을 잠시 듣고 앉았다가 암자주변을 둘러보기 위하여 요사채로 내려오는 길에..

 

여차했으면 큰일 날뻔 했다. 계단 아래 가로로 누워있는 뱀을 알아채지 못하였다

나는 순간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뱀을 밟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두 계단을 한번에 뛰어내리고 나니 정신이 어찔하였다.

 

제자는 제 자리에 선 채 소리도 못 내고 꼼짝도 못하고 있는데도..뱀은 여전히 꼼짝을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사람 인기척이 있는 경우는 스스로 움직여서 몸을 피하곤 하는데..

참 특이한 뱀이었다.

 

나중에 스님에게 일러받쳤더니

스님 왈, 아마도 전생에 이 암자와 인연이 있는 스님이었겠지요..하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는 헛헛 웃으신다.

 

우리는 오랜만에 본 뱀 때문에 놀라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일러받쳤건만 스님은 너무나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신다.

칫, 들어보니 정말 별거 아니었구나..그래 모두가 인연인게지..

 

한 깨달음하고는 내려온다.

 

 

  

뱀이 나온 계단 아래쪽으로는 빨간 상사화가 햇살 사이로 빛을 발하고 있고..

 

 

 

암자를 나와서는 시내로 나가지 않고 다시 임도를 따라 숲속으로 들어가보니, '만장대'라는 팻말과 더불어 등산로 팻말이 보인다.

진해사는 제자도 만장대는 한번도 오른 적이 없다하니, 오늘 한번 시도해보자고 꼬셔본다.

또 다시 제자 왈, 네~ 그러세요

..^^

 

 

 

출발점에서 다소 가파른 좁은 길을 잠시 지나고 나니... 이런 둘레길이 소담스럽게 펼쳐져 있다.

나무 그림자 사이로 희끗희끗 반짝이는 햇살에 빛나는 풀잎도 기분좋다.

 

길을 걸으며 오른쪽으로 눈길을 돌리면..뭐가 보일까요?

네, 진해 앞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바람도 시원하고...

 

 

 

한 30여분 올라가니 산자락 중간에 넓은 평지가 펼쳐진다. 가을이면 억새가 좋을 듯한..

가끔 산악 음악제라도 펼칠 요량인지.. 넓은 공연장 비슷한 용도의 데크도 있고..

팔각 정자도 있고..

정자위에서 보니, 역시 바다가 좋다.

 

일정을 여기서 끝낼까 하다가..

위로 올려다보니 저 위에 길이 나 있다. 이정표를 보니 '천자봉->'표시가 되어 있다.

그리 높아 보이진 않는다.

 

기왕 여기까지 온거..갈까?  

가자..

 

 

 

 

해서.. 또 오른다.

여기서부터는 길이 다소 가팔라서 그런것인지 데크길을 조성해 놓았다.

그러니 한결 편안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

 

쉬엄 쉬엄 이야기도 나누고..

중간중간 바다구경도 하고..바다바람도 쐬어주고..

때로는 고라니 똥도 확인해 가면서..

 

 

 

어느새 '천자봉'이라는 팻말이 나타난다.

팻말을 안고 몸을 돌리니 명동 stx공장이 바로 내려다보인다.

 

 

 

천자봉에 서니.. 있는 그대로가 360도 노천 전망대여서 

몸의 방향을 조금만 움직이면 진해 시가지가 동서남북으로 펼쳐진다.  

 

 

 

나뭇가지 사이로 아련하게 펼쳐지는 거제 방향의 풍경도 참 좋다.

 

시간대만 잘 맞추어서 올라 온다면, 이곳에서 보는 낙조도 멋질 것 같은데..

그 시간까지 마냥 앉아 있기에는 아직은 이른 시간이고..

 

'465m 천자봉' 인증샷 하나씩 찍고..

잠시 땀을 식힌 후에 아쉬움은 남지만 다시 하산준비를 한다.

 

 

 

내려가는 길에 펼쳐지는 늦은 오후 햇살은 오전보다 더 화사하지만

살갗에 닿는 느낌은 한층 온화해졌다.

 

그리고 내려가는 길에는 올 때와는 다른 길인 '산림욕장' 방향을 선택했더니

또 다른 풍경을 볼 수가 있었는데..

 

만약, 산을 오르는 것이 힘들거나 귀찮은 사람이라면

또는 어린 자녀들과 함께 온 가족이라면 이 산림욕장까지만 올라오더라도 좋을 듯하다.

산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나무그늘아래 평평한 평상과 나무침대도 마련되어 있으니..

 

 

...

 비록, 예정에 없이 오른 산길이긴 했었지만

코스가 너무 높지도 가파르지도 않은 길이어서 적당하게 쾌적한 운동도 되었고..

 

가을날 초입에 적당히 따뜻한 햇살과 적당히 시원한 가을바람을 온 몸으로 받으니

그동안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던 몸과 마음이 다시 생기를 얻게 된다.

역시 자연은 좋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