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후에 살고 싶은 곳, 진해 속천항..
2011.10. 03. 월요일 (개천절) 날씨: 말금
1일은 진주에, 2일은 부산에..
3일은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해야 할 일은 남아있건만 남들 다 쉬는 휴일까지 나가서 일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오전내내 집에서 딩굴거리다가..
문득 바다를 배경으로 넘어가는 해넘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쓰나미 밀려오듯 밀려옵니다.
이러면 못 참습니다.
대충 챙겨서 진해쪽으로 향합니다.
바로 진해 인근의 장유에 살기는 하지만 진해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단지..
이전에 어느 지인의 안내로 와 봤었던 기억에 의존하여 소죽도 방향으로 길을 잡아 봅니다.
소죽도 들어가는 입구에 정박되어 있는 작은 어선들이 해질녁의 고즈녘한 분위기와 더불어 평화로와 보입니다.
잔교와 어선과 그리고 산과 바다도 잘 어울려보입니다.
저~짝에 진해루도 보이고..
주말에 자전거를 타러 나온 젊은 사람들의 표정은 나의 기분과는 별도로 활기차 보입니다.
소죽도 입구에 웬 꽃이 피어있습니다. 벚꽃같기도 하고..
가을 꽃은 아닌 듯 한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겹벚꽃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계절을 잃은 벚꽃인가 했더니..
아하~ 주변에 입간판이 있습니다.
가을 벚나무(일명 춘추화)
소죽도, 진해루, 내수면 환경생태공원에 식재되었고
낙엽성 소고목으로 꽃은 봄과 가을 2회에 걸쳐 피며 겹꽃이며 개화기간이 긴 국내 최초 희귀벚나무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진해는 명실 상부 벚꽃의 도시인게 분명하군요
봄에는 '봄 사쿠라', 가을에는 '가을 벚나무'
벚꽃 정원을 지나서 소죽도로 들어갑니다.
데크길이 바다안까지 길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안쪽으로 길게 들어가니 데크가 끝나는 부분에 전망대가 있고..
낚시를 좋아하는 지역주민들이 그 자리를 먼저 차지하고 있습니다.
멀찌감치서 구경만 합니다.
낚시하는 사람들, 가을 바다에서 윈드서핑을 즐기는 사람..
그리고 속도감을 즐기는 모터 보터족..
그러나 그들의 활기찬 모습에도 전혀 동화되지 않는 날 느끼며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봅니다.
소죽도 위에 자리잡은 팔각정으로 올라가봅니다.
이전에 이곳에서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선셋을 본 기억이 납니다.
혹 오늘도 그런 행운을 만날 수 있을까해서 올라 와 봤습니다.
맞은편 해안을 바로봅니다. 혹 해넘이가 시작되었나..하고
서녘하늘은 어둡기만 합니다.
해넘이 대신에 새로운 관심거리가 내 시야로 들어옵니다.
저 건너편 마을..
봄에 이곳에서 바라보았을 때 내 가슴을 뛰게 했던 마을..
온통 분홍색 벚꽃으로 뒤덮힌 산자락 아래 길게 펼쳐지듯 자리잡은 아담한 해안 마을..
내 눈에는 너무나 아름다웠읍니다.
저 곳이 어딘지 알 수가 없었어..
오늘은 저 곳을 한번 찾아가봐야겠다는 생각이 저를 사로잡습니다.
차를 끌고는 반대편 방향으로 무조건 가 봅니다. 속천이라는 이정표가 함께 합니다.
진해-거제 페리선착장 앞에서 골목길로 들어가서 해안도로라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들어가 봅니다.
언젠가부터 시간이 멈추어 있는 듯한 해안 마을이 그 곳에 있습니다.
수산 가공 식품 공장도 있습니다.
아마도 한 때는 이 곳 중심으로 진해만이 발전했던게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왜냐하면 그 얼굴에 흘러간 시간의 자국이 있습니다.
알고봤더니, 이 곳이 '속천항'이랍니다.
건너편으로 소죽도가 바로 바라다 보입니다.
항만 안으로 들어가니 한쪽으로는 횟집가게와 가옥들이, 다른 한편으로는 갯벌이 펼쳐집니다.
갯펄안쪽 포구에는 고깃배들이 정박되어 있습니다.
건너편으로 웅산을 배경으로 한 자은동 및 진해 신시가지가 펼쳐져 있고..
하루가 다르게 변화 발전하는 반대편의 분위기와 달리
이쪽 편의 시간은 언젠가부터 멈추어 있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평화..입니다. 또는 멈춤..
해안을 따라 계속 걸어올라가니..
어느 지점에서부터는 더 진행하지 못하도록 이런 철조망을 쳐 두고 있습니다.
언덕 위쪽으로 올려다보니 해군 기지가 설치되어 있고, 군인들이 망을 보고 있습니다.
이후부터는 군사기지인 모양입니다.
아하~
저쪽편에서 봤을 때 이쪽 산림이 그렇게 아름다웠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군요..
군사기지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됨에 따라 자연이 온전히 보존 될 수 있었던 것이었던겝니다
언젠가,
이 지역이 군사보호구역으로부터 해제되는 날
한국에서 아름다운 해안 길 리스트에 또 하나의 이름이 추가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돌아나옵니다.
마을 안쪽 방파제에서 바로본 해안 마을의 풍경..
돌아나오는 길에 유독 한 집이 눈에 띄어서 찍어보았습니다.
"매미 횟집"
하필이면 매미횟집..
어느 해였던가..마산 앞바다를 휩쓸고 갔던 태풍 "매미"가 생각나네요
그것과 연관이 있는건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사실, 간판보다는 이 수족관을 먼저 찍었습니다.
다른 집에 비해서 어종이 다양한 잡어로 채워져 있을 뿐 아니라
수족관 안의 생선들이 매우 활기차고 싱싱해보여서..
수족관을 찍고 보니, 문앞에 저런 사진과 글귀가 붙어있더군요
"노무현 대통령 방문" 2005년 4월
임기 3년차 되던 해인가..
가족들이랑 함께 왔었나봅니다.
참으로 소박한 사람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임기중인데, 이런 시골 외진곳까지 와서..
이래저래 한 바퀴 돌고 나오니 주변은 어둑어둑 어둠이 깔리고..
뱃길따라 나들이 나갔던 물새들도 포구로 찾아들고 있었습니다. 나도 집으로 돌아 가얄 것 같습니다.
속천항은
내 노후에 어딘가 전원주택에서 산다고 한다면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곳이었습니다.
해안 아래쪽 보다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쪽으로다가..
봄이면 하얀 벚꽃이 만발하고
여름저녁에는 해풍과 물새소리를 벗하며 살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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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겨울은 좀 외로울 거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