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을을 흥성하게 하는 절, 가락 성지 '임호산의 흥부암'
가락 사찰 명단에 오르내리는 사찰 중 하나가 임호산 '흥부암(興府庵)' 입니다
즉, 고을을 부흥케 한다는 의미인가요?
근데, 고증사료에서 직접적으로 흥부암이 가야시대에 뿌리를 둔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질 못했습니다.
단지, '황세와 출낭자'전설에서 황세와 결혼했던 유민공주가 황세죽은 후 머리깍고 임호산으로 들어갔다는 글만 보았습니다.
머리깍고 들어갔다 했으니, 스님이 되었을 것이고
스님이 되었다면 절로 들어갔을 거라고 짐작을 할 수 있겠죠~
현재 임호산에는 사찰이라고는 '흥부암'밖에 없으니, 유민공주가 출가를 했으면 흥부암으로 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흥부암의 역사가 추정되는 것인데..
그러나, 아쉽게도 출낭자 전설에서 임호산만 언급되지 흥부암은 어디에도 언급되질 않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오늘 유민공주의 흔적을 찾아 직접 나서 봅니다.
보기는 이래 뵈도 엄청난 깔끄막입니다
이 다음 모랭이에서는 거의 뒤로 누워서 갑니다. 거의 60도 정도의 경사길입니다
그 길을 몇 모랭이를 돕니다. 길도 차 한대 지나갈 만큼의 폭밖에 되질 않습니다.
혹시 마주오는 차가 있을까 싶어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이런 길에서는 후진도 안됩니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입간판에서 보니 흥부암까지 500m라 되어 있습니다.
몇 모랭이를 꺾어질러 올라오니 절 아래주차장에 당도합니다.
임호산의 8부 능선쯤에 흥부암이 걸터앉아 있습니다.
가을이 왔다간 흔적들을 사찰 입구에 쌓아두고 있습니다.
올려다보니 고찰의 고색창연함 같은 거..없읍니다. 그저 멋없는 슬라브 건물 한 채가 난간 바깥으로 세운 축대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을 뿐입니다.
그래도 뭔가 있겠지..하고는 올라가 봅니다.
오르는 길은 참 정취있습니다. 수종도 좋구요, 앙상한 나무 가지사이로 김해평야가 시원하게 들어옵니다.
철제 손잡이만 없다면 더 없이 좋으련만..
그래도 신도들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이니 뭐라고 불평할 수도 없습니다. 사고나는 것 보다는 나으니까요~
요 난간 아래쪽에 '흥부암 연혁'이 적혀있군요
『흥부암은 대한 불교 조계종 제 14 교구 범어사의 말사로서 옛 가야국의 중심지인 금관가야의 중앙에 위치한 사찰로서,
인도국 허황후와 함께 왔다고 하는 오라비 허보옥 선사(장유화상)가 서기 48년에 창건한 절이다(김해지리지, 김해문화원 간).』
'장유화상이 서기 48년에..' 요 부분부터 윤색된 느낌이 살짝 듭니다~^^
가락국 8대 왕 질지왕이 왕후사를 지은 이후 500년 후에 지은 장유사를 장유화상이 창건했다했는데..
만약 둘다 장유화상이 창건했다면, 그는 거의 천년을 살았다는 이야기인데..ㅎㅎ
하튼 그렇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오랫동안 폐사가 된 것을 조선 순조때 부사 유상철이 중건하였다. 1985년 5월 화재로 전소한 것을 1989년 11월 복원, 김해인의
중심적 기도처이며, 가락불교문화의 대표적 사찰로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흥부암은 한가지 소원은 꼭 이룬다는 영험도량으로 많은 선남선녀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 지역 대표적 기도처'이라는 마지막 문구를 읽으며
흥부암 일주문을 들어섭니다.
일주문을 들어서니 대웅전의 옆모습이 요렇게 얌전하게 앉아 있습니다.
대웅전은 깍아지른듯한 임호산 절벽을 뒷벽으로 기대어 앉아 있습니다.
옛날부터 있었던 암자라면, 아마도 스님 한 두분이 면벽수도하기 딱 좋은 조건인듯합니다
암벽 아래쪽으로는 어린 동자승들이 곳곳에서 수도를 하고 있습니다.
대웅전 문을 열고 살짝 들여다봅니다.
대웅전 중앙에 모셔진 부처님은 대략 18세기 후반을 즈음해서 제작된 '석조보살좌'라 되어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웅전에는 중앙에 석가여래와 좌우 협시보살로 모셔지는데,
흥부암의 중앙 부처님은 석가여래가 아닌 보살좌랍니다. 아마도 원래는 삼존불 우협시 보살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군요~
규모도 자그마하니 보는이로 하여금 위압적이지 않고 편안해 보여서 좋습니다. 어디서 모셔온 것인지 출처는 밝혀져 있지 않군요~
어쨋거나, 그닥 오래 된 부처님이 아니군요~
사찰도 1989년 중건, 모셔진 부처님도 18세기 제작..
점점 가야와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아무리 흔적을 찾아도 '가락 성지'를 확인할 수 있는 흔적이 없습니다.
단지, 대웅전 앞자락에서 내려다보니 옛 가락국의 땅이 한 눈에 다 들어옵니다.
저 건너편 두개의 봉오리 중 흰띠가 보이는 오른쪽 산 봉오리가 가락의 터전이라 할 수 있는 분산이구요
사진의 가장 앞부분에 크게 줌업되어있는 야산이 가야국의 중심지였던 '봉황대유적지'입니다.
그 뒤편으로 사진 한 가운데의 작은 공원같은 숲이 보이는 지역이 수로왕릉 지역이구요
왼편 나무가지 사이로 보이는 분산 끝자락이 수로왕비릉과 구지봉이 있는 곳이지요..
혹 숨겨둔 비적들이 있을까해서 종무소 문을 두드려봅니다.
가락사를 읽다가 이 사찰이 유민공주의 전설과 얽혀져 있는 것 같아서 그 흔적을 찾아 왔노라~고 여쭈니..
친절하게 생기신 처사님께서 나오셔서 설명을 해 주시지만
'그 시절의 흔적은 남아있는 것이 없다'는 말씀만..
단, 이 산이 '호랑이 상'을 한 산이라 불이 자주 나곤 해서
산불을 예방하기 위하여 호랑이 입 자리에다 절을 지었다는 유래만 말씀해 주십니다.
이곳이 가락시절부터 있었는지에 대한 확신은 처사님도 알 수가 없으시답니다.
이 지역에 거주하시는 나이든 할머니 신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불과 50여년전만 하더라도
흥부암이 이 정도 규모도 아닌 작은 초가 한칸 규모였었다고 하니..
가야국 시절에 설사 유민공주가 출가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럴듯하게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건물이 있는 절이 아닌
그냥 말 그대로 입산을 한 것인겝니다. 그러고는 이런 암벽바위 밑에서 비바람을 피하고 면벽수도를 했거나..
그 자리에 후세대 사람들이 절을 세웠을 수는 있겠습니다.
유민공주에 대한 흔적은 찾지는 못했지만 이 자리가 호랑이 입의 위치라는 것과
임호산의 불기운을 죽이기 위하여 이 자리에 사찰을 지었다는 유래를 하나 더 알게 되었군요~
그러고 나서 다시 주변을 살펴보니
대웅전 기둥을 받치고 있는 주춧돌이 입을 크게 벌리고 포효하고 있는 호랑이 상이군요~
역시 아는 만큼 보입니다요~ㅎㅎ
내려오는 길 사찰 입구에 흥부사의 유래를 적은 글에서 그렇게 쓰고 있네요
'굳이 전하는 역사가 부재하여도 당시 원시 농경사회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집단의 평안과 흥성을 기원하기 위해
부처님전에 빌어온 삶이 있었을 것이다. 흥부암은 그렇게 시작되었다'라고..
종무소 처사님 이야기를 끝으로 산사를 내려옵니다.
주차장에서 내려다보는 김해시내도 참 좋습니다만은 주차장 오른편으로 나 있는 산길이 눈에 들어옵니다.
임호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입니다.
주변의 주민들이 한 두사람 오르내리는 것이 보입니다.
동네 어귀에서 올려다보면 임호산 정상에 아담하게 생긴 정자가 올려다보입니다. 늘 그것이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저 정자는 어디쯤에 위치해 있으며, 누가 무슨 목적으로 설치한 것인지..
자꾸 산길로 눈길을 주니..딸냄 눈치 긁습니다.
"산에 가고 싶어요~?"
얼른 대답합니다. "응~"
딸냄 의젓하게 말합니다. "그렇게 가고 싶으면 가요~" 하고는 앞장 섭니다.ㅎㅎ
앞서거니 뒤서거니..
길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며 흔적을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조금 올라가니 '흥부암' 의 뒷모습이 보이는 위치에 이릅니다.
앞에서 보는 모습보다는 뒷모습이 좋습니다. 큰 절벽아래 옹기종기 앉은 전각이 아담하니 보기 좋습니다.
빠른 시일내 많은 시주받아서 불사창건하시어 주변 정리 예쁘게 하시기 바랍니다.
근데, 요거 찍으려다 낙엽에 미끌려 자칫했으면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질 뻔 했어요
겨울 등산길 걸으실 때 낙엽길 조심하셔야 겠습니다. 낙엽무더기가 그렇게 미끄러운줄 처음 알았어요
붙잡은 나무가지도 겨울에는 건조하여서 의지가 되질 않더라구요, 바로 부러져셔..
겨울 산행 즐기시는 분들, 특히 초보 등산객 여러분들 조심하시어요~
놀란 가슴 쓸어안고, 끝까지 한 커트 더 찍고 가던 길로 올라섭니다.
산길이 참 다정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데크 설치 하지 않고 자연돌을 돋우어서 길을 만들어둔 것이 가장 맘에 듭니다.
돌계단으로 이어지다가 가끔은 화강암도 괜찮습니다 계단폭도 낮으마해서 오르내리는데 큰 무리 없습니다.
계절의 흔적들이지요..매일 나뭇잎 한 장 볼 일없는 콘크리트 건물 속에 살다가
낙엽이 쌓인 흙길을 걸으니 마음이 참 푸근합니다.
정상이 가까워오나 봅니다. 돌무더기 위로 하늘이 보입니다.
이 바위무덤을 앵돌아가니 저~기 끝자락에 내가 기대하던 작은 정자가 보입니다.
얼른 올라가 봅니다. 임호정(林虎亭)이랍니다. 임호산이니까요~
농협 김해시지부에서 2008년에 '아름다운 김해 행복한 시민을 위해' 전망대로 지어서 김해시에 기증한 거랍니다.
농협 김해시 지부에서 좋은 일 하셨군요~
임호정에 올라가서 사방을 살핍니다.
아파트단지가 밀집해있는 내외동으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시선을 삥~ 돌려봅니다.
오늘날의 김해가 들어옵니다. 드넓은 김해 평야와 한 쪽으로는 그 평야를 하얗게 가로지르며 드러누운 경전철까지..
임호정 바로 옆에 요렇게 새첩게 생긴 정상 표식비가 있습니다. 해발 177.9미터라네요.
지나다니며 보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는 아담하게 예쁜 산입니다.
주변에 계시는 분들은 주말에 산책삼아 한번씩 나들이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큰 무리없이 즐길 수 있을 듯합니다
여기까지 올라오니 흥부암이 더 의미있게 다가옵니다.
※임호산은 호랑이 모양으로 생긴 산이라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유민공주의 이름을 따서 유민산이라 불리기도 하며
그외 가조산, 호구산, 안민산, 봉명산, 임어산, 악산 등 여러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