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영화읽기

모성의 절망을 그린 것인가 아니면 여성속의 악마성을 그린 것인가 '안티 크라이스트'

노코미스 2012. 8. 14. 21:44

 

 


안티크라이스트 (2011)

Antichrist 
6.5
감독
라스 폰 트리에
출연
샬롯 갱스부르, 윌렘 데포
정보
스릴러, 드라마 | 덴마크, 독일, 프랑스, 스웨덴, 이탈리아, 폴란드 | 107 분 | 2011-04-14

 

 

ANTI-CHRIST

상당히 상징성이 풍부한 난해한 영화이다. 기괴하기도 하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시놉시스는 우리 삶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사고를 모티브로 한다

그러나 그것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프레임은 매우 종교적이거나 심리적이다.

하지만 또한 건전하지는 않다.

 

 

 

 

하얀눈이 소리없이 우아하게 흩날리는 어느 새벽녘

헨델의 '울게하소서'를 배경으로 남편과 격정적인 섹스를 나누는 그녀..

그 순간에 모든 것을 묻어버리려는듯 눈을 꼬옥 감아버리는 그녀

그 사이에 잠에서 깨어난 어린 아들(닉)이 침대문을 따고 나와 창틀로 올라간다

소리없이 내리는 눈송이와 함께 수직낙하하여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보호하지 못한 자식의 죽음에 따르는 죄의식으로 인하여

비탄과 고통과 절망의 단계를 거치면서

그녀의 모성적 본질인 여성성은 거의 악마성에 근접하면서 파괴되어 간다.

 

 

 

 

자식을 잃은 고통이 비록 크다하나 그 고통을 이렇게 파괴적이면서 잔인하게 그릴 필요가 있었는가?

게다가 일상적 이야기를 담기에는 너무나 종교적인 냄새가 나는 제목 '반크리스트'는 또 뭐람?

도대체 제목과 내용간에는 어떤 일치함이 있는 것인가?

왜 이 영화가 그렇게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인가?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줄거리도 그러하고..

그녀가 변해야하는 동기도 신통치 아니하고..

 

그 이유는 역시 이리저리 잘려나간 불구영화를 본 탓이었다.

 

 

 

다시 두번째 영화를 보았다.

이전에 보았던 영화보다 그나마 온전한 편집이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니 이번 편집조차 많은 잔인한 부분들이 잘려나갔기는 하지만

그래도 앞뒤 내용은 어느 정도 연결이 된다.

 

보고나니 역시 작가주의 감독이 만든 영화답다라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처음에 느꼈던 그 난해함이 모두 풀린 건 아니다.

여전히 나에게는 해독되지 않는 상징성이 너무 많다.

제목부터..

저건 분명히 종교적 이유가 있는 제목일텐데..왜 '반그리스도'일까?

영화 곳곳에서도 종교 특히, 기독교적 상징이 많다.

반그리스도, 사탄, 마녀사냥, 에덴..등등

 

 

이런 종교적 모티브는 다시 프로이드와 융합되면서 그 상징이 더 복잡해진다.

이 감독은 현대 심리학이 잊어버렸다고 하는 프로이드를 왜 새삼 끄집어내는가..?

프로이드의 키워드 성적 에너지(리비도)가 자식을 죽게 만든 그녀의 원죄의 본질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누군가는 말한다.

지독한 여성혐오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현대인들은 중세의 마녀사냥을 '힘없는 여성들이 희생당한 잔혹사'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그녀의 입을 빌린 감독은 '여성들은 원래 악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여성의 악마성'을 전제로 한 영화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녀의 변신은 악마성의 부활이고,

남편에 대한 잔혹행위는 과거 마녀사냥에서 희생당했던 여성성에 대한 복수로서 그리고 있다 

 

 

 

아뭏든 이 영화는

자신의 무신경으로 인하여 자식을 잃은 여성이 그 아픔을 이성적으로 견뎌내지 못하고 정신적인 파탄을 가져온다는

단순논리로 보려고 했던 내 의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풀어가고 있다. 

 

오히려 그녀(모든 여성을 상징)의 본성은 처음부터 악마였다는 것이 기본전제이다.

그 전제는 그녀의 회상신을 통해 하나씩 밝혀지는 사실들로부터 수용된다.

예를 들어, 죽은 아이의 부검결과에서 밝혀진 기형적인 발은 그녀의 (무의식적이긴 하지만) 의도적인신발바꿔신기기의 결과였다.

그리고 아이가 죽는 날 역시

그녀는 아이가 떨어지는 모습을 곁눈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는 눈길을 돌려버린다.

물론, 눈을 감고 있었던 프롤로그의 모습이 진실인지,

아니면, 아이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었던 에필로그의 모습이 진실인지 우리는 알수 없지만

그녀의 악마적 행위들이 드러난 이상 에필로그의 모습이 진실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여성의 악마성을 그리고 싶어하는 감독의 그런 의도는

'여자의 눈물은 기만이다', '여자는 사악하다'는 여자의 대사에 의해서도 어느정도 타당케 한다. 

 

아뭏든 훌륭한 평론가들이 이 영화의 종교적, 심리적 상징들에 대해서 거창하게 해석하고 풀이하고

그의 연출을 극찬하고 있지만 난 그렇게 복잡하게 읽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고..

 

오로지

라스 폰 트리에, 이 감독이야말로 참으로 사악하다는 생각밖에 없다.

그 자신이 아무리 여성혐오주의자라 할 지라도

여성의 악마성과 사악성을 굳이 여성의 입으로 자기비판하듯이 말하게 하는 방식은 현대식 마녀사냥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는 절대 올바른 정신의 소유자는 아니다.

미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