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나라 /12-09 프랑스

'미드나잇 인 파리'의 그 다리와 바토무슈

노코미스 2012. 9. 28. 23:24

 

 

 

 

8월 31일(금요일)   날씨: 쌀쌀

 

아침에 일어나니 땅이 촉촉히 젖어있기는 한데 비가오는 것 같지는 않고..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모르겠다.

 

다들 여름 생각하고 얇은 긴소매 하나정도 입고 나오니

가이드 왈; 우산, 선글, 바람막이 점퍼 다 챙겨오란다. 파리는 하루에 4계절이 왔다갔다하므로

날시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단다.

그 말을 들은 일행들은 다시 우르르 룸으로 들어가 옷들을 챙겨나온다.

그 말을 듣지 않은 사람들은 오늘 밤에 고생좀 하게 된다.

 

오늘은 아침부터 베르사이유 시를 방문하여

시의 유보정책에 대한 안내를 듣고 시에서 제공하는 점심까지 먹고

오후에는 시의 국공립 보육시설과 유치원을 방문하는 일정을 치루었다.

 

오늘은 원래 공식일정에 하루를 비우는 것으로 하였고, 밤에 선택적으로 바토무슈를 타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그런데 공식일정 마치고 저녁먹고 바토무슈타는 시간까지 약 1시간정도의 공백이 생기므로

가이드가 고민을 한다.

 

해서, 세느강의 아름다운 다리하나를 선택해서 걸어보는것이 어떻겠냐는 나의 제안에

가이드가 쿨하게 그렇게 해준다.

 

내가 여행다니면서 만난 가이드중 가장 의식있고 영리하고 쿨한 가이드이다.

파리유학와서 현지인 남편을 만나 눌러앉게 된 아까운 인재이다.

 

아뭏든, 그래서 가이드투어에선 좀처럼 하기 어려운 산책이란 걸 해본다.

그것도 세느강위를..♬

 

 

 

출발은 나폴레옹의 유해가 누워있다는 앵발리드 공원에서 출발한다.

궁전의 오른편에 조성되어 있는 공원에는 마로니에 나뭇잎들이 바람결에 흩날리면서 벌써 가을의 흉내를 내고 있다

 

진짜 황금으로 도색한 금색돔을 머리에 이고 있는 앵발리드 궁전에서 뻗어나오는 대로를 따라 걸어가노라면

세느강의 37개 다리중에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다고 하는 알렌산드 3세 다리로 이어진다.

 

 

 

우리가이드는 이 다리를 소개하면서 몇년 전에 방영했던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이동건과 김정은이 만나는 씬을 찍은 곳이라 소개했다.

 

다리는 앵발리드 궁전에서 일직선상으로 쁘띠 팔레스로 이어지면서 인도와 차도로 구분되어 있는데

 주의깊게 보지않으면 인도가 마치 보행자 전용도로 처럼 보일만큼 폭이 넓다.

많은 관광객이 걸어도 위험하지 않아서 좋다.

 

아뭏든 그 순간, '미드나잇 인 파리'의 마지막 장면에서

빗줄기에 촉촉히 젖어 파리를 더욱 낭만적으로 만들어주었던 그 다리장면이 갑자기 생각났다.

 

그래서 가이드에게 물었다.

혹, 어느 다리에서 찍은 것인지 아시는지?

가이드는 그 영화를 보지 못해서 모르겠단다. 아쉽다.

 

주인공들의 비에 젖은 뒷모습을 아련히 비추어주는 안개속의 가스등이 인상적이었던 우수어린 교각

알렉산드 3세의 화려한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듯한 그 다리..

난 그 다리를 걷고 싶다.

도대체 그 다리는 어느 다리일까..?

 

나중에 크루즈를 하면서 비슷한 다리를 찾아낼 수 있을까..?

 

 

 

그러나 지금은 알렉산드 다리에 집중할 때.

 

다리의 남단과 북단에 각각 황금색 조상을 위에 얹은 굵은 기둥이 2개씩 웅장하게 서 있고,

다리바깥난간에는 화려한 여신의 조각상이 메달려있다.

 

 

 

 

교각위에는 아기천사들이 가스등을 감싸고 있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소박한 다른 다리들에 비하면 확실히

알렉산드 3세 다리는 화려한 편에 속한다.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나는 아름답다는 단어보다는 화려하다는 단어가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7시에 바토무슈예약이 되어 있어 선착장으로 내려간다.

 

건너편으로 에펠탑이 우뚝 솟아있다. 어느곳에서건 에펠탑이 보이지 않으면 파리가 아니다.

에펠탑이 없는 파리는 상상할 수가 없다.

 

 

 

바토무슈가 출발할 즈음 서녘하늘에는 석양빛이 감돌기 시작하고..

 

세느강의 저녁바람은 이방인에게 그다지 따뜻하진 않지만

우리의 젊은 친구들은 지금 이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냥 행복할 뿐이다.

 

 나 역시 내가 지을수 있는 표정 중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이 시간을 만끽하고자 한다

 

 

프랑스의 하원의사당.

프랑스는 하원 의사당과 상원의사당이 따로 있다.

상원의사당은 뤽상부르궁전에 있다.

 

 

 

 

루브르 박물관앞에서 이어지는 '예술의 다리'

세느강위의 다리 중 유일하게 보행자 전용도로라고..

 

철망으로 된 난간위에 조랑조랑 메달려 있는 자물쇠고리와 언뜻언뜻 배치되어 있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역시나 로맨틱해 보인다.

 

파리에서 보는 것은 모든 것이 로맨틱해 보인다.

가까이서 보면 그야말로 보잘것없는 철제 난간에 녹슬은 자물통일뿐인데..

 

이것이 파리의 힘이 아닌가 싶다.

 

 

 

그 유명한 '퐁네프 다리(Pont-neuf)'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라고 하는데, 이름은 New bridge라고 하니 아이러니하지..

 

특히, 우리나라사람들에게 이 다리가 알려지게 된 것은

'퐁네프의 연인'이라는 영화 때문일 것이다.

 

로멘틱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의 유치한 취향으로 인해서 '연인'이라는 단어와 '퐁네프'라고 하는

의미는 모르지만 발음이 부드러운 단어의 조합은 당연히 나를 영화관으로 끌어들일만한 충분한 조건이 되었다.

 

그 영화를 통해서 '퐁네프'가 다리이름인줄 알았었다. 그런데 영화속의 다리는 생각보다 아름답지는 않았다.

 

다리만 아름답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파리라는 동네가 이전에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다지 낭만적이거나 부드러운 동네가 아님을 그 영화를 보고 알게 되었었다.

 

비교적 당시의 실상을 많이 보여주었던 영화의 장면들에서

마냥 로맨틱할 것 같았던 파리라는 동네와 파리지엥들의 사랑이야기가 너무 거칠고 메말라서

 파리라는 동네에 대한 나의 이미지를 다소 조절하여야만 했었던

그런 추억이 있는 영화,

그 영화를 통해서 알게 된 이후로 꿈이 된 다리 '퐁네프'

 

그럼에도 저 다리위를 한번도 걸어보지 못했다.

6년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렇고..

바토무슈를 타고 지나가면서 올려다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한다

 

 

 

노틀담 대성당을 지나고..

 

 

다 외지도 못할 몇개의 다리들을 더 지나고..

그렇게 세느와 함께 우리들의 시간과 추억도 흘려보냈다

 

 

 

그러는 사이 세느강위에 밤이 내려와 앉는다.

 

 

바토무슈는 다시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장소는 되짚을 수 있지만 역시 시간은 거슬러 올라갈 수 없나보다..

 

내려올때 석조다리였던 퐁네프가 지금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려한 조명의 옷을 입고 파리의 여신이 되어 있다.

 

 

한바퀴 돌고 오는 동안 파리의 온 동네가 불을 밝히고 있다.

 

 

크루즈가 끝나자 바로 호텔로 돌아가려 했으나

8시5분엔가 에펠탑의 조명쇼가 있다고 하니

일행들이 그것까지 보고 가야한다고 한다.

 

조명쇼하기까지 약 15분정도의 시간이 남는다.

어느 누구도 길거리에서 기다리고자 하는 사람이 없다. 사실 배위에 있는 동안은 야경에 몰입하느라 몰랐지만

크루즈가 끝나는 순간 우리는 파리의 차가운 강바람에 얼마나 몸이 오그라들었는지 그제서야 느끼게 된다.

8월의 마지막 밤은 우리에게 매우 혹독했다.

 

가이드의 조언에 따라 바람막이 점퍼에 스카프까지 챙겼건만, 그래도 추웠다

다들 강바람에 얼마나 떨었는지 얼굴들이 새파랗게 얼어있었다.

 

 뉴욕가에서 타워가 가장 잘 보이는 까페에 들어가 모두 따끈한 에스프레소 내지는

차를 한잔씩 마시고 기다리기로 하였다.

 

한잔씩 들이키고는 몸을 녹일사이도 없이 조명쇼가 시작된다고 얼른 나오란다.

도로를 가로질러 후다닥 알마다리 난간 끄트머리에 온 몸을 기댄 채 기대를 잔뜩 모은다.

 

6년전에 왔을 때 노란색 조명, 파란색 조명이 다이아몬드보다 더 아름답게 번쩍번쩍, 반짝반짝..제법 볼만했었기에

기대를 잔뜩한다.

 

표정에 추위가 가득하다.

난, 이날이 10월의 마지막 밤인줄 알았다. 얼마나 추웠는지..

 

 

 

드디어, 황금색 조명이 반짝반짝..

우리의 눈망울도 다같이 똘망똘망..

 

한 5분 하더니..

 

에게..그만 집에 가란다.;;

 

처음보는 일행들은 그나마 기다린 보람이 있어 저것이라도 봤으니 얼마나 행운이냐 하는데,

더 많은 것을 기대했던 나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채 귀가길에 오른다.

 

 

alma-marceau역에서 그 악명높은 파리의 지하철을 처음으로 타본다.

 

며칠후면 혼자서 이용해야 하는 메트로..

잘 봐두고자 하나 뭔가 복잡하다. 오늘은 그냥 일단 타보자..

 

 

 

그러나, 직접 시승해본 소감을 말하자면 생각보다 안전하고 깨끗하다.

 

여행객들이 올린 포스트를 읽다보면 마치 파리의 지하철이 완전 범죄의 온상이고

위생과 청결에 있어 완전 무방비구역인 것처럼 말하고 있어서 사실 많이 불안했었는데

냄새도 없고, 위험한 것도 없다.

 

아마도 그들은 혼자 늦은 시간에 다니다보니 지나친 긴장에서 오는 불안감이 아니었을까..?

파리시내 지하철 그다지 나쁘지 않다.

물론, 가끔 오래된 지하철도 있기는 하더라..

 

 

 

p.s: 이 자료를 포스팅하면서 발견한 것 하나,

 

드디어 찾았다. 그렇게 찾아 헤메던 곳.

 

저 두 연인이 걸어가는 다리의 난간과 둔탁한듯 화려한 가스등을 보아라

우리가 걸었던 알렉산드 3세 다리의 난간과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세워져 있는 가스등과 똑 같지 않은가..

 

 

단지 비가 오는 고즈녁한 밤이고, 아직 해가 저물지 않은 밝은 낮이라는 차이만 있을뿐

분명한 알렉산드 3세 다리이다.

 

이걸 모르고 이 장면이 어디냐고 그렇게 찾아다녔구나..

 

저 장면을 보면서 파리에 가면 반드시 저 다리위를 거닐고 싶다고 했었는데,

비록 비오는 날 밤에 걷지는 못하였으나

영화속의 다리를 걸었으니 이번 파리여행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게 되었다~

 

여행의 묘미중 하나가

내가 책이나 영화를 통해서 알고 있었던 것을 현지에서 사실로 확인하고 발견하게 될 때 얻게되는 희열감이다.

 

알렉산드 3세 다리는 비록 여행중에는 발견하지 못하고

지금 포스팅중에 발견하기는 했으나 그 또한 즐거운 일이다.

 

여행중에 발견하지 못한 것을 정리하면서 발견하게 되는 즐거움, 이 또한 포스팅의 묘미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