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뇰(guignol)과 생떽쥐베리(Saint-Exupery)의 고향, 리옹
2012. 9월 3일(월) 날씨: 무지 맑음
공식일정의 마지막 날이다.
나는 오전에 잡혀있는 샤흥똥 시청 방문과 점심까지만 일행들과 함께 하고
오후에는 그들과 작별한다. 일행들은 프랑스 보건복지부 탐방후에 고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난, 그들을 먼저 보낸 후 나흘을 더 연장하기로하였다.
오늘이후로는 혼자서 움직여야 한다.
영어권에서는 어슬프게나마 영어로 묻거나
말이 안되면 글로라도 통했었는데, 프랑스는 모든 설명서나 안내서가 모두 지들 언어로 되어있고,,
도대체 여행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다. 그래서 다소 불안하지만..
그래도 길이야 찾아다닐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시도해본다.
몽파르나스의 한국식당에서 맛있는 순두부찌게를 파리의 마지막 식사로 하고는
쿨한 현지 가이드 언니의 설명과 더불어 전철표 선물까지 받아서는
혼자 전철을 타고 '가레드 리용'으로 온다.
마치 초등학생 처음으로 혼자 길찾기 훈련시키는 마음으로 나를 안내해주는 가이드의 자상한 마음이 참 고맙다.
역사가 꽤 넓다.
출발은 홀1과 홀2에서 출발한다.
홀1의 레인은 알파벳으로 구분하고, 홀2의 레인은 숫자로 구분하고 있다. 5에서 23번까지..노선이 굉장히 많은 것이다.
내가 타고갈 3시 50분발 '리용 파르디유'행 기차레인은 아직 미정이다.
저 전광판만 열심히 보고 있으면 기차를 놓치지는 않는다.
앉아있으니 사람들이 모두 저 노란 펀치머신에 가서 티켓을 확인한다.
저것은 이태리에서의 아픈 기억을 떠 올리게 한다.
돌로미테 가는날 오픈티켓에 확인펀칭하지않았다고 50유로 벌금물었던..
그것과 똑 같다. 그럼 프랑스에서도 펀칭을..?
그러나, 오늘은 펀칭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나의 리용행 기차는 날짜와 좌석이 이미 확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확약티켓이 아닌 오픈티켓인 경우에는 타는 날 저 기계에다 체크를 해야한다
프랑스의 TGV라는 걸 타고는 리용으로 달린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파리가 가지고 있는 깍쟁이같은 대도시의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고
독일이나 이태리의 시골농가에서 보았던 그런 소박한 전원의 풍경이 펼쳐진다.
정확히 2시간 가량 걸려서 '리용 파르디유 역'에 도착한다.
Hotel Athena Part-Dieu는 역사 바로 코앞에 있다.
가방들고 숙소찾아다니는 것이 힘들어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역사 가까운 곳을 선택하였다.
위치와 관련해서는 탁월한 선택을 하였으나..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정말..
지금생각해도 화가 난다.
아뭏든 호텔문제는 이곳에서 언급도 하고 싶지 않으니 여행이야기로 넘어가기로 한다.
호텔에 첵인하니 6시 30분도 안되었다. 아직 호텔에서 뒹굴고 있기에는 이른 시간이다
시내구경이나 하고자 프론터에 가서 맵하나 얻고 길을 물으니
올드시티는 '벨쿠흐'라고 하는 지역까지 가야하는데 메트로를 타고가야 한단다. 그것도 환승까지 해가며..
내가 묵고 있는 호텔은 지도상 오른쪽 중앙의 SNCF표시가 있는 구역이고
내가 가고자 하는 리용의 다운타운은 지도 중앙의 빨간색 화살표가 보이는 구역이다.
아, TGV역 가까이에 있는 호텔들이 타도시로 이동하기에는 편리한 점이 있으나
그 도시의 시내구경하기에는 다소 불편한 점이 있구나~
제일먼저 당황스러운 것은 메트로 티켓구입을 모두 기계로 하도록 되어 있는데,
기계를 읽을 수 없는 문제에 봉착한다. 어쩔 수 없다. 염치불구하고..
영어좀 알아들을 만한 젊은 친구 붙잡고 도움을 청한다.
다행히 어린친구가 친절하게 도움을 제공해준다.
목적지가 같아서 환승까지 무리없이 진행되었다.
그렇게 힘들게 도착한 리용의 다운타운이다. 'Place Bellecour'
Lyon은 론강과 손강의 합류지점에 발달한 프랑스 제2의 도시이다.
과거 500년동안 상업계, 산업계, 금융계의 최강자로서 군림해왔고,
오늘날에는 훌륭한 미술관, 활발한 클럽 및 음주문화, 역동적인 삶의 문화,
그리고 환상적인 쇼핑문화 등을 즐길수 있는 도시란다.
그래서 그런지 물가가 무지 비싸다. 호텔비도 얼마나 쩔든지..
내 추가 여행비의 1/3은 리용의 호텔비에 투자되었다.
아뭏든 위와같은 사실에 대한 사전정보는 전혀 없었지만
어쨋든 리용에 왔으니 리용을 봐야지~
시내로 나가면 관광정보센터가 있다니 일단 나가보자 하고 나왔는데
현재 인포센터는 임시 폐업중이다. 아마도 공사중인듯하다.
이 도시에 대해 누구에게 물어보나..주변을 둘러본다.
저 언덕위에 우뚝솟아 있는 저 건물이 수상쩍다. 지도를 살펴본다. 포르비에르 노트르담 성당인가보다..
현재 내가 있는 광장에서 손SAONE강을 건너 가면 만날 수 있겠다. 가보자..
리용에는 2개의 강이 흐른다. 동쪽으로는 Rhone강, 오른쪽으로는 Saone강
그래서, 다리가 매우 많다. 나는 현재 Saone강을 가로지르는 보나파르트 다리를 건넌다.
어스름 해질녁 짙푸른 코발트빛 하늘 아래 드러나는 실루엣이 예사롭지 않다.
공식적으로 프르비에르 노트르담 대성당이라고 불리는 이 성당은 1872~1896년 사이에 프러시아의 군대가 리옹을 침략하고자 할때, 리옹시를 보호해달라고 시민들이 기도를 했는데 그 응답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봉헌한 것으로
리옹시의 랜드마크가 되는 건축물이다.
성당이 위치해 있는 푸르비에르 언덕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매우 멋지단다. 구시가지에서 산책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나는 노트르담 성당 올라가기 전 구도심 입구에서 또 다른 성당을 만나게 되면서
푸르비에르 언덕까지 올라가는 일은 잊어버린다.
St. John대성당이다.
12세기에서 15세기 사이에 세워졌으며,
로마네스크에서 고딕양식으로 넘어가는 전환기의 모든 건축양식을 포함하고 있는 건축물이란다.
나야 뭐, 뭘 모르니까..통과~
대성당 앞마당인 '정의의 광장' 한가운데 세워진 '세례받는 예수상'인 듯.
구도심으로 들어오는 순간, 언덕위의 노트르담은 뒷전이 되어 버렸다.
이 골목이 리용의 구도심이다. 원래 유럽여행의 백미는 구도심이다.
이 곳을 포기할 수는 없다.
리용을 찾는 모든 방문객들은 모두 이곳으로 모여든다.
그 넓은 공간 벨쿠어 광장은 한산하기 그지 없더니,
이 좁은 골목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다.
레스토랑과 까페들은 해가 지면서 서서히 손님맞을 준비를 끝내가고 있다.
오후 7시경밖에 되지 않았는데 골목의 상점들은 이미 문을 닫은 곳이 많다.
아마도 월요일이라 그런건지..
그렇더라도 윈도우 라이트는 켜져 있어서 구경하기는 좋도록 되어 있다.
이런 동양식 찻잔과 자기 접시들을 취급하는 부티크도 있고..
제일 아래 흰접시는 한국접시이다. 누군가의 글귀가 쓰여진..
그닥 좋은 글씨는 아니지만 그래도 반갑다.
아기자기한 슈비니어 가게도 있고..
아기자기한 인형가게도 있고..
돌아다녀봐도 꼭두각시 인형만 취급하는 이런 가게는 드문 경우인데..
게다가 웬 뜬금없이 어린왕자 캐릭터는 왜 이렇게 또 많대??
어, 그 옆에는 인형제작하는 제작공방도 있고..뭐지?
줄에 메달린 피노키오에 인형극 틀까지..
이거 완전히 인형극을 전문적으로 하는 가게같은데..??
얼굴은 나무로 깍고, 손발은 고무로..
그 디테일이 예사롭지 않고..
이 공방과 앞의 인형극 가게가 같은 가게인 것 같은데..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으나 포스터에 나와있는 저이가 인형을 제작하는 사람같고
아래쪽 메달을 보건데 무슨 상을 탄 거 같은데..
집에 와서 찾아보니 이곳이 그 유명한 리용의 인형극인 '기뇰(Guignol) 인형극장'이었구나~~
'Guignol'은 1808년 로랑 무르게(1769~1788)에 의해 태어난 인형의 이름이다.
무르게는 리옹의 견직공원이었다가 실업자가 되었는데, 돈을 벌기 위해 여기저기 떠돌며 이를 뽑는 일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커다란 펜치를 사용해 이를 뽑는 그를 무서워하자,
그들의 두려움을 없애주고자 그는 간단하고 재미있는 인형극을 보여주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중에는 인형극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게 되자
그는 이뽑는 일을 그만두고 인형극을 전문적으로 하게 되었고, 그의 인형극은 프랑스 전역으로 퍼지게 되었다.
정치적인 풍자때문에 당시 정부에서 인형극을 불법으로 규정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러한 조치가 인형극을 더욱 유명해지도록 만들었다.
프랑스에서는 기뇰이 인형극의 주인공 이름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마리오네뜨 인형을 일컫는 대명사가 되었다.
홈페이지:www.guignol-lyon.com
그러니, 앞에서 보았던 인형가게의 인형들이 바로 기뇰이란 녀석이다.
그리고 하나 더 첨언하자면,
리옹에 어린왕자 캐릭터 상품이 많은 이유는 이 곳이 생 떽쥐베리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방문에서 난 생 떽쥐베리는 만나지 못했다.
이 외에도 다른 도시에서는 보기 쉽지않은 다양한 부티크와 소규모 뮤지움들이 많았던 리옹의 구도심이었지만
결국 여행도 내 지식의 범주내에서 이해되고 소화되는 것이라
무지한 사전이해로 인하여 소중한 것들을 많이 놓치고 온 리옹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