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hone-Alps의 관문 '그레노블'의 산뜻한 공기
2012. 9월4일(화)
오늘의 목적지는 샤르트뢰즈(Chartreuse)이다.
내가 샤르트뢰즈을 알게 된 것은, 아니 안다기 보다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을 말한다-영화 '위대한 침묵'때문이다.
폐쇄수도원인 까르투지오 수도원의 기원이 되는 샤르트뢰즈 수도원에 거주하는 까르투지오 수도사들의 생활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찍은 영화'위대한 침묵'은 많은 사람들에게 아마도 감동과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화면 바깥으로까지 느껴지는 싸~하고 정갈한 알프스의 공기는 날 프렌치 알프스로 유혹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내가 프랑스에 언제 또다시 올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번에 온 김에 반드시 샤르트뢰즈는 들러야 한다.
다른 갈곳도 많고, 가보고 싶은 곳도 많지만, 나흘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이곳저곳 다보기는 어렵고..
그래서 애초에 생각했었던 많은 곳들을 거의 포기했지만
샤르트뢰즈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죽기전에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라면 이번에 다녀와야 한다.
리옹역으로 나가서 론 알프스 레지옹에서 운행하는 TER을 탄다. TER은 미리 예약할 필요는 없다.
발권을 하더라도 오픈티켓으로 준다.
그러면, 기차를 타기전에 역사내에 있는 노란 기계에 발권기에 날짜 체크를 하면 된다.
기차는 매우 깨끗하다.
샤르트뢰즈를 갈려면 그레노블을 거쳐야 한다.
그레노블은 론-알프스 레지옹에서도 Isere강변에 위치한 론-알프스의 대표도시이다.
샤르트뢰즈는 그레노블의 북쪽 프렌치 알프스 산기슭에 자리잡고 있고, 그 곳에 까르투지오 수도원이 있다.
리옹에서 1시간반쯤 걸려서 그레노블에 도착하였다. 확실히 공기가 상쾌하다~
샤르트뢰즈를 갈려면 그레노블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반정도 더 가야한다
새서, 역사의 왼쪽 100m정도 위쪽으로 위치해 있는 버스터미널을 찾는다.
가서보니, 버스노선이 샤르트뢰즈 한 곳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제법 여러 곳의 노선이 있다. 이런~
샤르트뢰즈 갈려면 몇번 버스를 타야하느냐고 물었더니 7000번을 타란다.
근데 그 버스는 지금(10시 30분경)은 없고, 2시 15분에 있단다. 또 이런~
내 계획은 오늘 하루내에 샤르트뢰즈 수도원갔다가 주변 하이킹하고, 시간 남으면 그레노블 시내관광하고
다시 리옹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는데,
이곳에서 벌써 3시간 30분정도의 시간오차가 생겨버리면 원래계획은 전면 재수정되어야 한다.
재빨리 목표수정들어간다.
3시간가량의 시간이면 시내하나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그레노블(Grenoble)이라도 여행하자~
이렇게 해서 론-알프스의 도시 그레노블의 여행이 시작된다.
역에서 시티맵하나 얻어서는 여행자 인포센터를 찾아가고자 나선다.
왼쪽의 X표 있는 곳이 그레노블 역이고 인포센터는 오른쪽 점선내의 파란 동그라미 내에 i 표시 되어있는 곳이다.
걸어갈 수 있느냐니까 얘네들은 무조건 걸어갈 수 있다고 한다. 얼마안걸린단다. 얼마나? 물었더니 15분정도란다.
우리나라같으면 타고 갔겠지만, 역시 여행자는 걷는것이 제격이다.
길은 찾기 쉽다. 파란색 줄이 트램노선인데, 이 길을 따라가면 된단다. 오케바리~
도로 주변의 건물들은 모두 중세의 건물들이다. 도시가 고풍스럽다.
대도시와는 공기가 다르다. 바람이 산뜻하다.
건물 곳곳에서 내가 지금 '론-알프스'에 와 있음을 일깨워준다.
오래된 도시는 가끔 보수 공사도 해 줘야 하고..
그레노블에는 유난히 제과점이 많다.
근데 유난히 내 눈에 저 과자가 눈에 뜨인다. 구름빵처럼 생긴..
무엇일까..? 가격 1유로..
무엇일까~?
궁금하면 못참는다. 안으로 들어간다.
무엇이냐 물었다.
계란과 설탕으로 만든 과자란다. 다른거 하나도 안들어가고 오로지 계란과 설탕으로만..우와~
맛있냐고 물었더니, 진지하게 생긴 여종업원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맛있다고 몇번이나 반복한다.
일단, 그이들의 입맛과 우리네들의 입맛이 다르므로 긴가민가하면서 1개만 사왔다.
사실은 나는 개인적으로는 음식에는 큰 욕심이 없는지라 음식은 잘 사지 않지만
딸내미가 제과제빵을 하고 나서부터는 이런 것을 보면 그냥 지나쳐지지가 않는다.
내 개인적으로도 저것이 어떤 맛이며 어떻게 생겼는지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우리 딸내미에게 새로운 것을 소개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우선이었다.
게다가 그레노블 제과점에서는 마카롱을 많이 굽는 것 같다.
색깔도 집집마다 다르고..
저 색감의 유혹을 어떻게 또 물리치겠노, 특히, 우리 딸이 많은 과자 중 마카롱을 유독 좋아하니 더더욱이~
그래서 마카롱도 한 상자..
근데, 또 조금가니 앞의 마카롱과는 느낌이 다른 마카롱이 있다. 이것도 한 상자..
쥐면 꺼질까 불면 날까~ 전용 깡통까지 사서는 조심조심 들고 왔지만
요즘 딸내미가 에미한테 화가나서 오지 않은 관계로 결국에는 내가 먹을 수 밖에 없었다.
깡통에서 꺼내어 보니, 마카롱은 오는 과정에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지만
이놈은 전혀 손상이 없다. 오래되어서 괜찮을까 했는데, 맛도 전혀 문제가 없다.
두손으로 자를 수 있기는 하지만 쉬~ 부서지는 정도는 아니다.
맛은, 마치 옛날에 우리어린날 쪽자에 설탕과 소다 넣고 설탕과자 만들어 먹었던 그 맛과 유사하다.
그러면서도 계란거품이 들어갔으므로 그것보다는 훨씬부드러운맛이 있고, 두 맛이 합쳐져서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랄까~
게다가, 향의 종류로 커피향으로 달랬더니, 뒷끝에 남는 커피향도 좋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팔 수 있으면 정말 대박날 듯도 한데..
윈도우가 아기자기하다. 나에게 그레노블의 이미지는 마카롱과자, 도자기, 동글동글한 곤돌라 등이다.
걷다보니 '빅톨유고광장'까지 왔다.
공원벤취에는 어린 처자들이 무슨 재밌는 이야기들이 있는지 깔딱 깔딱 넘어가고...
광장명이 빅톨유고이니까 어딘가에 '빅톨 유고'조각상이 있겠거니 하고 둘러보니
왼편모퉁이 탑위에 빅톨유고의 얼굴흉상이 박혀있다.
가운데에는 분수가 시원스레 뿜어져 올라오고..
분수 뒷편으로 깊은 사색에 빠져 있는 한 남자가 내 시선을 끈다. 누구지..?
엑토르 베를리오즈, 작곡가 루이스 엑토르 베를리오즈(1803~1869)
역사상 피아노를 못치는 유일한 작곡가로 알려진 그 베를리오즈.
프랑스 남부의 어느 지역에서 태어났다더니, 그레노블에서 태어났나~? 그의 조각상이 왜 그레노블에..?
무조건 트램철로를 따라 걷는다. 벌써 3번째 정류소까지 걸어왔다.
이 정류소앞이 복잡해서 봤더니, 트램기다리는 줄이 아니라 샌드위치줄이다.
하도 줄이 길어서 나도 하나 사먹어 볼까하고는 윈도우를 들여다봤더니 하나같이 덩어리가 얼마나 큰지
결국 혼자 다 못먹겠다 싶어 포기한다.
그레노블에는 먹거리가 참 다양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곳에 노출되어 있어서 좋다.
버스 정류소에서 골목안으로 들어갔더니 인포센터가 있는데 이곳에도 줄이다.
아니, 그레노블에는 가는 곳마다 웬 줄이 이래 많지~?
버스터미널에서도 줄, 샌드위치 가게에서도 줄, 여행자정보센터까지..
지금까지 다녀봐도 투어리스트 정보센터에서 줄서는 것은 한번도 본 적이 없건만..
난, 줄을 서 봤자 막상 차례가 되었을 때 내가 원하는 정보가 없으면 허무해질거 같아서 빨리 생각을 정리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시티맵정도만 해도 그레노블 시내 관광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을 듯하고,
샤르트뢰즈와 관련해서는 차편도 알아두었고, 그곳지역에 관한 정보는 그곳 정보센터를 이용하면 될 터이고..
그러니 여기 정보센터는 통과~
시티맵에서 빨간 점선으로 표시된 구역이 그레노블의 '역사지구'이다.
이 줄만 따라다녀도 볼 수 있는 것은 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하며 잠시 걸으니 예쁜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건물에도 예사롭지 않은 건물은 아우라가 있다.
건물옆에는 운좋으면 만날 수 있는 재래 마켓이 열려 있고..
'세인트 클레르 홀'이라고 되어 있는데,
뭔가..? 교회인가?
들어가보니 서민들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상점 건물이다.
치즈, 케익, 파이, 와인, 훈제고기, 절임과일 등..
레스토랑이나 까페의 분위기는 파리나 리용같은 대도시처럼 화려하진 않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상대방을 마주보고 앉는다~ㅎ
그레노블의 거리에는 확실히 소도시의 소박함과 정겨움이 베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