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설경이 너무나 아름다운 한라산 영실코스
2012. 12. 07일 시내는 맑음, 중산간에는 눈, 우박
사업보고대회를 마치고 하루더 연장하여 직원연수로 일정을 합하기로 하여
보고대회 참석한 1차팀외 나머지 2차 팀이 전날 오전에 날아와 함께 합류하였다.
오늘은 연수일정의 최고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는 '윗세오름 영실코스 등반하기'일정을 수행해야 한다.
저녁 5시 45분 비행기로 발권이 되어 있으므로
오전에 일찍 움직여서 산행은 점심시간 전에 끝내야 한다.
해서, 아침 8시에 숙소에서 출발하여 영실입구로 향한다.
사업보고대회 하는 날 저녁에 중문지역 바람이 몹시 거칠고 눈발도 나리는 걸 보았지만
시내쪽에서는 쌓인눈을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중산간 지역으로 들어오니 숲은 하얀눈으로 뒤덮혀 고요한 산악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99.10 메가헤르츠 음악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조용한 음악과
그리고 숙소에서 넣어온 헤이즐넛 한잔이 싸~한 겨울풍경과 멋지게 어울린다.
영실 매표소 입구에서 출정샷 한장 찍고
한폭의 수묵화
하얀 눈위에 빨강과 보라색의 등산복이 색깔이 선명하다
올라갈수록 안개가 짙어진다.
등산초보자들이지만 의상들만은 거의 고수급 수준들이다.
아직은 한라산을 정복한다는 기쁨으로 마음이 들떠 있고..ㅎ
걸음걸이도 여유가 있다.
그냥 한폭의 그림이다.
마치 마법의 숲으로 들어가는 것 같지 않은가~
점점 안개속으로 묻혀져 가고..
'오백장군과 까마귀 휴게소'
거의 고지에 다 왔는가 했더니 에라이~
이제야 본격적인 등반로 입구란다. 여기서 아이젠 하나 사서 신고 올라가야지 그냥 가지 못한단다.
얼마 올라오지 않았음에도 눈길에 얼마나 힘을 주고 올라왔는지 허벅지가 뭉치는 느낌이다.
내가 겨울 산행을 얼마나 할까 해서 사지 말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한번을 신더라도 한라여신을 제대로 영접하는데 그것이 필요하다면 사자..해서 아이젠을 하나 구입한다.
원래 이 휴게소주변에 까마귀가 많았었나보다. 까마귀가 얼마나 울어대든지..
올라갈수록 쌓인 눈이 많아지고 경사가 높아지면서 길이 가팔라지지만
아이젠을 착용하고 걸으니 걷기가 한결 편하다.
그저 감탄사만 연발하면서 올라갈뿐이다.
그러나 이 길에서 느끼는 감동은 고원에서 느끼는 감동에 비하면 감동도 아니다.
아이젠을 구입하지 못한 4명의 일행은 현위치에서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휴게소로 귀환한다.
아이젠을 구입한 두 사람은 구입한 아이젠이 아까워서라도 여기서 귀환하지 못한다.
가는데 까지 계속 더 가보기로 한다.
일행을 돌려보내고 고원으로 발걸음을 떼는 순간,
지금까지의 한라는 한라가 아니었다.
지금까지의 노선에서는 키가 큰 나무들이 방풍림 역할을 해 줘서 추운줄 모르고 올라왔으나,
이 지점부터는 키가 낮은 고원형 잔나무들뿐이어서 변덕심한 한라여신의 바람을 제대로 막아주질 못한다.
몸이 가벼운 사람은 바람에 날려갔다는 말이 나올수도 있겠다.
바람은 짙은 안개를 안고와서는 산 전체를 가두어버린다.
그 모습도 장관이다.
그러다가는 다시 한번 바람을 보내어 흩어놓았던 안개를 살짝이 걷어가기도 한다.
그 짧은 순간에 살째기 한라여신의 얼굴을 엿볼 수 있는 희열은 거기 있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고원에는 이렇게 낮은 잔나무가지들뿐이다.
5월이면 진홍빛 진달래로 온 산을 덮을 잔가지에 지금은 하얀 눈꽃으로 꽃을 피우고 있다.
드뎌 해발 1500m 고지까지 올라왔다. 산행초짜가 해발 1500m고지까지 올라왔으니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이 일을 널리 고하여 만백성의 자랑으로 삼게 하여야 하느니~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계단 난간에 내려앉은 눈송이가 바람의 방향으로 얼어붙어있다.
이날은 눈송이가 아닌 우박이 내리부어 더 힘들었다. 거센 바람에 휩쓸려온 우박 덩어리가 얼굴을 매몰차게 내리치는데
얼굴을 영 들 수가 없다. 게다가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한발짝 뗄라손 치면 휘몰아치는 바람에 휘청하고는 난간 밧줄에 내다꽂힌다.
산행초짜가 더 올라갔다가는 큰 봉변 당하겠다 싶어
결국, 병풍바위 근처에서 스틱을 접기로 하였다.
비록 바람도 거세고, 안개도 짙고, 우박 덩어리에 뽈대기가 남아나지는 않았으나
한라의 날씨가 늘 이러한 것도 아니고..
이런 날이 연중 손에 꼽힐 정도라는데, 이런 날씨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한라여신이 우리에게 준 특별 선물이라 생각한다
이런 풍경과 날씨를 보지 못하고 내려간 직원들에게 어떻게 자랑질을 할까 하는 궁리를 하며 하산을 하니
그 발걸음이 가볍기 그지 없다.
두고 두고 잊혀지지 않을 한라산 등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