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living/동네 맛집

<봉화>송이버섯돌솥밥이 먹고 싶어 찾아 찾아 가보았던 집 '용두식당'

노코미스 2013. 1. 16. 22:59

 

출발할 때부터 봉화가 끌렸던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송이버섯 돌솥밥이었다.

송이의 그 향긋한 맛을 잊을 수 없어서

 

 

몇 년전 그 겨울

모 호텔에서 시즌 요리로 먹었었던 송이버섯 덮밥은

가끔 모든 것이 울적할 때면

마치 옛 연인이 빈 가슴으로 찾아오듯

그렇게 한번씩 향내음으로 내 그리움을 건드린다.

 

송이버섯의 본고장이라는 곳에 가면

그 향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해는 생각에 봉화가 더 끌렸다.

 

그런 이유로 해서 오늘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다른 음식은 안된다. 반드시 송이버섯 돌솥밥을 먹고 가야한다.

그래서 청량사에서 내려와 일부러 20여킬로를 더 달려서

봉화의 송이요리 전문집 알려져 있는 '용두식당'을 찾아간다.

 

 

김기사가 가리키는대오 따라가다보니 그 동네에선 제법 큰 주차장을 갖춘 용두식당이 나타난다.

 

 

 

주차장쪽으로 면한 좁은 출입문을 열고 딱 들어서니

바로 입구 벽면에 눈에 익은 이름을 적은 싸인판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방송인들이 많이 다녀간 모양이다.

1박 2일팀의 이름과 나영석 pd의 이름도 보이고..

 

음, 유명하긴 한가보구나~

일단 맛에 대한 공신력은 보장되는 구나..하고는 들어갔는데

 

 

 

들어서니 왼편으로는 팀단위의 손님을 받는 구분된 방이 있고, 오른편에는 오픈된 마루형태의 식당이 마련되어 있다.

 

자리에 앉자마자 무얼먹을건지 빨리 주문을 하란다.

 

그런데 송이버섯 돌솥밥이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15,000원, 다른 하나는 20,000원

무슨 차이가 있느냐니까 버섯량의 차이란다.

 

15,000원짜리에 버섯을 얼마나 적게 넣어주길래 돈을 더 받고

더 넣어주는 메뉴를 만들었을까 싶어서

기왕이면 버섯이 넉넉하게 들어간 '특'으로 해달라고 주문을 하였다.

 

 

 

주문을 하자마자 바로 도토리묵 3조각이 나온다.

 

산골이라 묵도 핸드메이드로 직접 만들었을까하는 기대감으로 한 젓가락 집어보지만

우리엄마가 만든 묵보다 못하다. 그렇다고 아주 나쁜 건 아니지만..

그냥 일반 대중음식점용 묵이다. 그러나 장은 깔끔하다

 

 

 

 

묵으로 어느정도 허기를 채우고 있으니 밑반찬들이 한 상 나온다.

 

 

좌청룡 우백호가 아닌

좌측과 우측으로 나누어 각각 6가지 산나물과 부침, 젓갈과 양념장 등을 배치한다.

 

 

 

15분정도 지난 듯 하니 따끈따끈한 된장국과 돌솥밥이 등장한다.

비워놓은 중간자리에 밥과 된장을 조심스럽게 배치한다.

우와~ 혼자서 이 많은 것을 다??

그래도 먹어야 한다. 모두 내것이니까~

 

 

 

비빔그릇 준비하고..

 

 

 

짜잔~

 

뚜껑을 열기전..

두근두근..이 놈이 날 어떤 모습으로 맞아줄까..?

어떤 향으로 맞아줄까?

 

 

 

 

뚜껑을 딱 살그머니 열어봅니다

우와~!!!

 

 

일단 비주얼이 넉넉합니다. 이만원이 아깝지 않을 량입니다.

 

그러나...

 

 송이는  비주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향이 중요하죠~

 

바로 코를 갖다댑니다.

사실은 코를 갖다댈 필요도 없죠,

이것이 진짜 송이라면 뚜껑을 여는 순간 송이향이 이 식당안을

가득매워야 하는데..

 

근데..

 

송이의 량은 거의 한 솥 수준인데

문제는 향이...

 

 

없다.

 

 

 

오늘 추위에 너무 떨어서 내 코가 둔감해져서 향을 맡지 못하나 싶어

코를 돌솥에 처박고 숨을 들이쉬어보지만

여전히..;;

 

 

실망이 많이 됩니다만

최근에 제가 하도 사람들로부터 음식에 까탈스럽다는 말들을 많이 들은지라

올해부터는 음식까탈안부리기로 나혼자 약속한 바 있으므로

저 나름 혼자서 좋은 쪽으로 생각을 가다듬어 봅니다.

 

음~, 그럴수도 있으려니..

그래도 양이 많잖아~

 

스스로를 위로한다고 혼자서 애씁니다.

 

 

 

 

 

아뭏든 향은 없으나 검은콩과 밤을 넣은 영양밥 자체는 고슬고슬하니

참 먹음직 스럽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면서..

 

아뭏든 송이외의 다른 요소들은 모두 나쁘지 않다.

밥도 고슬하니 아주 잘 되었고..

 

그것으로 만족해야지 어떡해~

 

 

 

먹는 방법을 물으보니

먼저 송이를 소금장에 찍어먹고

나머지 밥은 함께 나온 나물을 넣고 비벼먹어도 되고 그냥 먹어도 된답니다.

 

그래서 송이를 소금장에 찍어서 향을 먼저 즐기고자 시도해 보았으나

하나 찍어먹어본 다음에 내린 결론은

그런 헛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참기름 장에 찍고 소금장에 찍어도

집나간 송이향은 다시 돌아올 기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식감이라도 즐기기 위해서 바로 비벼먹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먼저

 양념장으로 비비는 것이 좋을지

된장으로 비비는 것이 좋을지를 몰라서

각각의 장을 조금씩 들어넣어서 시식을 해 봅니다.

 

음~

아무래도 비빔은 양념장으로 비비는 것이 깔끔합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본격적으로 함께 나온 나물들을 다 들이부었습니다.

그리고는 양념장과 소금장을 모두 들이부어서는 살살 비벼주었습니다.

나름 좋습니다.  비주얼도 맛도..

 

 송이향에 대한 기대만 없다면 다른 것은 다 좋습니다.

 

 

 

썩어도 준치..이듯이

향이 없어도 송이라는 생각으로 고이 모셔서 입으로 챙겨넣어봅니다.

 

여전히 향은 없습니다마는

그 쫄깃한 식감하나만으로 그나마 내 입속에 송이가 들었다고 자위하면서 20,000원짜리 돌솥밥을 즐깁니다.

 

 

 

된장이나 나물등 다른 반찬들은 간도 슴슴하니 모두 좋습니다.

 

특히, 된장은 참 좋습니다. 짜지도 않고..

 

 

 

송이의 향에 대한 기대만 미련없이 버린다면

그래서 이것이 그냥 돌솥비빔밥이라 생각한다면

아주 괜찮습니다..만

 

향없는 돌솥 비빔밥을 20,000원에 먹기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럴꺼면 앞 테이블의 사람들처럼 아예 그냥 8,000원짜리 돌솥밥을 시킬 걸..

8,000원'짜리 돌솥밥도 밑반찬은 똑 같더만..

 

 

량은 혼자 먹기에 너무 많아서 먹다가 미리 반은 덜어서

포장을 해 달라고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다시한번 더 말하지만,

송이의 향에 대한 기대만 없다면 량도 많고 다른 반찬들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정말 제대로 된 송이버섯 돌솥밥을 원한다면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군요~

 

 

 

 

나오면서 다시한번 사인판을 봅니다.

이 사람들은 정말 맛있어서 이렇게 사인을 했을까~???

 

돌아오면서 생각해봅니다. 내가 이것 먹을려고 이곳까지 왔던가..?

그럴 가치가 있었던가..?

 

아뭏든,

 일부러 찾아갈것까지야 없는 집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 주인장과 잘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서

향이 좋은 송이를 약속받고 간다면 모르지만 말입니다.

 

 

근데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왜 요즘 송이는 향이 없을까요?

혹시 양식을 하나요 아니면 송이가 크질 않고 작은 놈을 사용해서 그런가요?

누구 아는 분 답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