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라 /영남 기행

동백꽃이 레드카펫처럼 아름답게 깔린 거제 내도를 아시나요?

노코미스 2013. 3. 25. 08:40

2013. 3. 23.  일요일    날씨: 오전은 따뜻한 햇살

 

 

 

내가 내도를 간 이유는 순전히 동백꽃 때문이다.

 

제법 오래전에 송창식이 부른 노래 중에 '선운사'라는 노래가 있었다.

 

『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바람불어 설운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꽃 말이에요』

 

이 가사가 너무 슬퍼서 그 때부터 동백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근데, 정작 눈물처럼 떨어지는 동백꽃을 그 시기에 딱 맞추어 보기는 쉽지 않았다.

 

지심도를 거쳐서, 여수 오동도를 거쳐서, 고창 선운사까지 훓어보았지만..

일하는 사람이 주말을 이용하여 간신히 시간을 내는 움직임으로 그 시기를 정확히 맞추기란 어렵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대로 맞추었다.

개화상태도 좋았을뿐 아니라 떨구어진 낙화조차도 채 마르기전이라

위로봐도 동백이요 아래로 봐도 동백이다.

 

 

내가 내도를 알게 된 것은 지난 정월초하루 가족모임에서 새해맞이 트레킹을 하게 되면서였다.

 

당시 겨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숲은 늘푸른 상록수로 뒤덮여 있었고, 온대성 기후로 인하여 섬은 포근하였다.  

그리고 트래킹 코스를 감싸고 있는 주변의 나무들은 거의 동백나무들이었다. 봄이 되면 아름다우리라 짐작했었다. 

그 때 생각했었다. 동백이 개화하는 봄이되면 꼭 한번 더 오리라~

 

당시는 참 쓸쓸했었다. 우리가족 외에 4~5사람 정도 더 있었던 거 같았다.

그런데 오늘은 주말이라 그런지 아님 많이 알려진 것인지 선착장에 도선이 닿을 때마다 알록달록 등산복 차림의 관광객들이 줄줄이 뱉어 낸다.

 

 

 

내도는 거제시 일운면 외현리에서 남쪽으로 300m 해상에 위치한 0.256Km2넓이의 면적에, 해안선 길이 3.24Km의 작은 섬이다.

구조라 선착장에서 도선으로 약 10분거리에 있으며, 해발 131m의 높이를 가진 가족단위로 트레킹하기도 좋은 아주 만만하고 착한 섬이다.

 

장승포나 일운면에서 보면 바깥섬(외도)보다 가까이에 있다고 해서 안섬(내도)라 불리우며,.

1872년에 제작된 거제시 세진도에는 '내조라도'라 표기되어 있다한다. 이 외에도 과거에는 거북이 떠 있는 모양이라 해서 거북이섬,

모자를 벗어놓은 것 같다해서 모자섬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외도를 남자섬으로 보고 내도를 여자섬으로 보는 전설도 있다.

 

 

 

여기가 출발점이다.

 

거제시에 소속된 문화 해설사의 설명에 의하면

내도가 관광지로 개발되고 개방된 지는 얼마되지 않지만 사실은 이 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신석기 시대부터라고 한다

선착장 근처에 개발되고 있는 펜션 자리에서 신석기 패총이 발견되기도 하고, 주변에는 곳곳에 향토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지석묘등도 발견된다고 한다.

 

 

옛날부터 남해의 온대성 기후가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이어서 그렇지 않을까 짐작해볼 수 있으며,

그런 이유로 해서 생태계역시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등 다앙한 온대성 활엽상록수림이 우거져서 원시림 형태로 보존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동백이 아름다운 곳이 여러 곳 있지만, 그 중 거제를 대표하는 동백군락지로 지심도가 있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내도'라는 섬이 외부에 알려지게 시작하면서 동백군락지 지심도의 명성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토욜저녁에 티비를 보면서 일요일에 뭘하지? 집에서 쉴까 아니면 꽃구경을 갈까?

집에서 쉬면 처지기만 할 것이고 움직여보자. 그러면  매화를 볼까 동백을 볼까?

고민하다가 동백을 보기로 결정했다. 동백을 보러 지심도를 갈까 다른 더 좋은 곳이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지난 겨울 가족들과 들렀었던 내도가 생각났다.

 

그렇게 어떨결에 결정하게 된 내도였지만

동백은 만개했고,

선택은 탁월했다.

 

비록 어제 그제 약간 추운 날씨로 만개한 꽃잎이 상처를 더러 입기는 했으나 상처없는 존재가 어디있으랴~

 

 

 

가느다른 가지위에 위태로이 붙어있던 동백꽃은 바람이 불때마다 '후두둑' 소리를 내며 내 발밑에 뚝뚝 떨어져 내린다.

한 존재가 이 세상에 왔다가 사라지는데 그 정도 존재감은 드러내어야 한다.

 

그렇게 봉오리째 떨어져 내린 붉은 꽃잎은 땅바닥위에서 다시한번 꽃을 피운다.

 

 

 

 

이 코스가 내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품코스 중 하나이다.

 

한편은 대나무, 한편은 동백나무로 만들어지는 터널숲길..

 

드문드문 대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짙게 떨어져 누운 붉은 낙화가 참 아름답게 어울어지는 길이다.

 

 

 

내도에는 다양한 수종들이 있지만 해안쪽으로는 특히 동백이 많다.

동백은 12월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해서 4월까지 피고 지긴 하지만 가장 아름답게 만개되는 시기는 이 때쯤인듯하다.

 

흔히, 우리는 동백을 겨울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가장추운 한겨울 1월 무렵에는 아예 꽃을 피우지 않는단다.

그것은 꽃이 얼면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자연의 생존 법칙 때문이다.

 

 

 

숲속으로 들어가니 지지배배 아름다운 새소리가 요란스럽다. 아마도 동박새이리라~

 

다른 꽃들은 대개 벌과 나비가 이꽃저꽃 옮겨다니며 수정을 돕지만, 동백꽃은 특이하게도 동박새의 도움으로 꽃가루 수정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동백이 만개할때쯤이면 동백군락지에는 동박새 소리로 시끄럽다.

 

 

 떨어져 누운 꽃잎을 보며 송창식은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거에요」라고 노래했다.

 

내가 꽃잎 주변에서 떠나지 못하고 서성거리는 건 그들의 모습이 내 맘처럼 슬퍼서 그런 것이라기 보다는

그들의 처연함이 너무 아름다워서이다~

 

 

 

서서히 외도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걱정이 앞선다.

 

이 조그만 섬이 과연 많은 사람들의 등살을 얼마나 견뎌낼 수 있을런지..

오늘도 벌써 우려되는 일들을 많이 보았다.

 

전망대를 마치 자신들이 전세낸 모양 떡하니 도시락전을 펴고 주위에 음식냄새를 풍겨가며 독차지하고 있는 산악회 단체들의 몰양식한 행동들..

술냄새에 오고가는 고성들까지.. 그건 좀 곤란하지 않을까요~

 

 

 

이 아름다운 섬이 영원히 오염되지 않은 우리들의 아름다운 힐링코스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걸으면서 속으로 이섬 저섬 비교해본다.

 

 

 

건너편에 있는 인공정원 외도와 비교해 볼 때, 내도는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관리만 잘 한다면 자연이 주는 힐링 효과를 100% 누릴 수 있는 정말 보석같은 섬이다.

 

 

 

그리고 지심도와 비교해 볼 때, 지심도는 동백나무가 너무 크고 숲이 짙어서 다소 남성적인 느낌이 강한 섬이라치면

내도의 동백나무들은 좀 더 부드럽고 여려서 전체적으로 밝고 여성적인 느낌을 많이 풍긴다.

 

 

나무들은 지나치게 무겁지도 거대하지도 않고

나무와 나무 사이로 그리고 꽃봉오리 사이사이로 물빛 바다가 언뜻언뜻 비치고

길은 푹신한 흙길로 이어져 있어서 걸음걸음이 편안하다.

 

 

 

소월은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길에 뿌리겠다 하였던가..

 

혹시 이 계절

누군가를 보내야 하는 동백이 그 누군가를 떠나보내기 위하여 이렇게 레드 카펫을 깔아놓은 것은 아니겠지?  

 

 

 

우리는 그가 역겨워서가 아니라 그를 너무나 사모하사..

 

한 걸음 떼고 한 걸음 멈추고..

한 걸음 멈추고 한 샷 누르고~ㅎ

 

 

 

그 어떤 누군들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선착장과 가장 대척지점에 있는 '신선대 전망대'까지 가기 위해서는 아직도 왔던 만큼 가야하건만

동백에 넋을 잃은 세 여인은 도대체 내딛는 발걸음에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연인길 삼거리에서 희망 전망대까지 흐르는 길의 동백은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해안절벽으로 이어져 있는 언덕받이의 동백은 키는 크지 않으나 그 수령은 더 오래되어 보이고 꽃잎은 더 튼실하고 아름답다.

 

 

 

 

마지막 코스의 감동은 유구무언이다. 아~ 감탄사만 연발할 뿐이다.

 

 

 

만약 동백꽃을 좋아하신다면 이번주가 가기전에 내도를 한 번 들러보시기를 권해드려요. 그리고..

만약 동백꽃의 아름다움을 잘 모르는 분들이 있다면 그 역시 지금 내도를 한 번 가보심은 어떠실지요. 장담하건데 아마도 반드시 동백꽃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며 앞으로는 여러분도 동백꽃을 사모하게 될 것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