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라 /강원 기행

무릉도원으로 들어가는 관문, 태백 구문소

노코미스 2013. 8. 24. 18:47

 

 

2013. 8. 15일 오후 날씨: 여전히 더움

 

오전 축서사와 각화사를 들런 다음 오후에는 36번 국도를 타고 시원한 백천계곡을 끼면서 태백으로 넘어옵니다.

봉화에서 석포 백천계곡까지 이르는 36번국도는 국토교통부에서 아름다운 자동차길인가로 선정했던 길중 한 곳이기도 합니다.

 

불과 몇년전만 하더라도 교통편이 어려워 접근이 어려웠을 산간지역임에도 지금은 도로가 얼마나 잘 닦여있는지

산길이 시원하게 뚫렸씁니다.

 

 

석포를 지나 조금 더 달리니 입구에 '하늘이 내린 살아숨쉬는 땅 태백'에 오신것을 환영한다는 인사말이 걸려 있군요.

 

 

 

그 아래쪽으로 넓다른 황지천이 흐르고..

물이 좀 부족합니다.

 

 

 

몇 분 더 달리니 작은 철로변에 작은 간이역 동점역 역사가 보이더니 잠시후 삼거리에 석굴 비슷한 터널이 보입니다.

오른쪽으로 가면 철암이고 석굴을 지나면 태백 방향입니다.

현재 태백방향으로 들어와 구문소 자연학습장쪽에서 바라본 구문소 삼거리 모습입니다.

 

이 곳 지명을 사람들은 옛부터 '구문소'라 했다합니다.

사실, 나에게 있어 구문소는 생소한 장소였지만

전날 같은 펜션에 머물렀을 때, 태백이 고향이라고 하는 옆방 아저씨가 태백에 가면

반드시 이 구문소를 들러라 특별조언을 해주셔서 급관심을 갖게 된 곳입니다.

 

이 석굴은 오래전부터 자연적으로 생긴 굴이고 이 아래로 사람과 차들이 왕래를 하고 있으며

그 아래쪽으로는 다음과 같은 소(沼)가 있습디다.

 

 

 

이 구문소의 가치는 그 지질학적 의미에 있는 거 같습니다.

 

이 지역은 약 4억 9천만 내지 4억 4천만년 전에 퇴적된 하부고생대 오르도비스기 퇴적암청지역이고,

구문소는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하천의 침식작용에 의해 구멍이 뚫어져서 자연스러이 생긴  연못이군요.

 

옛부터 <세종실록>지리지 등에 뚫린 강이라는 의미의 천천(穿川)으로 표기되어 왔으며,

이 지명과 관련된 몇가지 전설들도 함께 전해져 내려왔답니다.

 

 

 

주변에는 '태백시 자연사 박물관'과 '구문소 학습전시관' 및 '구문소 자연학습장'이 조성되어 있어서

태백이라는 땅덩어리의 탄생비밀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군요

 

 

 

그 중에서 '구문소'는

우리나라 고생대 환경을 잘 보존하고 있는 대표적인 장소로서 문화재청으로부터

천연기념물 제 417호로 지정되어 있답니다.

 

 

 

자연학습장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한쪽발로 여의주를 꽉 움켜쥔 흑룡한마리가 구문소를 향하고 있습니다.

 

기단쪽에 관련된 전설이 있어 읽어보니

 

"옛날 구문소가 생기기 전에 석벽을 사이에 두고 황지천과 철암천에 각각 큰 연못이 하나씩 있었는데

황지천(황지는 태백의 옛이름이다)에는 백룡이, 철암천에는 청룡이 살고 있었다.

 

이 둘은 늘 석벽꼭대기에 올라가 낙동강의 지배권을 놓고 서로 싸웠으나 서로 승부가 나지 않자

하루는 백룡이 꾀를 내어 석벽을 뚫어 청룡을 제압하여 오랜 싸움을 끝내고 승천을 하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구멍(구문)소가 생겨나게 되었다"

라고 적혀 있습니다.

 

 

 

전설을 읽고 조각상을 한번 더 살펴봅니다.

자신의 영역과 주도권을 지키기 위하여 크르릉 대던 전설속의 백룡의 위상이 보이질 않습니다.

 

어차피 전설이란 스토리를 파는건데

그럴거라면 좀 더 과감하게 드러내는 작업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설속에는 황지땅의 자부심이 가득한데

그 자부심을 드러내는 용의 크기는 생각보다 너무 작고

풀섶에 가려져서 일부러 찾지 않으면 보이질 않을만큼 그 존재가 겸손하군요

 

 게다가, 황지의 수호신은 백룡이라 하더니 이 룡은 백룡이라기보다는 흑룡에 가깝고..

태백시의 지역개발전략이 다소 실망스럽습니다.

 

 

 

황지천에서 바라보는 구문소입니다.

이 석벽을 사이에 두고 지배권을 다투었었는데 이쪽 백룡이 저 구멍을 내어서 급습을 해서 이긴모양입니다.

 

 

 

구문소의 또 다른 전설로는 이런 전설도 있습니다

 

"구문소는 낙동강 상류 황지천이 머물다 가는 곳이다.

 

옛날 구문소 옆에 엄종한 이라는 사람이 노부모를 모시고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어느날 구문소에 고기를 잡으러 간 그는 실족하여 물에 빠졌는데 그 곳이 바로 용궁이었다.

용궁의 닭인 물고기를 잡은 죄로 용궁군사들에게 끌려갔으나

3일동안 잘못을 비니 용왕이 노여움을 풀며 주연까지 베풀어 주었다.

 

그때 융숭한 대접을 받던 엄씨는 집에 있는 노부모님과 자식들이 생각나서 떡 한조각을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주연이 끝나자 용왕님이 흰 강아지 한마리를 주며 강아지를 따라가면 인간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 하였다.

강아지를 따라 물밖으로 나오니 강아지는 죽어버렸고,

죽었던 사람이 살아돌아오니 집안에는 웃음꽃이 피어났다.

 

엄씨가 용궁에서 가져온 떡이 생각나 꺼내어보니 떡은 단단한 차돌로 바뀌어 있고,

그 돌을 무심코 쌀독에 넣어두었는데 다음날 아침 아내가 쌀독을 열어보니 쌀이 가득차 있어

이상히 여겨 몇바가지 퍼내보았으나 쌀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이후 용궁석으로 인하여 쌀독은 아무리 퍼내어도 쌀이 줄지않는 화수분이 되어 엄씨는 큰 부자가 되었다"

 

 

 

 

 

지형적으로 봤을 때,

 구문소(求門沼)는 낙동강 상류 황지천의 강물이 이곳에 이르러 큰 산을 뚫고 지나가며 생긴 깊은 연못입니다

옛 사람들은 강물이 산을 뚫고 흐른다하여 '뚜루내'라고 부르기도 했답니다. 정감있군요~뚜루내

 

또한 구문소 석회동굴을 자개문이라 하기도 합니다.

동굴 안쪽 석벽에 뭐라 써 놓은 것을 보니 '오복동천 자개문'이라 쓰여져 있군요~

 

정감록 기록에서

"낙동강 최상류에 올라가면 더 이상 갈 수 없는 석문이 나오고 삼재가 들지 않는 이상향이 나타난다"라고 했으며,

석문은 자시에 열리고(자개문) 축시에 닫히는데 문이 열릴 때 그 속으로 들어가면

사시사철 꽃이피고 흉년이 없으며 병화도 없는 무릉도원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답니다.

 

오래전에는 자개문은 아마도 태백으로 들어가는 관문이었을 것이며,

그 장소를 매우 신성한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문을 통과한 태백은 무릉도원과 같은 이상향으로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접근하기 어려운 경남지역에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꿈에 그리던 그 이상향이 자꾸 붕괴되어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다시한번 구문소의 전설이 되살아나서

황지가

한국의 엘도라도, 파라다이스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고싶습니다. 다른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그런 획일적인 모습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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