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라 /강원 기행

먹을거 없는 잔치상, 구와우 해바라기 축제

노코미스 2013. 8. 28. 07:30

2013. 8월 15일   오후   날씨: 아직 뜨거움

 

태백의 일정은 지난밤 같은 펜션에 머물렀던 옆방 가장의 조언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 분 조언이 구문소에 이어서 추천한 곳이 '용연동굴'이었습니다.

 

용연동굴이 자연동굴인데 무척크고 내부에 들어가면 서늘한 기운을 느낄만큼 시원해서 좋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태백에서 들어와 통리 5일장 잠시 들렀다가 해지기 전에 용연동굴로 향합니다.

 

 

용연동굴은 추전역가는 쪽으로 향하다가 사거리에서 추전역과는 반대쪽 산등성이로 올라갑니다.

조금 올라가니 용연동굴 주차장과 매표소가 있습니다. 일단 여기서 주차하고는

동굴까지는 이 용연열차를 이용해서 올라가야 합니다.

 

 

주차료 따로, 동굴입장료 따로입니다.

 

 

 

시원한 산길로 한 10여분 올라가니 동굴이 있습디다.

거의 30분 단위로 열차에서 백여명의 관광객들을 풀어놓습니다.

 

 

용연동굴은 위치적으로 전국에서 가장 고지대에 위치한 동굴이라는데 의의가 있나보군요

위치는 태백시 화전동 산 47-69번지 금대봉 하부능선 해발 920m 지점에 있답니다.

 

 

용연동굴 주변은 하부고생대 오도비스기 동안에 퇴적된 막골층에 해당되고,

막골층의 지질학적 특성을 보여주고, 천연동굴중에서 가장 학술적 가치가 높은 동굴 생물들이 살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두는군요~

 

 

 

그렇지만 우리는 그런거 하나도 본 적도 없고..

샘플로도 본 적이 없습니다.

컴컴한 동굴안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길잃지 않으려고 앞사람 등어리만 보고 다녔습니다.

 

어떤 지질학적 특성이 있는지 어떤 동굴 생물들이 있는지 관찰하고 탐색할 틈이 없었습니다.

태백시는 본인들만 아는 지식으로 만들지 말고 공유하는 정보로 활용했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동굴 입구에 공간을 조금만 확보하여 작은 전시실이라도 만들어

지질학적 특성, 동굴생물들의 샘플을 제시하여 보여준다면 이 먼 태백까지 놀러와준 여행자들에게는 의미있는 발걸음이 되지 않겠어요~

 

아뭏든 동굴 속에 있는 동안은 한 순간 지옥같은 더위는 잊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며 다음일정은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보고자 결정합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집에서 검색할 때, 눈에 들어왔떤 곳입니다.

구와우 마을 해바라기 축제를 한다구요~

그래서 그곳으로 움직여봅니다.

 

 

 

 

입구에서 입장료 5,000원을 지불하고는 들어옵니다.

주차장옆에 까페가 있습니다.

시에서 하는 행사가 아니고 '구와우 마을 영농조합법인'이 주관하는 사업이군요~

 

그래서 그런지 행사는 다소 덜 체계적이고

수입에 약간 눈이 멀어 있는 거 같습니다. 

 

만약 꽃을 너무 좋아하여 일부러 해바라기 축제를 목표로 이곳까지 찾아왔다면

정말 그 실망스러움 때문에 분통이 터질수도 있었을겝니다.

 

 

 

왜 그런 말을 하는고 하면

해바라기 밭에 해바라기는 많으나 이미 많은 해바라기들이 시들어서 꽃이 거의 보이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옛날에 어린시절에 보았던 소피아로렌 주연의 '해바라기'라는 헐리웃 영화가 있었습니다.

그 때, 그녀가 종전후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찾아 찾아갔던 러시아 어느 시골마을의 해바라기밭-모두 아시겠지만 정말 인상적이었죠- 까지는 아닐지라도

그 유사한 느낌을 상상하고 갔었는데..

하늘도 그 하늘이 아니요, 해바라기도 그 해바라기가 아니더이다. 

 

한 마디로 해바라기가 거의 시덜어버린 시점이라

내가 과연 꽃을 보러온건지 아니면 해바라기 밭을 보러온건지 의심스러웠어요

 

 

 

개별체로 싱싱한 꽃 몇송이 찾아 찍을 수 밖에 없었어요

개별체로는 아직 싱싱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녀석들이 더러 있었구요

 

 

 

살짝 고개숙여가는 녀석들도 나름 분위기 있었어요

생명체의 자연스런 변천 과정인거죠~

 

 

산기슭 안쪽으로 올라가니 언덕쪽에는 기온이 서늘해서 그런지 꽃들이 아래쪽보다는 싱싱한 모습을 좀 더 많이 보여주는군요~

그러나, 그 개체수가 많지 않아 푸짐하게 봤다는 여운같은 것이 남질 않습니다.

 

 

그나마 이곳 때문에 해바라기 축제장에 대한 실망스러움을 다소 상쇄시킬수 있었더랬습니다.

해발기밭을 끼고 오른쪽 계곡으로 쭉 올라가다가 다시 오른쪽 숲속으로 난 오솔길이 있어요

그 오솔길로 들어서면 언덕받이에 요렇게 다양한 종의 야생화들을

흩뿌리듯이 뿌려놓은 작은 면적의 꽃밭이 있는데..

 

이곳은 아직 꽃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면서

각자 다른 모습으로 통합의 미를 맘껏 뽐내고 있더군요~

 

 

 

해바라기밭에서 풀지못한 해바라기에 대한 갈증을 이곳에서 해소하고..

코스모스, 백일홍 등으로 나머지 부족한 갈증을 대신 해소했습니다.

 

 

 

 

 

여뀌와 코스모스가 정말 잘 어울리지 않나요

마치 훌륭한 플로리스트가 잘 어울리는 재료들을 조합해서 꾸며놓은 것처럼 말예요~

 

 

 

 

다른색, 다른 모양, 다른 생명과의 공존이 훨씬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광경이랄까요~

 

 

 

 

 

요즘 지방마다 축제들을 많이 개최하고 있고

특히 그런 중에서 한 종의 꽃만을 재배해서 집합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자 하는 꽃 축제들이 많습니다.

 

초창기에는 단일종의 집합체가 갖는 아름다움에 빠져들기도 했지만

어쩌면 단일종에 대한 가치 추구는 또 하나의 사회적 폭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 작은 동산에서 문득 해 보았습니다

 

 

그 폭력은 생명체 자신에 대한 폭력이기도 하고

그들을 감상하는 인간의 취미개념에 대한 폭력이기도 하고..

 

 

이 작은 동산에서 잡종의 미학에 이끌려 잠시 순종의 미학에 반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여하튼, 구와우 해바라기 축제는

확실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소문난 축제에 먹을 것이 너무 없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