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가 주인공인 영화 세 편: 파리를 간다면 어떤 파리를 가고 싶은지~
한동안은 일본 영화의 담백함과 솔직함이 좋아서 간혹간혹 찾아보기도 했는데
어느정도 보고나니 그 담백함이 언젠가부터 심심함으로 느껴지면서 거의 손을 끊었다.
오늘 문득 새로운 제목이 눈에 들어와서 오랜만에 일본영화를 선택해본다.
일본영화이지만
배경은 파리.
특별히 파리를 가야할 이유도 없이
단지 여동생의 징크스를 보호해주는 부적 오빠로서 여동생에게 끌려왔다가
필요가 없으지자 세느강변에 버려진 오빠 센(무카이 오사무 분).
그 곳에서 구두를 매개로 한 가벼운 만남으로 출발하여
특별한 만남과 특별한 관계가 만들어지고..
플롯은 빤하지만
플롯을 풀어가는 방법은 역시 일본스럽다.
일본스럽다는 말은 약간은 엉뚱하거나 사소하지만 기발한 부분이 있다는 의미이다.
그 먼 이국땅까지 가서 오빠를 길거리에다 헌신짝 버리듯이 버리고 가는 여동생의 캐릭터라든지
또는
일본인 특유의 친절함 때문에
남의 어려운 처지를 못본척할 수는 없고
전화로 끝까지 목적지 가이딩을 해주는 설정이라든지 등등
이런 친절과 더불어 어려운 호텔 이름과 찢어진 여권 등 꼬이는 상황들은
좋은 인연을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구성요소들이다.
스토리는 빤한 것 같지만
그래도 짠~한 연민 하나정도는 남겨주는 미덕을 가지고 있는 영화이다.
게다가 주인공들도 훈남 훈녀이다.
더 좋은 것은 음악이다.
음악이 압권이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따뜻한 이별을 받혀주는 피아노 연주곡은
특별할 것도 없는 영상과 장면을 아주 긴 여운으로 이끌어준다.
음악감독이 루이치 사카모토이다.
마지막으로 음악만큼 좋은 것은 영상이다.
근래에 여행지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 영화들은 배경을 중요하게 다룬다.
특히, 여행자의 시선에서 파리를 보는 대표적인 영화가 우디알렌의 '미드나잇 인 파리'와
리차드 링클레이트의 '비포 선셋'이 있다.
'미드나잇 인 파리'가 파리에 처음 온 사람들이 보고 싶은 화려하고 다니내믹한 파리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비포 선셋'은 파리를 배경으로 흘러가는 스토리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파리는 그냥 흘러갈 뿐이다.
반면에 '새 구두를 사야 해'에서 보여지는 파리는 좀 다르다.
아무래도 여성 감독의 감성 때문인지 파리는 매우 부드럽고 편안할뿐만 아니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서정이 있다.
내가 카메라 작업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어떻게 하면 그런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뭏든 느낌이 매우 부드럽고 달콤하다.
혹 포페리니가 이런 맛일까~
특히,
마지막 이별장면에서 포옹하는 두 사람을 감싸안아주는 부드러운 아침햇살은
마치 그 도시에 사는 모든 외로운 사람들을 따뜻이 보듬어 줄 듯한 그런 도시로 보이게 한다.
그래서 문득 세 개 영화를 비교하면서 생각을 해 본다.
내가 만약 다시 파리를 간다면 난, 어떤 파리로 가고 싶을까~
미드나잇 인 파리?
비포 선셋의 파리?
아니~
이제는 '키타가와 에리코'의 파리를 가고 싶다.
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비치고 조용한 피아노 소나타가 흐르는 그런 파리..
가슴에 상처하나 정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외로움 조차도 부드럽게 안아줄 것만 같은 그런 파리로 가고 싶다.
그리고 퐁네프 다리 아래에서 영원한 사랑을 소원하고 싶다..(쫌 오글거리지만 그냥 글이니까..)
그러나
그 소원은 연인과 함께라야 한다하니..
이미 난 열외 ㅠㅠ
아뭏든
오랜만에 보는 일본영화의 감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