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나라 /16-02 이즈반도

와사비촌에서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요~

노코미스 2016. 3. 5. 21:09

 

 2016. 2월 29일 월요일 점심시간, 비 오락가락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내 눈앞을 가로막는..

 

분명히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타국인데

왠지 익숙한 얼굴 하나

하하하..

 


 

고독한 미식가의 이노가시라 고로상 아니 실제로는 마츠시게 유타카~



세상에나

그를 여기서 만나다니 호호호..

 

내가 먹는것에는 크게 목숨거는 스타일은 아닌데

특별히 이번 이즈 여행에서 반드시 먹고갈 것이라고 계획한 것 중 하나가 '와사비동'이었습니다.

 

그런 리스트를 갖게 된 배경이 된 드라마가

일본의 대표 먹방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입니다.

 

어느 시즌에선가 이즈로 상담을 갔던 고로상이 한 여름에 이마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생와사비를 직접 갈아서 음식에 넣어서 먹는 모습을 보고는 너무나 특별하여 과연 저것이 어떤 맛일까싶기도 하고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뭔가 참 특별한 맛일것이란 생각에

언젠가는 저 곳에 가서 저 음식을 한번 먹어보리라 작정을 했었더랬지요.


그래서 이번 이즈 여행계획에서 가장먼저 챙긴것이 와사비촌에 가서 와사비쿠진을 먹어보는 것.

그랬다하더라도 설마 고로상이 들렀던 바로 그 집에서 먹는 것 까지는 생각지 못했었겠지요.

왜냐하면 그 가게에 대한 정보를 챙길 수가 없었으므로..

 




그런데 들어간다고 간 집이 바로

내가 좋아해마지않는 고로상 아니 마츠시게 유타카가 촬영했던 그 집이라니 후하하하..


아무래도 이번 여행에는 행운의 여신이 날 따라다니며 돌봐주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 참.

오전내내 나나타루 하이킹하면서 칠복신에게 열심히 빌었더니 그것에 대한 감응인가 싶기도 하고..


아뭏든 우연치고는 참으로 아름다운 우연입니다.



 

처음에는 너무나 믿기지 않아서

서빙하는 분에게 "이집이 진짜로 고독한 미식가 이즈편 찍은 집이 맞냐?"라고 물었더니

 "맞다"고..


그러더니 위의 싸인과 인증샷등을 보여주십니다.


고로상을 연기하는 표정으로도 짐작했지만

가면을 벗은 마츠시게 유타카 본인의 원래 얼굴은 항상 양복을 챙겨입는 딱딱한 고로상보다

훨씬 자유롭고 부드러워 보입니다.

게다가 그가 직접 그린 싸인판의 글과 그림들을 보면

자상하면서도 유머러스한 그의 캐릭터가 드러나는 듯 합니다.

가끔 고로상 연기할 때보면 개구진 표정이나 행동이 드러날 때가 있거든요.

연기자는 수많은 자신의 자아 중에 하나를 연기하는 것이라 볼 때, 그런 모습들도 분명 배우 자신의 일부이겠지요~

 

아뭏든 그림속의 자화상 표정도 구엽고..

등뒤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친절하게 '雨'라고 설명까지 붙여주고..

 

글씨체도 가히 예술가적입니다.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 그는 어떤 사람일까 좀 궁금했었는데

사진일망정 공유되는 공간에서 이렇게 만나니

실제로 그를 만난만큼이나 반갑고 기분이 좋습니다.



 

내가 이렇게 좋아하니

'이 자리가 촬영할 때 그가 앉았던 자리'라면서 그 자리로 안내해 주십니다.

마치 그가 방금 촬영을 마치고 일어난 자리처럼

이상하게 온기마저 남아있는 듯한 착각을 하며 나는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앉습니다.

 

그리고는 당연히 그가 드라마에서 먹었던 메뉴를 주문합니다. 



잠시후,

고로상도 받자마자 난감해했던 미니 강판 하나, 작은 접시하나 그리고 생와사비 한뿌리가 제 앞에 대령됩니다. 

 

우짜라고? 하면 안됩니다.

 

이 곳에서는 음식이 준비될때까지 손님이 마냥 손놓고 기다리면 안됩니다. 손님도 뭔가 주체적인 활동을 하여야 합니다. 

이장면에서, 하얀 와이셔츠 소매자락을 걷어올린채로

땀을 뻘뻘흘리면서 생와사비를 갈던 고로상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저 역시, 와사비 꽁지에 붙어있는 몇가닥 남아있지 않은 저 줄기조차 하나씩 떼어낸 후

꽁지끝까지 열심히 갈아줍니다. 


요렇게..



그렇게 손님이 와사비를 갈고 있는 동안

주방안에서는 아주머니들이 열심히 나머지 음식을 준비합니다.

 


그리고는,  

몇가지 재료와 가쯔오부시 폴폴 날리는 하얀 돈부리와 피클 몇조각 담긴 작은 사이드 접시하나를 얹은 소박한 상차림이 2차로 대령됩니다. 

그러면 그동안 갈아놓았던 생와사비를 돈부리 위에 그대로 모두 훓어내려서는 고추장 비빔밥처럼 젓가락으로 살랑살랑 섞어줍니다.


그런다음..

당연히 맛을 보아야지요~


언제까지 맛만보고 있을 수는 없고

한술먹고 두술먹고..


꿀떡 꿀떡 꿀떡..


몇 숟갈 뜨고나니 남은 것은..


 

요렇게~(부끄)


 

조금전에 사이드로 나왔던 와사비 밑반찬들이 너무 맛있어서 하나 사갔으면 했는데

나오는 입구에 이렇게 와사비 피클을 만들어서 팔고 있습니다.


하나 집어듭니다.



 

내가 궁금한 거 몇가지 물으니

주방아주머니께서 사장님에게로 날 인계해버렸습니다.


이분이 사장님입니다. 이름은 '가토야'사마입니다.


내가 고독한 미식가를 즐겨보고 있고

그 드라마에 나왔던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어서 너무나 영광스럽고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더니

그 드라마에 나온 지역과 음식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느냐고 묻습니다.


너무나 많은 음식들이 등장하기때문에 일일이 기억할 수가 없지만

그 중에서 유독 이즈지역과 이즈편에서 나온 생와사비동이 나는 가장 특별하게 느껴졌고

가장 기억에 남아있다고 말했더니 그도 매우 흐뭇해합니다.


드라마에서는

생와사비의 전래유래와 효능등에 대한 스크랩자료를 들고 다니면서

식사중인 손님들에게 들이대며 와사비 효능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해주는 

약간은 주책스러운 홍보대사 영감님같은 캐릭터로 그려졌었으나

실제 가토야상은 소박하고 점잖게 생기셨습니다.


자국도 아닌 남의 나라에서 '고독한 미식가'를 보고

자기 집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그 분은 신기한 모양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그 드라마를 많이 보느냐고 묻습니다.

나는 그분이 다소 실망스러워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사실을 말해야 했으므로

'많이 보는 것은 아니다. 나같은 마니아들 정도만 본다'고 말했지만

그 분은 그것조차도 신기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봅니다.


이렇게 하여 칠복신의 가피로 예정에도 없었던 또하나의 추억을 만들고는 

루룰랄라 다음 예정지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