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나라 /16-02 이즈반도

하늘과 땅 사이에, 그리고 꽃비

노코미스 2016. 3. 7. 12:38


2016. 02. 29. 월요일 오후. 비는 여전히 오락가락


전날 카와즈에 도착했을 때

카와즈 날씨가 기대이상으로 화창해서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모릅니다


특히나,

내 스마트폰 날씨 앱에서 이즈지역에 비가 오는 것으로 예상되어 있어서 첫날부터 털빠진 강아지보듯이

꽃잎 다 떨어진 사쿠라만 보고 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약간의 근심도 없쟎아 있었던 상황에서

기대이상의 맑은 날씨를 보여주니 고맙지 않을 수가 없었으며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답니다.


그래서 첫날은 카와즈 자쿠라의 절정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고마웠을 터인데..


다음날 눈을 뜨니

이즈 땅에 실비가 내리고 있고 게스트하우스주변의 풍경은 하얀 운무로 뒤덮여 있어

산골마을의 또 다른 장관을 볼 수 있겠다는 또 하나의 기대가 생겼습니다.


사쿠라는 그 개화해 있는 기간은 짧지만

그 짧은 기간동안에 두번의 절정기를 갖습니다.


하나는 만개 했을 때,

또 하나는 꽃잎하나하나 분해되어 산화 낙화할 때..


나는 이번 여행에서

단 이틀 사이에 이 두번의 절정을 다 경험하는 행운을 얻게 됩니다.





말하자면 

아침에 비가 오길래,

 

비젖은 사쿠라를 볼까 아님

계획대로 나나타루 하이킹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운이 좋으면

비젖은 사쿠라는 오후라도 볼 수 있지만

 

나나타루 하이킹은 시간이 부족하면 실행을 못할 수도 있으므로

하이킹을 먼저하고

빗물젖은 사쿠라는 오후에 보자하고는 일정을 진행하였더랬습니다.





그래도 내심 걱정은 되었지요.

아침에 잠시 오는 비에 사쿠라 꽃잎만 초라해져 버리고 나는 청초한 꽃잎을 볼 수 있는 타이밍만 놓치고 그러면 어쩌지? 그런..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번 여행은 정말 여행의 신이 저를 따라다니며 제편을 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저의 계획이 너무나 순조롭게 진행될 뿐만 아니라 계획이상의 행운을 접하게 됩니다. 


비는 오전 오후 내내 오락가락하면서  

청초하고 우수어린 카와즈의 이미지를 계속 유지해주었답니다.





유가노에서 내려오자마자 제일먼저

'카와즈자쿠라 원목'을 보러갑니다.


카와즈 자쿠라는 60세 넘은 노년이지만

중장년의 풍요로움과 기품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나무입니다. 


전날 밝은 햇살 아래의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오늘 빗물 머금은 촉촉한 모습은 더욱 기품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점점이 누워있는 무수한 꽃잎카페트..


사실은 이 모습을 못 볼까 오전 내내 전전긍긍 했었다지요  =^ ^=


주변을 서성이며 원껏 즐기고 난 다음에야

옆에 붙어있는 설명서를 읽습니다. 남의 글을 모르지만 대충 짐작삼아서 해석해봅니다.


「'카와즈 자쿠라 원목'은 2016년 현재 수령 약 61년된 나무로서

1955년 2월 어느날 이 집주인(현, 작고)이 카와즈 천의 겨울 잡초속에서 봉오리를 발아하고 있는 1m 가량의 사쿠라 묘목을 발견하고는 자기집 정원인 현재 이 자리로 옮겨 심었다. 약 10년 후인 1966년부터 개화하기 시작했는데

1월 하순경부터 핀 담홍색 꽃은 약 1개월가량 계속 개화했다.


이토시의 주민인 모씨가 1968년경부터 이 사쿠라를 증식하고 보급하는데 공헌하였다. 카와즈자쿠라의 특징은 일찍핀다는 특징이 있는데 그렇게 된 것은 어떤 조생종 사쿠라계와 자연교배되어 그렇게 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리하여 1974년부터는 이 벚꽃을 '카와즈자쿠라'로 명명하게 되었고, 1975년부터 이 나무를 '카와즈자쿠라 원목'으로 지정하게 되었다."」




카메라가 허접해서 전달력이 약하지만

ㅅ실제로는 이 날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던지요~








어제에 이어 오늘 다시 카와즈천을 따라 사쿠라 하나미를 합니다.

어제와는 다른 풍경을 새로운 기분으로 만끽합니다.


어제 마을을 꽉꽉 메웠던 사람들은 모두 자기 집을 찾아 떠나버리고

오늘은 몇몇 외로운 여행자들만 남아서 서로를 알아봅니다. 


한바퀴 돌고 나니

이제 날도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발꼬락도 아프고

종아리도 뭉치고..


슬슬 따끈한 온천이 생각납니다.






미네(峰)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먼저, '미네 온천 대 분출탕'부터 보고 ..



정말 뭔가 온천향에 온듯한 느낌이 듭니다.


갑자기 저 뜨거운 수증기 속에 몸을 맡기고 싶다는 느낌이 간절해집니다.




얼마 거리 아닌 '오도리꼬 온천회관'으로 갑니다.


입관료 1,000엔


이 동네에서 숙박을 하는 경우,

숙소주인이 보증서를 써 주면 50% 할인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전날 저녁 저의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 이미 보증서를 써 주었어요

그래서 500엔에 입장.


수건은 본인것을 준비하든지 아니면 유료 대여도 가능하답니다.




온천회관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답니다.

그냥 따끈한 온천물에 몸 좀 녹힌다는 생각으로 들어왔던 게지요


헉,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거대한 통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사쿠라의 향연


마치 대형 사쿠라 블라인드라고 표현하면 이해가 되실라나~요


이 모습은 로비 바깥 테라스  펜스에 가로막힌 약간은 아쉬움이 있는 모습이랍니다.

역시 사진으로는 실제 느낌의 1/10도 전달하지 못한다는 점 인지하시고 상상하셔야 해요~




실내탕으로 들어가면서 한번 더 놀랍니다.


실내탕 한면을 완전 통유리로 설치하여 탕에 앉아서 바로 사쿠라 하나미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답니다

펜스가 사쿠라 나무 뒷편 도로변으로 쳐져 있어서 오히려 휴게실에서 보이는 경관보다 더~ 더 ~  

아름답습니다.


사진상 오른쪽으로 보이는 통창 건물이 실내탕이고

그 옆으로 삐죽 튀어나온 정자모양의 건물이 노천탕이랍니다.




바깥에서 보면 요런 모습이라지요~


실제로 보는 경치로는 실내탕이 우위로 보입니다.

그러나 느낌의 경치로는 노천탕이 좋습니다.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이른 봄 저녁무렵 한번씩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결이 너무나 시원할 뿐 만 아니라 

그 때 마다 주변의 사쿠라 나무들이 온 몸을 부르르 떨며 아름다운 꽃잎들을 마구 마구 떨어뜨려 줍니다.


그렇게 떨어진 꽃잎들을 후후 불어가며

찰박찰박 물놀이하는 기분은

선녀가 지상에 내려와서 물놀이하는 기분과 견주어봐도 될까요~?




제가 원래 대중탕이나 온천, 찜질방 등에 가면 힘이 딸려서 한시간 견디는 것이 쉽지 않은데

 날만큼은 거의 두시간을 혼자 노닥거리고 나왔다네요  그 분위기에 취해서~ㅎ


반쯤 취해서 밖으로 나오니

하늘과 땅 사이에 꽃비가 내려 와.  앉았습니다. yo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