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나라 /16-08 홋카이도

홋카이도 탐방, 스스끼 대로를 거닐다.

노코미스 2016. 8. 15. 13:53


2016. 8. 9(화)


사실은 떠나기 전날 날씨 검색을 했더니

내가 체제하는 날짜동안 홋카이도에 태풍이 도래할 수 있다는 기사를 보게 되어서

여행에 영향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갔었는데..


아닌게 아니라 신치토세 공항 세관을 빠져나와 공항청사를 나오자마자

바깥바람이 마치 태풍처럼 몰아치면서 나시티 밖으로 노출된 맨살을 휑하니 스치고 지나는데

너무 추워서 순간 무의식적으로 소름이 돋으면서 온 몸이 으스스 떨린다.


우와 태풍이 오든 말든 이 곳에 있는 동안 이정도 날씨만 유지해준다면

피서는 확실히 하고 가겠다는 생각에 이래저래 기분이 좋다.


호텔에 도착하니..

내가 여직껏 묵었던 호텔 중에 가장 넓은 공간을 가진 호텔이었다.

약 4성급 호텔인데 공간이 아뭏든 일본 호텔로 치자면 쓸데없는 공간 낭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만큼

컸다. 그것도 삿뽀로에서 가장 번화가라고 하는 스스끼 대로 한 가운데에서..

이곳이 땅이 많은 홋카이도라서 그런 것인가 생각하며 여러 가지로 만족스럽다.


체크인하고 나니 저녁 8시 30분정도가 되었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호텔 레스토랑도 문을 닫고 하니 여행사에서 자유식을 하라며

1,000엔을 페이백 해준다. 우왕~


홋카이도의 유명 음식으로는

홋카이도 미소 라멘, 3면이 바다인 지역적 특성을 살린 싱싱한 해산물을 이용한 스시, 대게

그리고 신기하게도 카레를 국물처럼 만든 국물카레가 유명하단다.


우리는..

우리란, 중년의 여자 두분이 친구끼리 온 팀과, 나와 또 다른 싱글녀 한명, 합해서 4명을 말한다.

그렇게 우리는 팀을 짜서 일단 대로로 나선다.



호텔을 나서자 마자 전체 분위기를 한번 쭈~욱 스캔해준다.

저 위에 가라오케도 있고 맞은 편 모퉁이에 마꾸도르나르도 도 있고, 아사히 맥주도 있고..


밤 9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스스끼 대로는 불야성이다.

일본의 다른 지역에 가면 9시가 넘으면 거리가 한산해지는데..

다른 곳과는 다소 다른 느낌이다.


우리가이드 왈: 삿뽀로는 잠들지 않는다.


오~ 한국사람 정서에 딱 맞는다.




라멘을 먹을까 스시를 먹을까 하고 걷는데 스시집이 먼저 보인다.


그래 간단하게 스시로 입가심하고

그리고 라멘도 먹자로 의견 통일.




'이랏셰이마세~!!'


몇가지가 뱅글뱅글 돌아가는데

회전판 위에 있는 스시는 그닥 땡기는 것이 없다.


이 외에 따로 셋트로 파는 것이 있다. 그걸로 선택.

흰살 생선 3점에 500엔, 생새우 2점에 360엔

5점 먹고 합이 860엔 약 9,000원이다. 싸지 않다.


그리고 초밥용 밥이 영~

홋카이도에 있는 동안 내가 느낀 일본의 변화 중 하나는 밥맛이 변했다는 점이다.


내가 일본을 좋아하는 점 중 하나는 밥이 맛있다는 것도 하나 포함된다.

반찬이 입맛에 안 맞아도 맨밥만 있으면 간장에 비벼서라도 한 그릇은 먹을 수 있다.

그 고슬고슬하고 찰기 자르르 흐르는 아끼하바리 또는 고시히까리로 지은 밥.

그것이 일본의 강점 중 하나였는데..

이번 여행에서 먹은 모든 끼니에서 그런 밥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호텔식에서 조차..


그래서 일행중 연륜이나 경험이 많아보이는 신사분에게 물었다. 그렇게 느끼지 않으셨냐고..?

했더니..

'홋카이도가 쌀이 자라기에는 좋은 지역이 아니라서 그렇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렇구나~ 했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그 논리도 정답이 아닐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처럼 유통체계가 잘 되어 있는 시대에

같은 땅 덩어리내에서 설마 홋카이도 사람은 홋카이도 쌀만 먹고 살아야 한다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닐텐데

홋카이도 쌀이 안 좋으면 본토쌀을 가져와서 쓰면 되는 것을..


그래도 그 분이 말한 내용이 사실이기를 바란다.

일본전국의 밥맛이 변하길 바라진 않는다. 홋카이도만의 문제이기를..




그렇게 먼가 명쾌하지 못한 첫 선택을 뒤로하고

두번째 선택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거리로 나선다.




지역 마츠리가 있는지 어린 청소년들이 자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

그 모습들이 상큼하고 예쁘다.


요즘 우리나라 여대생들이 우리 전통의상 세계에 알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간단한 생활한복을 맞추어 입고 이벤트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기성세대의 잘못된 의식을

신세대가 바로잡고 있으니 고마운 일이다.

많이 동참하여 우리것에 대한 자부심이 고양되고 확산되는데 서로 일조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아하게 생긴 중년부인이 거리에서 수상을 보고 운명 감정을 해준다.

그 대로변에서 사람들이 오고가는데 손을 내밀고 있는 젊은 청년도 용기좋고..ㅎ





그렇게 기웃거리며 거리를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어느 한 집앞에 긴 나래비가 있는 것이라..



줄의 근원을 따라 가 보니

면옥 '유끼카제' 즉, 눈바람 라멘 집이라..



일반 전통 라멘집보다는 외관이 현대식이다.

그래서 그런지 주로 젊은이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도 이 집에 줄 서자..해서 한참 서 있는데

도대체 줄이 줄어들지를 않는다.




이러다가 저녁 먹겠어? 하고는

마감시간을 보니 새벽 3시까지 운영하므로

무작정 기다리면 먹을 수는 있겠다.



저것 하나 먹겠다고 무작정 기다려?


새벽 3시까지라 하니 우리 한바퀴 돌고 와서

사람 없으면 그 때 봐서 먹든지..

맛집이 이집뿐이지는 아닐터이니 다른 맛집 알아보자 하고는..


다시 도시탐방을 나선다.




곳곳에 줄 선 집과

전통이 있어보이는 흐름한 외관에서 풍겨나오는 찐한 라멘 국물맛 등이

나그네를 유혹하기는 하지만


4명이 함께 동의할 수 있는 선택을 한다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님을 첫날부터 느끼게 된다.



결국 2명 2명 찢어져서

2명은 라멘을 먹고..

2명은 산책길에 살아있는 바니걸 엉덩이 열심히 구경하고 돌아왔다는 첫날 밤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