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나라 /17-07 남큐슈

바다신의 찌찌가 있는 우도신궁

노코미스 2017. 7. 20. 23:20

 

2017. 7. 9(일 오전)  날씨:흐림

 

이날은 일정이 빠듯하다하여 새벽같이 움직인다.

이날의 첫일정은 미야자키 니치난에 위치한 우도신궁이다.

 

 


 미야자키시에서 이치난까지 가는 길은 그야말로 주상절리의 해안을 끼고 가는 절경이었다.

해안의 주상절리는 무슨 빨래판을 펼쳐놓은 듯한 신기한 모양을 보여준다.

 

해안을 따라 곳곳에 솟아있는 야자수와

전봇대키높이만큼 쭉쭉뻗은 유카리의 꽃대가 만들어내는 남태평양권 풍광이 매우 이국적이다. 

 

 

지도상에서 우도신궁은 미야자키시에서 약간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이번 여행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스토리텔링은 우도신궁에 관한 신화였다.

우도신궁의 신화는 몇년 전 대마도의 와타즈미신사의 그것과 연결되어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해안 절경을 구비구비 즐기며 신궁주차장에 도착하니

다시 걸어서 고개하나를 넘어라 한다.

 

 

 

주차장 바로 위쪽으로 낮으마한 동산이 있는데

신궁의 본당으로 가기위해서는 주차장쪽 도리로 들어가면 안되고

이 동산을 에둘러서 뒤편으로 돌아가야 한다. 

 

편도 약 20분정도 걸어야 한다. 길은 평이한 편이다.

 

 

 

낮은 언덕길을 올랐다가 다시 해안가로 내려가면

광대한 태평양이 한눈에 펼쳐지고 해안 절벽위에 강렬한 주황색의 신궁이 자리잡고 있다.

 

본당 들어가기전에

신궁의 유래와 그리고 이 신궁을 신궁답게 하는 '오치치암'에 대한 안내판을 만나게 된다.

 

'오치치암'이란 이른바 유방바위란 뜻일텐데

경건한 사찰에서 웬 찌찌타령~

 

우리나라에서  엄마젖을 의미하는 유아어로 '찌찌'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 말의 어원이 '오치치'인가? 맞지 싶다.

 

 

 

신사 들어가는 입구 출입문의 문양조차 찌찌모양이다. 과연 누구의 찌찌인가?

 

 

 

본전 들어가는 입구이다.

최초 건립은 10대 천황시절에 창건되었다는데 그동안 수없이 많은 증축과 승격으로 사찰의 규모가 커졌다는 내용이

앞의 안내문의 내용이다.

 

그러나 실제 10대 천황은 존재했는지 조차 확인할 수 없단다.

실제 천황의 생몰연대가 확실하게 나타나는 것은 50대 천황부터라는데..10대천황까지는 전설속의 인물이라 보면 되겠다.

 

전설처럼 오래된 과거부터

아마도 이 자리가 신묘한 터로서 지역사람들에게 보호처같은 역할을 해오지 않았을까싶다.

 

아뭏든 역사가 그렇게 오래되었다해도 최근에 리모델링했는지

건물의 상태는 매우 정돈된 느낌이다.

 

그리고 처마아래의 어미닭과 병아리 그림이 마치 시골 가정집에 풍요를 기원하기 위하여 걸어놓은

거실 액자처럼 아기자기하게 눈에 들어온다.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이 신사가 건강한 출산과 양육을 비는 신사라 했으니 그것을 상징하는 것이겠거니..혼자 생각한다.

 

 

 

 

출입문을 들어서면 절벽을 끼고 해안가로는 주홍색 안전펜스가,

좌로는 석등이 일렬로 배치되어 있다.

 

색감은 다르지만

바다를 끼고 펼쳐져 있는 느낌이 마치 기장 용궁사와 비슷하다. 

 

 

 

절벽쪽에서 계단을 타고 해안쪽으로 내려오면..

 

 

바로 태평양을 안고 있는 본당 테라스에 닿는다.

 

대단한 풍광이다.

 

 

 

 

바다 테라스 안쪽 암벽 아래쪽에 신궁의 본당이 안치되어 있다. 일종의 석굴암이다.

 

 

 

이 석굴속에 우도신궁의 비밀이 숨어있다. 

 

 

 



'어유암'

 본전 뒷편으로 돌아가면 이런 표지가 나온다.

이 바위가 중요한 이유는 이 신궁의 유래와 상관있기 때문이다.

 

대마도의 와타즈미 신사는 태양신의 난봉꾼 아들인 산신이 해신과 만나 천황의 조상이 되는 아들을 낳은 신사라고 했다.

그런데 해신이 출산할 때 산신에게 자신이 출산하는 모습을 절대 들여다보지 말라고 당부했음에도

그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산신이 아내의 출산하는 모습을 훔쳐봄으로써

보지말아야할 모습을 보게 되었고

해신은 그 자리에 알 하나만 덩그러니 낳아놓고는 긴 뱀꼬리를 드리운채 바다로 사라져 버렸다는 이야기가

와타즈미 신사에 얽힌 스토리였다.

 

이 '어유암'은 그 뒤의 스토리를 이어주는 매체이다.

즉, 남겨진 알에서 남자아이가 태어났는데 아버지 혼자서 아이를 키울 수가 없어 안타까워하고 있자

마침 시집가지 않은 이모가 와서 이 아이를 키웠다는 것인데..

 

문제는 시집도 가지 않은 이모가 젖도 없는데 어떻게 키웠을까?

그것을 해결해 준것이 이 '어유암'이다.

 

이모가 안타까워하자

바다로 도망간 해신이 자신의 가슴을 이곳에 보내 아이를 키우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모는 아이를 이곳으로 데리고 와서

바위에서 떨어지는 해신의 젖을 먹여서 훌륭하게 키웠다고 한다.

이 바위에서 떨어지는 젖을 먹고 자란 조카가 장성하자 결혼을 해야하는데

자신을 사랑으로 키워준 이모와 결혼하여 아들을 낳게 되는데

그 아이가 초대 천황이라는 것이 일본천황가의 천손신화의 일부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지금도 저 바위에서는 마치 엄마젖가슴에서 젖이 떨어지듯이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고 있는데

그 성분이 마치 엄마의 젖성분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물로 관광객용 사탕을 만들어서 판매도 하고 있는데

일본의 고도의 상술인것인지 일부 과학적 사실이 포함된 것인지는 직접 확인하지는 못하였다.

 

 

 

아뭏든 스토리가 재미있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그 신화가 한국과 연관되어 있어서 그런것이었는지는 몰라도

참 재미있게 구경하였다. 

 

어두컴컴한 본당 뒤켠을 한바퀴 돌고 나오니

바깥세상이 더욱 밝아보인다.

 

키리시마 신궁에서도 그랬듯이 이번일정에서는

안에서 밖으로 나올때 만나는 빛의 강도가 크게 다가옴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