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책읽기

나태주 시인의 감성, '시를 찾아 떠나다'

노코미스 2018. 10. 8. 15:58





그가 선정한 시들은 어린시절 친구들과 운율을 주고 받으며 외우곤 했던 친숙한 시들이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싯구들이라 다시보니 정말 반갑다.

몇몇은 더 잊기 전에 기록하여 힘들거나 즐거울 때 함께하고싶다.




진정한 여행

                                                           나짐 히크메트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앗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긑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고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 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할 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대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나짐 히크메트(Nazim Hikmet, 1902~1963).터키의 혁명적 서정 시인이자 극작가. 모스크바에서 유학.

시인의 말처럼,

우리의 모든 참된 여행은 모든 것이 막혀 버렸다고 생각할 때, 막막하게 무릎을 꿇을 때, 비로소 조그맣게 열리는 밀의 같은 것일까?



봄이 까닭없이 슬펐어요

                                        이상은


여덟살 때,

거울을 몰래 들여다보고

눈썹을 길게 그렸지요.


열살 때,

나물캐러 다니는 것이 좋았어요.

연꽃 수놓은 치마를 입고.


열두살 때,

거문고를 배웠어요.

은갑을 손에서 놓지 않았지요.


열네살 때,

곧잘 부모님 뒤에 숨었어요.

남자들이 왜 그런지 부끄러워서.


열다섯살 때,

봄이 까닭없이 슬펐어요.

그래서 그넷줄 잡은 채 얼굴 돌려 울었답니다.


이상은(812~8858): 당나라 말기인 만당시절의 시인으로서, 무성했던 당나라 문물이 시들어가기 시작하는 세기말적인 시대에 태어나 기성의 질서와 가치를 부정하고 자신의 의식세계만을 중시하여 시를 쓴 표현주의 계열의 시인. 자는 의산, 회주 하내 출생.



새봄

                                    하인리히 하이네


꽃나무 아래 거닐다 보니

꽃따라 나도 꽃피네.

발걸음마다 휘청거리며

나 꿈속처럼 거니네.


오, 나를 붙잡아 주오, 제발!

그렇지 않으면 나 사랑에 취해

당신 발아래 쓰러질 것만 같아요.

정원에 사람들 이렇게 많은데 말이에요.




유월이 오면

                                    로버트 브리지스


유월이 오면 나는 그 때 온종일

준과 함께 향긋한 건초 더미 속에 앉아 있으려네.

그리고 솔솔 바람부는 하늘에 흰 구름이 지어 놓은

눈부시게 높은 궁전들을 바라보려네.


준은 노래 부르고 나는 노래지어주고

그리고 온종일 아름다운 시들을 읽으려네.

마른 풀로 지은 우리들의 집에 숨어 누워서

오, 인생은 즐거워라 유월이 오면.


로버트 브리지스(Robert S. Bridges, 1844-1930). 영국의 계관시인이자, 비평가.





사막

                                                    오르텅스 블루(프랑스)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서

때때로 뒷걸음질로 걸었다.


모래에 찍힌

자기의 발자국을 보기 위해서.



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Jean-Nicolas-Arthur Rimbaud, 1854~1891)

짧은 생애 가운데 그가 시를 쓴 기간은 겨우 5~6년 정도, 15세부터 20세까지가 전부이다. 그런데도 그가 세계 시문학사에남긴 공적과 영향은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 이는 16세 때 이미 '시인은 견자가 되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겨우 36세의 일기를 살았으면서 누구보다도 많은 기행과 스캔들과 소문을 뿌리며 살았다. 죄수, 군대용병, 곡마단통역, 채석장 감독, 무기 밀매상, 인신매매상, 마약 거래상, 등.평범하 ㄴ사람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은 여러가지 신분을 더불어 살았다.


특히, 폴 베를렌(Paul Marie Verlaine)과의 기이한 우정과 동성연애 관계는 오랜세월 사람들 입줄에 오르내린 일화이기도 하다. 영화 '토탈 이클립스'참고



거리에 비내리듯

                                                     폴 베를렌



거리에 비 내리듯

내 가슴에 눈물이 흐르네

가슴속에 스며드는

이 우수는 무엇일까?


땅 위에 지붕 위에

오, 부드러운 빗소리!

권태로운 가슴에는

어, 비의 노래여!


울적한 이 가슴에

까닭없는 눈물이 흐르네.

아니, 배반도 없는데?

이 슬픔은 까닭도 없네.


까닭 모를 아픔이

가장 괴로운 것을,

사랑도 미움도 없이

내 가슴 괴로워라.


폴 베를렌(Paul-Marie Verlaine, 1844~1896),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인.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내고 파리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으며, 한 대 보험회사에서 근무하기도 했으나 평생을 시인으로 일관했던 사람.

아름다운 부인 마틸드 모테와 결혼했으나 주사가 심하고 연하의 시인 랭보와 동성애에 빠져 이혼당했으며, 랭보에게 권총을 발사한 사건으로 2년간 교도소 생활을 하기도 했다.

감옥에서 나온 뒤로는 가톨릭에 귀의하기도 하였으나 추문과 빈궁속에 말년을 보내다가 긑내 52세를 일기로 동거하던 창녀가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남. 1894년에는 시왕(詩王)에 선출된 바 있고 세기말의 대시인으로 추앙되엇다.

그의 시는 무엇보다도 음악성을 중시하여 다채로운 기교를 구사하여 유현한 운율과 비애감을 잘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꿈길에서

                                                      황진이


그리워라, 만날길은 꿈길밖에 없는데

내가 님 찾아 떠났을 대님은 나를 찾아왔네

바라거니, 언제일가 다음날 밤 꿈에는

같이 떠나 오가는 그 길에서 만날 수 있기를.





비단 옷

                                       이매창


취한 손님 내 명주 저고리 옷자락 잡아

끝내는 명주 저고리 찢어 놓고 말았네.

그까짓 명주 저고리야 아가울 것 없겠지만

임이 주신 은정까지 찢어졌을까 그것이 두렵네.


이매창(1573~1610). 전북 부안 출신의 조선시대 여성 시인이자 기녀. 아호로는 계생, 계랑 등 사용.

생전에 유희경, 이귀, 허균 등의 유명인사와 교류.



저녁별

                                               사포(Sappho, B.C. 612~?)


저녁별은

찬란한 아침이

여기저기에다

흩어놓은 것들을

모두 제자리로

돌려보낸다


양을 돌려보내고

염소를 돌려보내고

아이들을 그 어머니 손에

돌려보낸다.



쥘 르나르(Jules Renard, 1864~1910): 프랑스의 19세기 소설가이며 극작가로 오늘날 어린이들이 즐겨 읽는 동화 '홍당무'의 원작자이기도 함.

뱀: 너무길다

개미: 한마리 한마리가 3이란 숫자를 닮앗다. 참 많기도 하다. 얼마나 되나? 3,3,3,3,3,3,3,3,3........끝이없다.

나비: 둘로접은 사랑의 편지가 꽃의 주소를 찾고 있다.

노새: 어른이 된 토끼

반빗불: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 벌써 9시인데 저 집엔아직도 불이 켜져 있네.


쥘 르나르의 시를 보면 우리나라 대중시인 중 '하상백'이란 젊은 시인이 생각된다. 그의 글이 쥘 르나르의 시법을 모방한듯하다.



미라보 다리

                   기욤 아뽈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 1880~1918). 마리 로랑생과의 사랑이야기로 유명


잊혀진 여자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 1883~1956). 프랑스의 화가이며 시인. 한 때, 기욤 아폴리네르와 연인사이였기도 함.





천의 바람이 되어

                                                 작자미상


내 무덤 앞에서

눈물 흘리지 마세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지 않았어요


나는 천의 바람이 되어

저 넓은 하늘을

지나가고 있어요


나는, 가을이면 햇살이 되어

곡식을 여물게 하고

겨울에는 눈이 됩니다.


나는, 아침이면 새가 되어

당신의 잠을 깨우고

밤에는 별이 되어

당신을 지켜줍니다.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죽지 않았어요


나는 천의 바람이 되어

저 넓은 하늘을

스쳐가고 있어요.




내가 죽거든

                                                                            크리스티나 로세티


사랑하는 사람이여, 내가 죽거든

나를 위해 슬픈 노래를 부르지 마셔요

무덤의 머리맡에장미꽃을 심어 꾸미지도 말고

그늘지는 사이프러스나무 같은 것도 심지 마셔요


비를 맞고 이슬에 담뿍 젖어서

다만 푸른 풀들만 자라게 하셔요

그리고...당신이 원하신다면 나를 생각해 주시고

잊고 싶으면 잊어주셔요


나는 푸른 그늘을 보지 못할 것이며

비 내리는 것도 느기지 못할 겁니다.

종달새의 귀여운 울음소리도

또한 나는 듣지 못할 겁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또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누워 굼이나 꾸면서

다만 당신을 생각하고 있으렵니다.

아니에요, 어쩌면 나도 당신을 잊을지도 모르겠어요.


크리스티나 로세티(Christina G, Rossetti, 1830~1890). 런던 출신의 여성시인




설야

                                                    유장경(709~785), 당나라 시대 시인


해저물어 푸른 산 더욱 멀고

하늘도 차가운데 뼈저린 가난이여.

사립문 밖에 문득 개 짖는 서리

눈보라 속 돌아오는 사람은 누구인가?






인생의 성공

                                                       랠프 월도 애머슨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고

젊은이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까지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가려볼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아 기르든

보잘것없이 작은 밭을 가꾸든

사회환경을 개선하든

내가 태어나기 이전보다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내가 한때 이곳에서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그것이 바로 당신의 전정한

인생의 성공이다.


    랠프 월도 애머슨(Ralph Waldo Emerson, 1803~1882). 미국 보스턴에서7대 목사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하버드 대학교의 신학부를 졸업하고 그 또한 초기엔 목사가 되었으나 자유주의적인 교회관으로 기존 교회와 충돌, 교회를 떠났다. 그후, 유럽으로 건너가 폭넓게 철학공부를 섭렵하고 돌아와 평생을 철학자와 시인으로 살았다. 그의 철학적 경향은 칸트의 영향이 강했으며 미국 동부의 뉴햄프셔 주의 콩코드에 거주하면서 초월적 철학에 몰두, '콩코드의 철학자'로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