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책읽기

"떠나고 싶을 때, 나는 읽는다", 왜 꿈만 꾸는가, 한번은 떠나야 한다.

노코미스 2019. 1. 11. 22:57




저자: 박준(2016)





<파리까페> 노엘 라일리 피치


지하철 바뱅역 바로 앞 몽파르나스 대로와 바뱅거러기 만나는 코너에 카페 셀렉트가 있다.

1925년 문을 열었으니 장장 85년 된 까페다. 1955년, 장뤼크 고다르다의 <네멋대로 해라>에 나온 까페의모습이 지금이라고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이 까페에는 시인이면서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장콕토, 서른 여섯살의 파카소,  북회귀선의 헨리밀러와 그의 아내 준, 고도를 기다리며의 사뮈엘 베케트,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느 드 보부아르, on the road의 작가 잭 케루악과 더불어 비트세대의 대표 주자인 앨런 긴즈버그, 쿠바산 시가를 즐겨 피우든 살바도르 달리 등이 셀렉트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녔다.

셀렉트의 역사는 보헤미나의 역사도 셀렉트의 단골 중 셀렉트를 가장 감미롭게 묘사한 이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이다.


"까페 셀렉트로 갑시다. 몽파르나스대로요"

몽파르나스의 불빛이 보이는 라스파유대로에서 브렛이 제이크에게 말한다.

"뭐 하나 부탁해도 될까요?"

"그럼요"

"셀렉트에 도착하기 전에 한번만 더 키스해줘요"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야간열차> 에릭 파이

어째서 열차는 사람을 이토록 멋있게 만드는 걸까.

가난하고 외로웠던 시절, 야간 열차 전용선로 앞에 서면 어찌나 가슴이 설레던지,

열차들은 여행의 정수를, 그것이 지닌 마력을 모두 담고 있는 보물단지 같았다.


<여행의 기술> 알랭드 보통

「도시의 떠들썩한 세상의 차량들 한가운데서 마음이 헛헛해지거나 수심에 잠기게 될 때, 우리 역시 자연을 여행할 때 만났던 이미지들, 냇가의 나무들이나 호숫가에 펼쳐진 수선화들에 의지하며, 그 덕분에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의 힘들을 약간은 무디게 할 수 있다. 」


런던 휴스턴 역에서 기차를 타면 네 시간 후 윈더미어에 도착한다. 영국 북서부의 윈더미어는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중심지다.

레이크 디스트릭트는 윈더미어를 비롯해 열여섯개의 호수가 있으며, 영국의 거의 모든 지역이 완만한 구릉지인 데 비해 레이크 디스트릭트는 가파르고 꼭대기가 뾰족한 산을 가졌다.

200년 전 영국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풍경을 오늘날까지 볼 수 있는 건 <피터 래빗 이야기>의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의 공이 크다. 그녀는 인세로 벌어들인 막대한 돈으로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땅과 농장을 하나둘 사들였고, 세상을 떠나는 날 전재산을 내셔널트러스트에 기부했다. 장장 530만 평에 이르는 땅이다.

200년 전 레이크 디스트릭트는 워즈워스 같은 낭만주의 작가들이 '즐거움을 위해'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 곳이고, 워즈워스가 산책하며 시를 쓴 곳은 영국 최고의 산책코스가 되었다. 워즈워스는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북쪽 변두리인 코커머스라는 작은 도시에서 태어났는데, 런던에서 지낼때와 여행할 때를 제외하면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다.

사람들은 워즈워스의 시에서 위로를 받았다. 자연의 속성은 인간의 속성과 대비된다. 인간의 불안과 질투와 시기는 자연의 안정감과 영속서오가 고요함으로 위로받는다. 워즈워스에 따르면 "사람들은 뚜렷한 관점이 없기 때문에 거리나 저녁 식탁에서 이야기되는 것들(현대식으로 말하면, 쉴새없이 변하는 인터넷 뉴스나 광고들)에 귀를 곤두세우며 불행해진다. 이를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새, 냇물, 수선화, 양 같은 자연뿐이다"


<아웃사이더 예찬 Land's End>, 마이클 커닝햄

「프로빈스타운은 거의 400년동안

망명자들, 반항자들, 이상주의자들을 유인해왔다.

여기서는그 어떤 사람도, 실패하거나 포기한 사람도, 문제를 잘 처리할 수 없거나 처리할 ㅁ음이 없는 사람도 창피를 당할 일이 전혀 없다.」


보스턴을 출발해 차를 타고 오는데 두 시간이 걸렸다. 보스턴에서 43킬로미터 떨어진 곳, 매사추세츠 동쪽 끝 반도에, 보스턴이 상징하는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세계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세계 '프로빈스타운'이 있다.

프로빈스타운은 지형적으로 가느다란 갈고리 모양의 케이크코드 끝자락에 위치한 탓에 막장이나 종착지 같은 느낌이 강하다. 지질학적으로 바다 한가운데 모래사장 위에 세워진 '모래도시'다. 동서길이는 4.8킬로미터로 매우 짧다. 중심가인 커머셜거리를 끝에서 끝까지 설렁설렁 걸으며 구경하는데 서너시간이면 족하다.

이곳에는 유명인이 많이 살았다. 마크 로스코도 한 때 이곳에 살았었고, 극작가 유닌 오닐이나 테네시 윌리엄스도 청천의 한 시절, 이곳에 살았었다. 에드워드 호퍼도 이곳에 살았다. 이곳은 1910년대부터 예술의 중심지였다. 그래서 지금의 모습은 '초로의 보헤미안 타운'같다. 다른 곳에서는 왕따를 이곳에서는 존중받는다. 그래서 유난히 게이커플과 레즈비언 커플이 유난히 많기도 하다.

유명한 곳은 빌리 홀리데이가 말년에 일주일간 노래를 불렀다는 '애틀랜틱 하우스', 일명 'A 하우스'라 불리는, 그리고  이스트엔드에 있는 4층짜리 호텔 '녹색괴물'이 있다.

이곳은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여름이면 방종이 곧 삶이다. 이곳에서는 방종도 열정이다. 땅의 끝, 통념의 끝, 상식의 끝에 프로빈스타운이 있다. 프로빈스타운은 방정맞은 마을이지만 소박하고 평화롭다는 점에서 목가적이다. 어디론가 도피해야 한다면 프로빈스타운이 좋겠다.



<인도방랑>, 후지와라 신야

「인간의 어리석음이 인간을 지탱하는 힘과

인간의 위대함이 인간을 지탱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인도인을 보면서 든 생각인데,

어리석음에 의해 지탱되는 인간이 더 강인하고 오래 사는 거 아닐까」


합리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맞추려고 애쓰고

비합리적인 사람은 세상을 자신에 맞추라고 한다.

세상은 비합리적인 사람들에 의해 진화되어간다. 출처??? <어디서 보긴 봤는데???>


강석경의 <인도기행>을 읽엇다. 그 때 내게로 여행이 왔다. 나도 언젠가 인도에 가게 될까?

세월이 흘러서 두번에 걸쳐 석달 정도 인도를 다녀왔다. 인도는 정신없었다. 좋은 일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도 질려버렸다고 해야할까.

인도는 내 여행의 첫날밤 같은 곳이지만, 그 밤이 지나자 완전히 잊혀진 격이엇다.

어느 날, 후지와라 신야의 <인도 방랑>을 읽었다. 이 책은 내가 보지 못한 인도를 보여주었다. 다시 가슴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인도방랑>은 나를 세번째 인도여행으로이끌었다. 내가 그동안 인도를 그리워했던 것은 자이나 짜파티, 라씨 같은 음식 때문이었지만, 이번에는 눈앞에 있었으나 내가 보지 못했던 인도를 찾아 다시 여행을 시작한다.


그러나 인도여행은 경악 또는 비명과 같이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좋았다고 말한다. 좋았다는 게 뭘까? 후지와라 신야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여행을 계속했다. 다분히 어리석은 여행이었다. 대로 그것은 우스광스러운 발걸음이기도 했다. 걸을 때마다 나 자신과 내가 배워온 세계의 허위가 보였다. 그러나 다른 좋은 것도 보았다. 거대한 바냔 나무에 깃들인 숱한 삶을 보았다. 그 뒤로 솟아오르는 비구름을 보았다. 인간들에게 덤벼드는 사나운 코끼리를 보았다. 코끼리를 정복한 기품있는 소년을 보았다. 코끼리와 소년을 감싸안은 높다른 숲을 보았다. 세계는 좋았다. 대지와 바람은 거칠었다. 꽃과 나비는 아름다웠다.」


인도를 여행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불편하고, 심지어 무정부주의적인 혼란을 경험하는 일이다. 누군가 나를 속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니 화를 내거나 흥분할 필요가 없다. 무슨 일이 생겨도 그저 "캬(그게 뭐냐)?"하고 빈정거리거나 "앗차(좋아)!"라고 한마디 하고 잊으면 그만이다.


<청춘, 길> 사진 베르나르 포콩/글 앙토넹 포토스키

사헬, 사하라 사막의 남부지역, 아침 10시도 안 됐는데 이미 펄펄 끓기 시작한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곳의 기온은 46도다.


<사랑후에는 무엇이 남을까>

독일 영화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을 보고나서 든 생각이다. 호수 넘어 만년설 덮인 후지산을 보러 가야겟다. 겨울이 막바지에 이르던 어느 날이엇다.

가와구치 호수 너머 후지산을 볼 수 있다면 이 시간도 곧 지나갈 것만 같았다.

나리타공항에 내려 신주쿠로 가는 JR주오혼센을 탓다. 한 시간 30분 후, 오스키역에 내려 후지쿄코센으로갈아타고 다시 45분을 더 가서 시모요시다역에 내렸다. 아주 작은 역이다. 승무원이 없는 간이역이다. 아주 늦은 밤도 아닌데 역 주변은 고요하기만 하고, 무작정 나선 길에 변변한 정보 같은 것도 없다. 시모요시다 유스호스텔에 예약했다.

시모요시다역에서 기차를 타고 20분 후, 가와구치호수에 도착했다. 가와구치코역은 시모요시다역에 비해 제법 큰데다가 완연한 관광지다.

가와구치호수는 호수둘레만 장장 17.4킬로미터인 굉장히 큰 호수다. 가와구치코역에서 호수를 한 바퀴 도는 셔틀이 있다. 후지산을 보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그가 수줍어하면 보지 못할 수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