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정암사는 신라 선덕여왕 14년(서기 645년)에 당시 고승 자장율사께서 창건하신 곳이랍니다.
자장율사께서 당나라 산서성에 있는 청량산 운제사에서 문수보살님을 친견하시고
석가세존의 정골사리, 치아, 불가사, 패엽경 등을 전수하여 동왕 12년에 귀국하여
14년에 금탑, 은탑, 수마노탑을 쌓고 그곳에 부처님의 사리와 유물을 보관하셨다 기록합니다.
금탑과 은탑은 후세의 많은 사람들이 귀한 보물에 탐심을 낼까 염려하여 영구히 보존키 위해 비밀히 보존하셨다 전해지고..
적멸보궁이란 부처님의 정골사리를 모신 곳이므로 불상을 모시지 않았으며 이러한 성지를 '보궁'이라 일컫는데,
정암사는 부처님의 정골사리를 모시고 있어서 '정암사 적멸보궁'이라 하기도 한답니다.
제가 아는 대표적인 적멸보궁으로 통도사가 있습니다.
일주문에서 본당까지는 멀지않습니다.
일주문을 들어서자마자 허연배를 쑥 내밀고 앉은 달마대사같은 석각부처님이 입구에서 호탕한 모습으로 맞아주십니다.
대사님 배한번 스윽~ 쓰다듬어 주시고 왼편으로 눈길을 주면 아직도 장작을 지피는 공양간이 눈에 들어옵니다.
공양간 오른편 '용화정사'를 배경으로 바라본 정암사의 정경이 예쁩니다.
저쪽 청기와지붕이 '적멸보궁'입니다.
공양간 뒷편으로 작은 암자가 있어서 올라갑니다.
흙계단 오르는 길옆의 장독대입니다
언덕받이에 길게 가지 드리운 수령늙은 소나무 뒤쪽으로 작은 전각 두채가 나란히 있습니다.
하나는 삼성각..
그 옆은 '자장각'입니다.
한자가 애매하여 물어봤더니 '자장각'이랍니다.
자장율사의 영정사진이 모셔져 있습니다.
정암사를 창건하신 분..
참 잘 생기셨네요, 사심이 살째기 생깁니다. ^^
자장각 앞에서 서서 내려다보이고 올려다보이는 풍경이 참 좋군요~
율사님을 왜 이 자리에 모셨는지 이해가 가는군요~
율사님은 1500년 동안 발자국 하나 떼지 않고 앉은자리에서 이 사찰을 관리해오셨군요.
이자리에서 보면 적멸보궁이 바로 내려다보입니다. 중생들이 얼마나 기도를 열심히 하는지 다 보고 계십니다.
그러니 정암사 스님들은 감히 다른 사찰과는 달리 늘 지도받는 느낌으로 사찰을 관리할 수 밖에 없을 듯합니다. ^^
그리고, 적멸보궁에서 눈길을 거두어서 산등성이 쪽으로 서서히 움직여가면 기슭 중턱쯤에 이런 석탑이 있습니다.
이것이 율사님께서 운제사에서 거두어 오셨다는 부처님 정골사리랑 귀중한 유품을 봉안하고 있다는 '수마노탑'입니다.
'수마노탑'은 자장율사께서 중국에서 본국으로 귀국하실때 서해 용왕이 용궁으로 모시고 가서 내어주신 마노석으로 쌓은탑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주~움 해서 자세히 보니 작은 벽돌같은 재질인듯한데..전설은 믿거나 말거나 입니다.
저는 직접 저곳까지 올라가지는 않았습니다.
자장각앞에서 줌으로 찍은 수마노탑이었습니다.
자장각과 삼성각에서 내려옵니다.
바로 아래쪽으로 관음전이 있습니다.
들어갈까 말까 하다가 관음전에 모셔져 있는 관음보살과 그 뒷면에 배치된 탱화와 전체 분위기에 매료되어
나도 모르게 신발을 벗고 보살님 앞으로 다가섭니다.
하얀구름을 배경으로 하얀 가운을 늘어뜨리고 앉아계시는 모습만으로도 참으로 고고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후면 그림과 그림을 배경으로 앉아있는 금동상과의 조화 또한 절묘합니다.
그림속의 금색 아우라가 금동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실제 아우라같아서
귀하고도 강한 영적 기운같은것에 빠져듭니다.
정암사는 돈자랑을 하는 절은 아닌듯합니다.
전반적으로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참으로 소박한 절 같습니다.
소박하면서도 소품들 하나하나에 어떤 기운이 감돕니다.
계곡위로 까치발을 올려서 지어진 '범종각'입니다.
'열목어 서식지'라고 하는 계곡을 건너서 '적멸보궁(지방문화재 자료 제 32호)'으로 접근해봅니다.
적멸보궁 뒷편 산중턱에 부처님의 정골사리를 모신 수마노탑이 있기 때문에
법당에는 불상을 모시지 않는다. 아침예불시간에 노승의 염불소리가 칼칼합니다.
적멸보궁의 건축시기가 언제일까요?
건축양식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봐 왔던 건축양식과는 다소 다릅니다.
법당은 자연석 기단위에 세워져 있는데,
법당으로 연결되는 계단이 다른 사찰들보다 낮은 편이라는 느낌이 들고..
우리의 사찰 양식에서는 모든 문짝이 대체로 중앙문짝처럼 문턱까지 내려오는 긴 문짝인데
정암사 적멸보궁의 양쪽 문은 창문형태의 문짝으로 되어 있어서 다소 색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중앙문짝의 격자 틀도 우리나라 양식과는 다소 다른 느낌이며..
혹시 일제시대때 일부 중축된 것은 아닌지 혼자 추측해봅니다.
그러나 처마의 곡선을 보면 그건 또 일본 양식과는 다르긴 한데 말임다~
아뭏든 빛바랜 단청과 검게 변해가는 목재벽들로 인해서 고색함이 편해보이는 적멸보궁입니다.
예불에 방해될까 차마 법당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중년의 신도는
법당앞 나무 그늘 아래서 스님의 염불소리에 귀기울이며 함께 마음을 모으고 있습니다.
전체 정경은 참 아기자기합니다.
이 주목은 약 1500여년전 자장율사가 정암사를 창건하시고 평소 사용하시던 주장자를 꽂아
신표로 남기신 나무랍니다. 즉, 주장자가 회생 성장해서 이 거대한 주목이 되었다는 것이지요
속으로 ' 핏~거짓말' 하다가
가까이서 보니 사실인것 같기도 합니다.
어째 생명력없는 주장자속에서 싹이 나서 새로운 나뭇가지가 회생한 것 같은 느낌이 나지 않나요~?
이번여행에서 사찰 몇 곳 들렀다고
갑자기 제가 신심깊은 불자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자장율사님은 이 깊은 산중까지 어떻게 찾아오셨을까요?
1500년전 그 당시에는 차도 없고 길도 없고
산은 또 얼마나 깊었겠으며..
한때는 대한민국의 최고 탄광지역이었던 고한이라는 지역에서
석탄가루 뒤집어 쓰며 기도했을법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암사는 참 정갈하고 단정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암사는 부처님의 진골사리를 모시고 있어서 '보궁'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지만
제가 돌아본 소감으로는 부처님의 진골사리가 없을지라도
그 자체로도 충분히 '보궁'인듯합니다.
다른 사찰과는 다른 무엇들이 있습니다.
자기가 가진 것이 얼마나 귀한지를 알고 잘 보존해가고 있다면
그 자체로서도 진정한 '보궁'이 아닐까요.
언제 시간되시면 함백산 기슭의 '정암사 적멸보궁' 한번 들러보시길 살째기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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