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04. 11(일) 날씨:흐림
어제 제자들의 초대로 진해에 갔다가 꽃구경에 벚꽃장까지 호사를 하고는 넘어왔지만,
밤에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마음이 편하질 않다.
이 봄에 엄마는 또 혼자서 애를 태우고 있을 터..
원래 사람만나 이야기하기 보다는 휘휘 다니면서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엄마인데,
연세드니 젊은 날 처럼 당신의 몸조차도 스스로 통제가 되지 않고,
자식 역시 어릴 때 자식이지 사회생활하는 자식한테 때마다 어디가자 어리광할 수도 없는 노릇..
이 좋은 꽃들을 보면 참말 좋아하실텐데 싶어 올케한테 전화하니 오전에 집에까지 모시고 왔다.
해서 어제 내가 거쳤던 코스를 오늘 그대로 다시 반복한다.
코스는 같으나, 꽃은 하루밤 사이에 더욱 성숙해져서 날씨는 흐려도 스스로 자체 발광하거나 아니면 서서히 낙화를 준비한다.
먼저, 장유에서 안민터널을 넘어서 경화역부터 들런다.
철로변 주변의 관광객들은 어제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아마도 일요일인데다..
꽃을 볼 수 있는 마지막 휴일이라 생각해서 모두들 몰려나온 것일거라..
오늘은 좀 더 안쪽으로..플랫폼쪽으로 올라가본다. 이쪽은 좀 더 다른 운치가 있다.
가지들이 플랫폼쪽으로 낮게 누워있어서 사진 배경으로 삼기에 더 좋은 것 같다. 어쨋거나 엄마는 너무나 행복해하신다.
젊은 날이 생각나시는지 70년대식의 포즈를 잡는다.
나뭇가지 하나 잡고..기왕이면 시선도 하늘로 향했더라면..^&^
여기서 한 동안 감동에 빠져 계시는 것을 간신히 건져내어, 여좌천으로 향한다.
여좌천역시 어제만큼이나 아름답다고 할 수 있지만, 내 눈에는 어제보다 더 아름다운 것 같다.
꽃이 만개하면서 꽃잎에서 자체 발광이 되기도 하지만..
가로수에서 떨어진 꽃잎들이 시냇물에 점점이 뿌려져서 내려가는 모습은 어제는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모습이다.
노란 유채화에 핑크빛 꽃이 흩뿌려져 있는 모습도..
여좌동의 명칭유래와 진해 벚꽃이 시꽃이 되게 된 동기를 설명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벚꽃을 일본의 국화로 알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서도 설왕설래 의견이 많다.
어떤이는 일본의 國花는 菊花이다 아니다 벚꽃이 맞다.. 등등.
여기저기 살펴보니 일본은 공식적인 나라꽃은 따로 지정된 것이 없는 것 같고, 다만 오랜동안 암묵적으로 국민이 사랑하는 꽃으로 지정되어 왔던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벚꽃의 원산지는 일본이 아닌 제주도라고 하니 벚꽃이 일제의 잔재인것만은 아니다.
여좌천에서 잠시 거닐다가 차를 타고 다시 '해군 통제 구역'으로 이동한다.
통제구역내의 벚꽃은 오늘도 어제와 다르지 않게 깍쟁이 같은 20대 처자처럼 한치 흐트러짐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약간은 식상한 느낌이 드는 걸 모른채하고는 한바퀴 돌고 나온다.
허나, 통제구역 바깥으로 나오니 무수히 많은 꽃잎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또 다른 장관을 이루고 있다.
떨어진 꽃잎을 보면서 느끼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어떤 느낌이 드는가 하면.., 일테면 이런 느낌이다.
즉, 전날의 한낱 흐트러짐없었던 벚꽃의 모습이 마치 아주 깍쟁이같이 자기관리 잘하는 20대의 아름다움 같은 거였다면,
오늘의 이 모습은 마치 바람에 흩날리는 30대의 주체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그 뒤에 남겨진 비애감같은 거라고나 할까..
비애감은 숭고미를 더한다는 점에서 미학에서도 가장 절정의 아름다움을 제공한다.
이런 비애감을 떨쳐버리고 이 자리를 떠나기가 정녕아쉬웠으나,
마냥 지체할 수도 없어 감정을 떨쳐버린 채 '벚꽃장'으로 방향을 잡는다.
벚꽃장 근처 '광화교'주변의 공설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는 야시장으로 올라가니, 땅바닥이 떨어진 꽃잎으로 도배되어 있다.
그야말로 하늘과 땅, 천지에 벚꽃이고..세상은 바야흐로 '꽃의 영광'으로 가득찼다.
젊은 연인들이, 중년 부부들이, 파란눈의 홀로 여행객이, 아담한 동남아 유학생 커플들이..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시절에 자신이 존재했음을 증명하느라 분주하다.
우리도 한 컷을 찍고는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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